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추락 헬기 탑승' 정비사, 4명에게 새 생명 주고 하늘로

김준호 기자 2022. 5. 19.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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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기증 후 눈을 감은 박병일씨. /박씨 유족 측 제공

경남 거제시 선자산 정상 부근에서 추락한 헬기에 탑승했다 크게 다친 30대 정비사가 장기 기증으로 4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한 뒤 눈을 감았다.

19일 유족 측에 따르면 박병일(35)씨는 이날 부산대병원에서 장기 적출 수술을 받았다.

박씨는 지난 16일 오전 선자산 정상 부근에 추락한 민간 운송회사 헬기 탑승자 3명 중 한 명이다.

당시 사고 헬기는 선자산 등산로 정비에 필요한 자재를 옮기는 작업을 위해 투입됐다가 추락했다.

박씨는 사고 발생 약 2시간 만에 소방당국에 구조돼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로 이송됐지만 머리에 큰 부상을 입고 의식을 차리지 못했다.

의료진으로부터 뇌사 판정을 받은 박씨 유족은 고민 끝에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박씨가 기증한 장기는 심장과 간, 신장이다. 박씨의 장기 기증으로 4명이 새 생명을 얻게 됐다고 전했다.

장기기증 후 눈을 감은 박병일씨. /박씨 유족 측 제공

박씨의 작은아버지 박경식씨는 “넉넉하지 않은 가정형편 탓에 고등학교를 마치자마자 항공 관련 자격증을 따서 육군 항공대 부사관으로 활동하는 등 일찍이 생활 전선에 뛰어들 정도로 착하고 믿음직한 아이였다”며 “7년 간 군 생활하면서 쌓은 정비 경험으로 지금 이 회사 정비사로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씨 부모에게) 소중한 아이지만 고민 끝에 ‘다른 사람 생명이라도 살리자’는 심경으로 장기기증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한편, 사고 헬기는 1969년 미국에서 제작돼 53년 된 노후 헬기다. 경남도가 산불 진화, 산불 공중 계도감시, 행정지원 등을 목적으로 올해 1월 1일 민간 업체로부터 임차해 오는 22일까지 사용하는 것으로 계약했다. 이후 거제시가 지난 4월 26일 행정지원 목적으로 경남도에 헬기 사용 요청을 했고, 경남도는 4월 28일 사용 승인해 사고 당일 거제 거자산 작업에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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