3년 만에 돌아온 '5월의 칸'.. 'K무비'로 물들다

권이선 2022. 5. 19.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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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오른 제75회 칸 영화제
한국 감독·배우 참여한 6편 초청돼
경쟁부문 '헤어질 결심' '브로커' 진출
'기생충' 이어 황금종려상 받을지 주목
이정재, 감독 데뷔작 '헌트'로 레드카펫
'다음 소희'는 韓 첫 비평가주간 폐막작
제75회 칸 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이 한국 영화와 배우들로 빛나고 있다. 한국 감독과 배우가 참여한 작품 6편이 극장에 걸려 전 세계 영화인들을 사로잡는다.
한국 영화가 3년 만에 돌아온 ‘5월의 칸’을 물들이고 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개막한 제75회 칸 영화제에는 유독 많은 한국 작품이 초청을 받았다. 한국 감독이나 배우가 참여한 작품은 총 6편이다. 12일간 이뤄지는 축제 동안 하루 걸러 ‘K무비 데이’가 이어지는 셈이다.

◆‘기생충’ 기적 재연될까

올해 경쟁 부문에는 박찬욱 감독 ‘헤어질 결심’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브로커’가 나란히 진출했다. 국내 영화 두 편이 동시에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린 것은 2017년 봉준호 감독 ‘옥자’와 홍상수 감독 ‘그 후’ 이후 처음이다.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는 다르덴 형제(벨기에), 데이비드 크로넌버그(캐나다), 크리스티안 문주(루마니아) 등 거장들이 연출한 다른 19편과 함께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놓고 치열한 경합을 벌인다.

주장(主將) 격인 박 감독의 황금종려상 도전은 ‘3전4기’. ‘깐느 박’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유독 칸과 인연이 깊은 박 감독은 2004년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2등상)을 받았고, 2009년에는 ‘박쥐’로 심사위원상(3등상)을 수상했다. 박 감독은 2016년 ‘아가씨’ 이후 6년 만에 네 번째로 칸 관문을 두드린다. 업계에선 ‘헤어질 결심’이 박 감독 작품답게 장르를 정의하기 힘든 영화라는 얘기가 나온다.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박해일)가 사망자 아내(탕웨이)를 조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수사물과 로맨스물이 묘하게 뒤섞여 있는 영화로 알려졌다.

일본 영화를 대표하는 거장 고레에다 감독도 올해 칸에 초대된 4명의 황금종려상 감독 중 한 명이다. 2018년 ‘어느 가족’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는데 ‘브로커’로 다시 한번 칸을 찾았다. 이 영화는 일본 감독이 연출을 맡았지만 CJ ENM이 투자·배급을 담당하고 송강호, 강동원, 배두나, 이지은(아이유), 이주영 등 한국 배우들이 출연했다. 한·일 양국에서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는 베이비박스를 소재로 삼았다.
이 두 거장의 신작은 초청작 발표 전부터 외신 주목을 받아 왔다.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의 공식 상영일은 각각 23일, 26일이다. 칸 관행은 화제작을 후반부로 배치한다. 그만큼 두 작품의 수상 가능성이 밝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기생충’의 경우 폐막을 나흘 앞두고 상영됐었다.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은 지난해 황금종려상 수상작 ‘티탄’ 배우 뱅상 랭동이 맡는다.
두 감독 못지않게 배우 송강호의 연기상 수상 여부도 주요 관전 포인트다. ‘칸의 남자’로 불리는 송강호는 박찬욱·봉준호 감독에 이어 고레에다 감독과 함께 ‘브로커’로 7번째 칸에 입성하게 됐다. 송강호는 2019년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의 주역이자 지난해에는 한국 남자 배우 최초로 칸 심사위원으로 활약했다.
◆세계적 관심 높아진 한국 영화

경쟁 부문에 오른 두 작품이 후반부를 달군다면 영화제 초반은 이정재가 ‘코리안 데이’를 이끈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으로 월드스타 반열에 오른 이정재는 감독 데뷔작 ‘헌트’로 레드카펫을 밟는다. ‘헌트’ 제작비는 200억원대. 우리나라 배우 출신 감독 연출작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미국 버라이어티, 할리우드 리포터 등은 ‘헌트’를 올해 영화제 주요한 볼거리로 꼽기도 했다.

‘헌트’는 20일 0시(한국시간 오전 7시) 첫 관객을 맞이한다. 이 작품이 이름을 올린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섹션은 장르물 중 작품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춘 영화들을 선보이는 부문이다. 올해도 ‘범죄도시2’ ‘밀수’ ‘마녀2’ 등 많은 한국 상업영화가 이 부문에 출품됐다. ‘헌트’는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는 안기부 요원 박평호와 김정도가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이라는 거대한 사건과 직면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첩보영화다. 이정재는 이 작품에서 오랜 친구이자 동료인 정우성과 1999년 영화 ‘태양은 없다’ 이후 23년 만에 랑데부를 이뤘다.
‘최초’ 기록을 쓴 작품들도 있다. 비평가주간 폐막작에 선정된 정주리 감독 ‘다음 소희’다. 프랑스비평가협회 소속 평론가들이 작품성 있는 영화를 엄선해 상영하는 해당 섹션 문을 한국 영화가 닫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연을 맡은 배두나는 ‘브로커’와 더불어 출연작 두 편이 칸 영화제에 초대받았다. 앞서 2014년 칸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받은 정 감독 ‘도희야’ 역시 배두나가 주연을 맡았다.

문수진 감독 애니메이션 ‘각질’은 8개 작품과 단편 부문 황금종려상을 두고 경쟁한다.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가 칸 영화제에 공식으로 초청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각질’은 타인에게 비난받지 않기 위해 만들어 낸 페르소나를 각질에 비유해 풀어낸 작품이다. 앞서 정유미 감독 ‘먼지 아이’, 연상호 감독 ‘돼지의 왕’, 정다희 감독 ‘움직임의 사전’ 등 애니메이션 작품은 칸 영화제와 동시에 열리는 프랑스감독협회의 독립 섹션 감독주간에 초청된 바 있다.

배우 오광록은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프랑스 영화 ‘올 더 피플 아일 네버 비’(All the People I'll Never Be) 주연 자격으로 칸에 입성했다. 25세 여성 프레디가 자신이 태어난 고향을 찾고 싶은 마음에 입양된 프랑스를 떠나 한국을 찾는 여정을 그린 로드무비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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