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두 가격 폭등에 소규모 카페 존폐 위기

김동희 기자 2022. 5. 19.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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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역 원두 공급가격 1년 사이 20%↑.. 작황부진 등 원인
가격변동 민감한 소규모 카페 "수익성 날로 악화, 폐업 고민"
사진=대전일보DB

주요 원두 생산지인 브라질 등이 이상기후로 인한 작황 부진을 겪게 되면서 대전지역 일선 카페들의 시름이 깊어졌다. 특히 소규모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가격변동에 민감한 만큼 연일 치솟는 원두 가격에 수익성이 악화되자 '가격인상'과 '가게폐업'을 두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18일 미국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 따르면 지난 3일 국제 원두 가격의 기준이 되는 커피C 선물 가격은 파운드(약 454g)당 218.1센트로, 지난해 같은 날인 138.75센트에 견줘 57.2% 뛰었다.

이는 주요 원두 산지의 작황 부진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브라질 커피산업협회에 따르면 전 세계 원두 생산량의 30%를 담당하는 브라질은 한파와 가뭄 등 이상기후로 인해 커피 생산량이 지난해에 비해 22.6%(4880만 7000포대) 감소했다.

더욱이 커피나무는 다시 심어 열매를 맺기까지 2년 이상이 소요되는 만큼 브라질의 피해에 따른 커피 가격 인상의 장기화가 불가피하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국제 물류망에 차질이 빚어진 것도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된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커피 원두의 가격은 2만 2958원으로 전년 동월(1만 9741원) 대비 16.45% 올랐다. 코로나19 사태 발생 직전인 2019년 10월(1만 7599원)에 견줘 무려 30.42% 치솟았다.

이에 소규모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원두 가격 상승에 따른 타격을 고스란히 받게 됐단 입장이다. 1년 단위로 대량의 원두를 선구매하는 프랜차이즈 카페와 달리 소규모 개인 카페들은 원두 도소매 유통업체에 소량으로 자주 발주를 넣는 방식을 택하기 때문이다.

서구 괴정동 소재 'A'카페는 일주일에 10-12kg의 원두를 사용한다. 이 카페에서 사용하는 원두는 이달 1kg당 2만 6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 1000원)보다 24% 인상됐다. 이전에는 12kg의 원두를 들여오기 위해 25만 2000원을 지불했다면 지금은 31만 2000원에 납품을 받아야 하는 셈이다.

'A'카페를 2년간 운영한 50대 김 모 씨는 "그나마 오래 거래한 업체가 사정을 봐줘서 인상 폭이 다른 가게에 견줘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며 "브라질을 비롯해 베트남, 콜롬비아 등 커피 주요 산지의 작황 부진에 따라 국제 원두 가격이 폭등한 데다 코로나19 여파로 물류 부문에 글로벌 병목 현상이 빚어진 탓에 원두 가격은 지속적으로 오를 전망"이라고 걱정했다.

대전지역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당장 존폐기로에 놓여있다고 호소한다. 대형 프랜차이즈와 달리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카페의 경우 상대적으로 1000-2000원 저렴한 가격을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임대료와 인건비 상승에 원부재료 가격까지 오르면서 경쟁력을 잃고 있는 상황이다.

서구 탄방동에서 4년째 커피 전문점을 운영해 온 심 모(37)씨는 "지역의 원두 공급업체가 최근 원두 생산단가가 20% 올랐다면서 공급 가격을 1kg당 3만 원으로 11%나 인상했다"며 "게다가 라떼 등에 사용하는 우유 가격도 ℓ당 1900원으로 7.9% 인상되는 등 각종 원부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있어 제반 비용이 도저히 감당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심 씨는 "카페를 개업한 이래 단 한 번도 가격을 인상한 적이 없었지만 요즘 1000원 인상을 두고 굉장히 고심 중"이라며 "주변 사장님들도 대부분 가격을 인상할지, 혹은 완전 폐업을 할지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바리스타 전문 교육기관을 운영 중인 한 관계자는 "기존에 저렴한 값으로 커피를 판매했던 점주들이 원부재료 값 상승분을 가격에 바로 반영할 경우 소비자들의 반감을 살 우려가 있다"며 "더구나 저가의 소규모 개인 카페는 이미 과포화 상태이기 때문에 폐업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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