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식 코로나 극복법은? 김정은 '애민정신'과 '책임 떠넘기기'

정승임 2022. 5. 19. 19:5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북한 지도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초래한 '체제 위기' 극복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국가정보원도 19일 북한이 코로나19 방역에 자신감이 붙어 남측의 지원 제의에 호응할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현재 확진자 대신 발열자 수치만 발표하는 북한 당국의 집계에 코로나19 감염이 아닌 수인성 전염병 환자도 적잖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정원 "北 체제 위협 '변란' 없을 듯"
북한 황해남도 주민들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코로나19 발열 의심자를 위해 내놓은 상비약품을 받고 만세를 부르고 있다. 평양=노동신문 뉴스1

북한 지도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초래한 ‘체제 위기’ 극복에 사활을 걸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방역대전의 전선 사령관’으로 칭하며 그의 명령에 따라 사흘 만에 의약품 수급이 안정됐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의 영도력과 애민정신을 동시에 부각하면서 민심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론 감염병 사태의 근본 책임을 간부들의 무사안일과 무능에 돌려 대규모 문책을 시사했다. 강온 대책을 적절히 섞어 체제 동요를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의도가 묻어난다.

국가정보원도 19일 북한이 코로나19 방역에 자신감이 붙어 남측의 지원 제의에 호응할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대외지원을 받더라도 한미는 중국과 국제기구 다음이라는 결론이다.


달래고 어르고... '내부 단속' 안간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내놓은 1호 상비약을 받고 기뻐하는 북한 주민들. 평양=노동신문 뉴스1

북한 매체들은 이날 김 위원장의 애민정신과 방역 성과를 전하는 데 집중했다.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내놓은 ‘1호 상비약’을 받고 만세를 부르는 주민 사진을 집중적으로 실었다. 또 격리병동이 전역에서 증설됐고, 소독약 생산에 필요한 소금 수천 톤을 평양으로 긴급 수송하는 등 방역이 일사천리로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고지도자의 지도력 덕분에 “방역전선에서 승세를 확고하게 잡았다”는 진단이다.

이날 집계된 신규 발열환자는 26만2,000여 명. 전날(23만여 명)보다 다소 늘었지만, 북한 당국은 15일 39만여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만 명대를 유지하고 있는 정체 흐름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내부 불만을 잠재우는 다른 한 축은 ‘책임 떠넘기기’다. 신문은 이날도 “일군(간부)들이 인민의 생명 안전을 전적으로 책임진 입장과 자기 직분을 다하지 못했다”며 느슨한 공직 기강을 문제 삼았다. 김 위원장도 앞서 “국가 위기대응능력의 미숙성과 간부들의 해이가 초기 시련을 불렀다”면서 위기 대응능력의 부재를 질타했다. 내달 상순 예정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사실상 대대적 문책을 예고한 것이나 다름없다.


국정원 "한미는 北 외부 지원 마지막 순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7일 마스크를 벗고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TV 연합뉴스

정보 당국은 방역 전쟁에 자신감을 보이는 북측 주장을 어느 정도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우선 매일 내놓는 환자 집계도 외부 지원을 호소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내부용’으로 판단했다. 국회 정보위 여당 간사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국정원 보고 후 브리핑에서 “민심 통제를 위해 수치를 발표한 것으로 파악된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국정원은 또 “대외지원 호응 1순위는 중국이고, 그 다음이 국제기구, 미국과 한국은 제일 마지막일 것”이라며 “남측의 지원 제의도 실질적으로 거부한 게 아닌가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최후 보루는 중국이다. 하 의원은 “온도계는 최근 중국과 기차 왕래를 통해 충분히 반입됐고, (북한이) 중국 의약품을 지원받아 해결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불안 요소는 물론 있다. 국정원은 북한 내 코로나19가 5월 말에서 6월 초 정점을 찍을 것으로 추정했는데, 여전히 확진자조차 가려내지 못하고 있다. 국정원은 코로나19 확산 이전에 북한에서 이미 “백일해, 홍역, 장티푸스같이 물을 통해 옮기는 ‘수인성 전염병'이 상당히 확산돼 있었다”는 내용도 공개했다. 현재 확진자 대신 발열자 수치만 발표하는 북한 당국의 집계에 코로나19 감염이 아닌 수인성 전염병 환자도 적잖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를 대입하면 북한에서 10세 미만 사망자가 유독 많이 나온 것도 설명 가능하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박재연 기자 replay@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