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훈 칼럼] 육사 이전의 불편한 진실

곽상훈 기자 2022. 5. 19.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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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장관 부정 발언 혼란
되레 정치적 이용 우려 제기
대통령 국정방향 틀 수 없어
곽상훈 남부지역본부 부국장

육군사관학교 충남 논산 이전에 험로가 예상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 공약을 군 수뇌부가 정면으로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대통령 공약을 국방부 장관이 뒤집는 형국이 조성되면서 충청권 최대 현안인 육사 논산 이전이 자칫 물거품이 되는 게 아니냐 하는 우려가 팽팽하다.

육사 이전은 지난 대선에서 핫이슈였을 만큼 뜨거웠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논산·계룡 국방산업클러스터를 약속했고, 민주당 후보로 나섰던 이재명 상임고문은 육사 안동 유치를 선언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대선이 윤 대통령의 승리로 끝나면서 육사 이전 문제는 자연스럽게 논산 유치로 가닥이 잡혔다. 대통령직인수위까지 육사 논산 이전을 확정 발표함으로써 쐐기를 박은 것이다.

그럼에도 국방부 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 대통령 공약과 배치되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혼란을 주고 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육사 이전과 관련한 야당 의원의 질문을 받고 "육사 이전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현재의 위치에 있는 게 맞다. 육사를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것이다.

일찌감치 육사 유치를 선언한 충남도와 논산시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충남과 논산 입장에서 보면 장관이 초를 친 격이다. 육사 40기 출신으로 개인적 의견일 수 있겠다 싶지만 대통령 공약을 이행해야 할 장관이 공적인 자리에서 할 발언은 아니라는 것이다. 차라리 실언이었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으리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과 지역에선 거친 반응이 나왔다. 이 장관의 발언은 충청인을 우롱한 것이라면서 새 정부는 충실하게 대통령 공약 이행에 나서라고 압박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육사 논산 이전에 한 목소리를 내 온 충남지사 후보들도 불만을 터뜨렸다.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논산과 계룡 지역 표심에 영향을 미칠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여야 후보 모두 공약 이행을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민선 7기 동안 꾸준히 추진해 온 충남도 실무진에선 육사 이전을 위해 국방부와 접촉을 가져야 만 되는데 장관이 반대 의견을 피력한 만큼 직원들이 협의에 나설지 의문이라며 우려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1946년 개교한 육사는 각종 시설 노후화와 군사교육과 훈련시설 부족 등으로 미래 정예장교 양성 교육 여건이 열악한 상황이다. 그런 만큼 기존의 육사 입지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고 최첨단 교육기반 확충과 국방 관련 기관과의 협력 강화 등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비전이 필요한 시기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지만 기존 시설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문제는 쉬운 게 아니어서 공론의 장이 필요하다. 지난해 열린 정책 토론회는 그런 점에서 유의미한 교훈을 주고도 남는다.

육사 논산 이전 당위성은 차고도 넘친다. 논산에는 국방대학교와 육군훈련소, 항공학교를 비롯해 계룡에는 군 심장부인 3군 본부와 공군기상단 등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국방 특성화 지역이다. 여기에 2014년 착공을 앞두고 있는 논산 국방 국가산업단지 조성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면 국방수도 완성에 당위성을 더해 준다. 논산과 계룡, 대전을 잇는 국방클러스터가 갖춰지면서 일약 국방수도 그림이 완성된다는 것이다.

다행인 것은 여당의 충남지사 후보가 윤 대통령의 의중을 재차 확인한 것으로 알려져 이 문제 주도권이 충남도로 넘어온 듯하다. 장관의 청문회 발언으로 소동이 인 것은 유감이지만 되려 그의 발언이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 장관 말처럼 육사 이전 문제는 정치적으로 활용돼선 절대 안 된다.

그런데 일각에선 그의 발언이 오히려 정치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예상하건 데 육사 출신 예비역 장성들의 반대가 만만찮을 것이다. 그런 만큼 새 정부에선 좌고우면 하지 말고 충청인과의 약속을 지키면 된다. 장관의 발언이 대통령의 국정 방향을 틀 수 없다는 점에서 윤 정부는 500만 충청인의 염원을 저버리지 않고 육사 논산 이전을 정상 추진해야 한다. 곽상훈 남부지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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