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얼굴 [오성주의 착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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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생활 주변에서 발견되는 흥미로운 착시현상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시 동료 정치인들로부터 미움을 받았지만 지금은 많은 정치인들이 그의 정신을 따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처럼 말이다.
대통령이 고민하는 사회 현상은 최상위에 있는 창발이다.
과연 새 대통령이 퇴임 후 좋은 얼굴로 평가받게 될까? 지금 답을 알 수 없지만, 그것은 대통령의 시간을 통찰하는 정치력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 정치인, 공무원, 주변국 모두가 함께 노력하여 만들어내는 창발 현상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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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생활 주변에서 발견되는 흥미로운 착시현상들. 서울대 심리학과 오성주 교수가 ‘지각심리학’이란 독특한 앵글로 착시의 모든 것을 설명합니다.
지난해, 연일 대통령 후보들이 등 떠밀려 나왔다 루머를 못 이기고 며칠 만에 사퇴하곤 할 때, '이러다 나 같은 사람에게까지 순서가 오겠군!' 하고 스스로 농담을 한 적이 있다. 대통령 후보로 나서면 언론과 사람들이 가만두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인공지능이 가장 먼저 필요한 곳은 자동차나 산업 분야가 아니라 정치 분야일지 모른다. 인공지능 대통령은 최소한 과거 행적에 대한 의심과 갈등을 만들어내지 않을 것이다. 대체로 대통령의 인기는 취임 초기에 높았다 서서히 낮아지는데, 시간의 핸디캡이 작용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삶은 늘 생생한 고통이 따르고 고통은 현재의 것이다. 현재의 고통은 현직 대통령을 평가할 때 전가되는 반면, 퇴임 대통령을 평가할 때는 기억에서 희미해진다. 즉, 현재는 고통에 가깝고 과거는 그리움에 가깝다. 퇴임 대통령을 평가할 때는 삶의 맥락보다는 역사적인 맥락으로 보는 경향이 커진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시 동료 정치인들로부터 미움을 받았지만 지금은 많은 정치인들이 그의 정신을 따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처럼 말이다.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시간에 달라짐을 '하이브리드 이미지'라는 이미지 합성법으로 표현해 보았다. 맨 왼쪽의 사진을 가까이에서 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보이지만, 멀리서 보거나 곁눈질로 보면 김대중 전 대통령이 보인다. 두 사람의 얼굴은 다르지만 정치적인 면에서 크게 닮았다고 평가된다. 긴장 속에 살면서도 마음 한편에 낭만이 있어 유머가 괜찮았다는 점도 닮았다. 이 사진에는 오른쪽에 보이는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 얼굴이 각각 가늘고 선명한 윤곽과 두껍고 흐린 윤곽으로 중첩되어 있다. 합성된 사진을 가까이에서 보면 선명한 윤곽이 의식되지만 멀리서 보면 흐린 윤곽이 의식된다. 연구에 따르면, 흐린 윤곽은 0.1초도 걸리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처리되고, 선명한 윤곽은 훨씬 긴 시간이 걸려 처리되는데, 이 각각을 처리하는 신경이 눈과 뇌에 따로 존재한다. 흐린 윤곽은 의식은 잘 안되지만 장면의 전체적인 맥락을 제공하거나 빠르게 날아오는 물체가 자세히 보이지 않아도 몸을 재빨리 피할 수 있도록 해준다.
창발이란 두 개 이상의 요인들이 모여 만든 새로운 현상이다. 아미노산이 모여 단백질을, 근육과 뼈가 만나 몸을, 뇌, 몸, 땅이 만나 걸음이 창발된다. 물질, 생명, 몸, 마음, 사회 현상 등의 순으로 창발은 복잡해지며 예측이 점점 어려워진다. 대통령이 고민하는 사회 현상은 최상위에 있는 창발이다. 간단한 행정명령으로 좋은 효과가 금방 나타나기도 하지만, 사회 문제는 대체로 수많은 원인들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해결이 어렵다. 지난 정부에서 집값을 안정시키려고 수많은 시도를 했지만 결국 '집값'이란 엄청나게 복잡한 창발 현상임을 보여줬을 뿐이다. 우리들은 사회 현상이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낮은 수준의 창발보다도 통제와 예측이 더 쉬울 것이라는 착각을 하곤 한다. 사회 문제가 고도의 창발임을 안다고 해서 문제를 푸는 데 큰 도움은 안 된다. 다만, 조급함을 낮추고, 근본적이고 멀리 내다보는 수를 생각하는 가능성을 높여 줄 것이다. 이제 우리는 새 대통령과 함께 살게 되었다. 과연 새 대통령이 퇴임 후 좋은 얼굴로 평가받게 될까? 지금 답을 알 수 없지만, 그것은 대통령의 시간을 통찰하는 정치력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 정치인, 공무원, 주변국 모두가 함께 노력하여 만들어내는 창발 현상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오성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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