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America" 돈도 기업도, 미국으로 향한다

안상현 기자 2022. 5. 19.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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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크스바겐·삼성전자·도요타.. 잇따라 미국에 생산기지
미국 테네시주(州) 남동부 채터누가에 있는 폴크스바겐 공장. 건물 면적만 31만9804㎡에 이르는 대규모 공장으로 2011년 가동을 시작해 연간 15만대를 생산 중이다. 최근 허버트 디스 폴크스바겐 CEO는 “채터누가 공장 규모를 두 배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폴크스바겐

유럽 최대 자동차 제조사인 폴크스바겐은 최근 들어 대미(對美)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 지난 3월 2030년까지 미국에 71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한 데 이어 지난 4일에는 허버트 디스 CEO(최고경영자)가 나서 “테네시주(州) 채터누가에 있는 공장 규모를 두 배로 늘리고 두 번째 공장을 건설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 팬데믹 이후 유럽과 중국에서 생산 중단을 겪은 폴크스바겐은 미국 투자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을 다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폴크스바겐만이 아니다. 반도체 분야에선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가 1000억달러를 들여 애리조나주(州) 피닉스 등지에 6개 공장을 짓기로 했고, 경쟁자인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2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을 착공한다. 차세대 핵심 산업인 전기차·배터리 분야 기업들의 대미 투자도 한창이다. 일본의 도요타·파나소닉, 중국 CATL, 한국 현대차와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수많은 기업이 미국 내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의 제조업 투자가 미국으로 몰려들면서 미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높은 인건비 때문에 한때 미국을 등졌던 기업들은 트럼프 정부 시절부터 이어진 리쇼어링(생산 기지 본국 회귀) 정책 때문에 이미 미국으로 발길을 돌리던 중이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코로나 봉쇄(제로 코로나 정책)가 터지자 기업들의 미국행이 더 빨라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유럽과 중국의 두 전쟁(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 전쟁)이 투자처로서 미국의 매력도를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 전쟁·코로나 봉쇄로 반사이익

글로벌 기업들의 최대 투자처였던 중국은 코로나로 인한 봉쇄가 지속·확산되자 기업들이 속속 철수 중이다. 주중(駐中) EU(유럽연합) 상공회의소가 지난 5일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372개 기업 중 중국 철수를 고려하는 기업은 23%에 달해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조르그 우트케 주중 EU 상공회의소 의장은 “비교적 저렴하지만 마비된 시장보다는 비싸더라도 제대로 기능하는 시장이 낫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발을 빼긴 했지만, 유럽 역시 우크라이나 사태로 경영 여건이 악화된 것이 부담스럽다. 그렇게 해서 제3의 대안으로 기업들이 선택한 곳이 미국이다.

가령 세계 최대 보석상으로 꼽히는 덴마크 기업 판도라의 알렉산더 라식 CEO는 지난 4일 열린 올해 1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기존 중국 사업 확장 계획을 보류하는 대신 미국 서해안을 중심으로 32개의 매장을 인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2020년 미국 사업장 대부분을 매각했던 유럽 최대 철강회사 아르셀로미탈은 지난달 연간 200만t의 철강 원재료를 생산하는 텍사스주 코러스크리스티의 공장 경영권을 인수하며 미국 복귀를 선언했다.

◇중국 넘어선 대미 직접 투자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부터 글로벌 기업들은 미국으로 몰려드는 중이었다. 미국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해온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정책이 힘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트럼프 지우기’에 나선 바이든 정부는 미국 내 공급망과 일자리 확보를 위해 리쇼어링 정책만큼은 ‘한술 더 뜬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계승·강화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작년 1월 말 서명한 행정 명령이 대표적이다. 연간 약 6000억달러 규모의 연방정부 조달에서 미국산 구매 비중을 높이고 미국산 제품에 대한 심사 기준을 까다롭게 한다는 내용이다. 현재 미국산 제품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미국에서 생산된 부품의 비율이 전체 부품의 55% 이상을 차지해야 하는데, 이 명령에 따라 오는 10월부터는 이 비율이 60% 이상으로 상향 조정된다. 2024년에는 65%, 2029년에는 75%로 더 오른다. 가격을 더 비싸게 쳐주는 미국산 제품으로 인정받으려면 다국적기업들은 어쩔 수 없이 미국 현지 부품 조달을 늘리고 미국에 생산 기지를 늘려야 한다.

바이 아메리칸 발표 뒤 해외 기업들의 미국 직접투자는 실제 급격히 늘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달 발표한 FDI(외국인직접투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 대한 FDI는 3819억3300만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투자가 이뤄졌다. 전년도(1643억9600만달러)와 비교하면 무려 132% 늘어난 실적이다. 같은 기간 중국에 대한 FDI는 3339억7900만달러로 32% 증가에 그쳤고, 유럽은 1382억9000만달러로 되레 29% 줄었다. 한국도 지난해 대미투자액이 371억달러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경기 떠받치는 FDI의 힘

급증한 제조업 투자는 미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원동력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19일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작년보다 3.7%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플레이션 때문에 종전 전망보다 0.3%포인트 하향하긴 했지만, 팬데믹 기저효과가 있었던 작년(5.7%)을 제외하면 20년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유로존(2.8%)이나 일본(2.4%), 한국(2.5%) 등 다른 선진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와 견줘도 훨씬 높다. 미국의 1분기 성장률이 -1.4%(전분기 대비 연율)로 역성장했는데도 경기 전망이 나쁘지 않은 것은 개인 소비와 함께 기업 투자가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1분기 미국의 개인 소비지출과 고정투자는 각각 1.83%, 1.27% 증가했다.

반면 고속 성장의 대명사였던 중국은 해외 자본 이탈과 함께 성장세가 둔화되는 모습이 뚜렷하다. 중국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5.5%로 지난해보다 낮춰 잡았지만, 계속되는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그마저도 달성이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IMF는 올해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보다 0.4%포인트 낮춘 4.4%로 제시했다. UBS·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대부분 중국이 4%대 중반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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