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견을 듣는다] "내년 하반기 세계경제 침체.. 尹, 과감한 구조조정할 수 있을지 걱정"
美 연준, 내달초에도 빅스텝 예상.. 7월 이후엔 베이비스텝으로 시장 상황 지켜볼 듯
코로나 진정·미중 패권 전쟁 등 공급망 교란 지속.. 원자잿값 인상 여부가 최대 변수
[]에게 고견을 듣는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저는 모든 것이 거품이다. 이렇게 말씀드려요. 지금은 역사적 과부채 시기입니다. 이미 미국에서는 채권시장이 붕괴됐습니다. 다음이 주식, 부동산 차례입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기업, 가계, 정부 모두 부채 위에 서있어요. 그런데 금리인상은 불가피합니다. 주식이 꺼지고 있고 부동산 가격은 변곡점에 와있습니다. 위기가 다가오고 있어요. 내년 하반기 세계적 경제 침체가 예측됩니다."
'닥터 둠'으로 불리는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정부, 가계, 기업 등 경제주체들에게 안전벨트를 단단히 메라고 경고한다. 5월 초 미 연준(Fed)이 0.5%포인트 금리를 올리면서 글로벌 경제는 고물가 발(發) 긴축 국면으로 본격 진입했다. 미국은 40년래 가장 심각한 인플레다. 한국도 13년 만의 고물가로 민생경제가 수축되고 있다. 글로벌 경제 제반 경제 요소들의 부정합이 심각해지는 때에 금융시장 해석력과 경제 실물 및 이론에 밝은 김 교수로부터 경기진단을 들었다. 19일 통계청이 1분기 가계총소득이 작년 동기 대비 10.1% 늘었다고 발표했지만, 김 교수는 "거리두기 완화와 기저효과 덕이 크다"며 "고물가로 인한 본격적인 소비 위축이 본격 도래하기 전 지표"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글로벌 경제에 가장 광범위하고 깊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팬데믹 극복 과정에 엄청나게 불어난 부채"라고 단언했다.
대담 = 이규화 논설실장
"거품이 꺼질 때 연착륙은 없습니다. 다만,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미리 미리 대비하는 것이 최선이에요. 부채는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해결될 수 없거든요. 윤석열 정부가 민간 주도의 '활력 경제'로 나아간다고 하는 것은 바른 방향이에요. 그러나 여기에는 구조조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구조조정하려면 초기에 욕을 많이 얻어먹을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지금까지 못 해왔지 않습니까. 과연 윤석열 대통령이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지요."
인터뷰는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 지암남덕우경제관 김 교수 연구실에서 가졌다.
-내년 하반기 경제 침체가 온다고 줄곧 말씀하셨는데요.
"2000년대에 들어 세 번의 위기가 있었지 않습니까. 2000년 IT 버블 붕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 위기인데요, 이때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통해 정말 경기를 빠르게 회복시켰습니다. 위기 때마다 정부가 돈을 많이 쓰다 보니 정부가 너무 부실해졌어요. 코로나 위기 때는 세계적으로 중앙은행이 돈을 너무 많이 풀었어요. 사실 미국 통화량 증가추세를 보면 수직에 가깝거든요. 그러다 보니 자산 가격 거품이 발생했어요. 위기를 극복했지만 전 세계 경제에 부채가 많아졌어요."
-전 세계적 과다 부채를 가장 큰 문제로 봐야겠군요.
"과거를 보면 역사적으로 부채가 지역적인 문제였어요. 남미 재정위기, 그리스 재정위기 등 지역적인 문제였는데 이번엔 전 세계 국가가 똑같이 부채가 증가해 버렸거든요. 저는 '모든 것이 거품이다' 이렇게 말씀을 드리는데, 특히 미국 채권시장에서 엄청난 거품이 발생했고 거품이 붕괴됐거든요. 예를 들어 미국 10년 국채수익률이 2020년에 0.53%까지 떨어졌죠. 지금 3.1%까지 올랐으니 채권 투자자들은 엄청 손실을 입은 거예요. 채권시장 거품이 붕괴되고 이제 주식시장에서 거품이 붕괴되는 과정이라고 보고 있어요."
-주식시장도 거품이 끼어있나요.
"주식시장을 보통 버핏 지수(한 국가의 주식시장 전체 시총을 GDP로 나눈 값)로 평가하는데 미국 주식시장 시가총액이 작년 4분기 기준으로 GDP 대비 334%였어요. 2000년 IT 거품 붕괴 직전에는 210%였고요. 지난 10년간 평균이 180%였거든요. 그래서 지나치게 많이 올랐다고 보는 겁니다. 그래서 나스닥 거품 붕괴가 시작했고 그 다음에 S&P500 지수도 많이 떨어졌어요."
-올해 S&P500 지수는 18%, 나스닥은 28% 가량 떨어졌는데, 아직 바닥이 아니라고 보십니까.
"약간의 반등은 올 텐데, 저는 아직 거품이 해소가 안 됐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제 부동산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사실 우리 집값이 많이 올랐다고 하지만 미국 집값이 더 많이 올랐어요. 미국 20대 도시 주택가격 지수인 케이스-실러 지수가 2012년 3월에 저점이었습니다. 올 2월까지 데이터가 발표됐는데 무려 119%나 올랐거든요. 2006년까지 집값이 한 2배 오르고, 그 다음에 미국 금융회사들이 집을 담보로 대출해준 금액을 파생상품 만들어 집값이 떨어지니까 2008년 위가가 발생하지 않습니까? 사실 명목 가격은 그때보다 훨씬 더 많이 올랐고요. 물가를 고려한 실질 가격도 사상 최고치거든요.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발생했다는 겁니다."
-채권시장 붕괴가 주식시장으로 옮겨 붙고 다시 부동산으로 전이된다는 건가요.
"지금 그 두 개가 다 거품이라는 겁니다. 주식 부동산 이 두 개가 꺼지면 급격하게 소비가 위축될 수밖에 없고요. 그래서 내년에는 실물 경제가 상당히 어려울 수 있다는 겁니다. 최악의 경우 마이너스 성장할 수가 있다고 보는 겁니다"
-올해 정부 GDP 성장 목표치가 3.1%인데, 얼마 전에 IMF(국제통화기금)가 자체 목표 3.0%에서 0.5%포인트나 낮췄거든요. 그것도 힘들겠군요.
"그것보다 조금 낮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1분기 경제 성장을 보면 전 분기 대비 0.7% 성장했는데요, 소비와 투자가 감소했어요. 수출의 성장 기여도가 1.4%포인트거든요. 그런데 지금 세계 경제가 둔화되고 있죠. 원자재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수입이 많이 늘고 있습니다. GDP를 구성하는 수입은 마이너스 항목이거든요. 수입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아마 경제 성장이 그것보다 더 낮아질 것 같아요. 내년에는 더 낮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잠재성장률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 것도 심각합니다.
"저는 구조적으로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너무 빨리 떨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어요. 제가 추정해 보니까 1.9% 나와요. 그런데 미국이 2.0%이거든요. 미국보다도 낮은 겁니다. 10년 후에는 미국이 1.7% 정도로 미 의회에서 추정하고 있는데, 한국은 한국금융연구원에서 추정한 바에 따르면 1.0% 정도거든요."
-급전직하군요.
"IMF가 1980년부터 세계 경제성장률을 발표하는데요, 2009년까지는 우리 연평균 성장률이 7%였어요. 1980년에서 2009년까지 세계 평균이 3.4%였거든요. 우리가 세계보다 2배 이상 성장했죠. 그런데 2010년부터 2021년까지는 우리 연평균 성장률이 3.0%입니다. 세계 평균이 3.3%이에요. 그런데 앞으로 10년은 우리가 미국보다 성장률이 떨어질 거라는 거죠.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재직 기간 GDP 성장률을 보면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성장률이 계단식으로 떨어졌거든요. 박근혜 정부 때 3% 조금 넘었고 문재인 정부는 2.3%거든요. 그래서 이번 정부에선 그럴 계단을 한 번 올라갔으면 하는 게 정말 소원이에요. 그런데 제가 앞으로 5년을 추정해보면 잘해야 2%예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첫 주에 추경 임시국무회의와 거시금융점검회의를 주재했습니다. 윤 정부는 민간 주도 경제를 내세우고 있는데요,
"그 점은 긍정적이라고 보는데, 문제는 구조조정을 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한국은행이 작년에 각 분야 대표적 2500개 기업을 조사해 보니까 39%가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었어요. 39% 기업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다는 겁니다. 억지로 버티고 있는 거죠. 경제가 좋아지면 그 기업들이 살아날 수가 있는데요, 경제가 더 나빠지고 있어요. 그래서 구조조정을 과연 할 수 있을 것인가, 구조조정하려면 초기에 욕을 많이 얻어먹거든요. 그래서 지금까지 못 해왔지 않습니까."
-민관합동위원회를 만드는 등 민간의 의사를 적극 듣고자 하는 의욕이 보이는데요.
"지금 채권단 은행하고 정부 관련 기관들이 구조조정 계획을 세우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기준을 설정하고 있더라고요. 다행입니다, 물론 해당 기업들한테는 뼈아프지만. 구조조정을 하고 새롭게 태어나야 되거든요. 그 아픔을 국민들한테 얘기를 하고 '이건 해야 된다'고 솔직하게 털어놔야 합니다.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한 시기예요. 서로 양보하고 구조조정하고 그 다음에 '미래 성장을 보자' 이렇게 대통령이 얘기를 해야 합니다. 구조조정 해서 경제성장률 계단을 한 단계 올라서보자 이렇게 설득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도 계속 더 어려워질 것 같습니다."
-우선 정부부터 솔선해야 할 것 같은데요, 추경호 부총리가 370개 공공기관에 대해 대대적 개혁을 하겠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당장 구조조정하면 많은 사람들이 또 직장을 잃거든요. 지금 상당히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고 내년에는 경제가 더 어려워질 거라 보고 있거든요. 아까 말씀드렸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지리라고 보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과연 구조조정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걱정은 되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하고는 넘어가야 될 것 같습니다."
-최근 10여년 만에 환율이 최고 수준으로 올랐습니다.
"환율에 대해서는 저는 큰 걱정 안 합니다. 일시적으로 1300원 넘을 수는 있는데요, 환율이라는 건 상대적이거든요. 우리 지금 환율이 오른 것은 달러 가치가 오르기 때문인데, 달러 가치가 오르는 기본적인 두 가지 요인이 있어요. 하나는 미국이 계속 금리를 인상하지 않습니까. 돈이라는 게 눈이 있어 가지고 수익률 높은 데로 이동하니까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미국으로 갑니다. 그 다음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이 굉장히 불안해졌지 않습니까. 달러가 안전자산이니까 달러 가치가 오르는 겁니다. 그런데 미국 사람들이 현재까지는 소비를 많이 해가지고 미국 대외 불균형이 너무 심화되고 있어요."
-미국 달러 가치가 계속 오를 수는 없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지난 3월 저는 미국의 무역수지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3월 한 달 무역수지 적자가 1098억 달러입니다. 사상 최대치입니다. 3월까지 누적을 보니까 2888억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42%가 증가했어요. 그런데 미국이 그렇게 무역수지 적자가 나도 어떻게 버티고 있느냐 하면, 우리가 왜 '서학개미'라고 하는 것처럼, 우리가 미국에 수출해서 돈 벌어서 그 돈으로 미국 주식 사주고 채권 사주고 있거든요. 중국도 그러고 있고요. 계속 미국 채권을 사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버티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미국 주식시장 거품이 붕괴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직도 희망이 있어서 미국 주식 계속 사고 있지만 미국 주식시장으로 돈이 안 들어가면 결국은 경상수지 적자가 줄어들어야 되거든요. 미국 사람들이 소비와 투자 줄일 수밖에 없어요."
-코로나에서 벗어나면서 미국 소비와 투자는 작년에 이어 올 1분기까지는 계속 늘어났는데요.
"미국이 지금은 소비가 계속 늘어나고 있죠. 설비투자 증가도 계속 일어나고 있어요. 미국은 우리나라하고 정반대예요. 미국이 지난 1분기 연율로 마이너스 1.4% 성장했는데 소비는 2.7% 증가했어요. 투자도 증가했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순수출 때문에 플러스 성장했는데 미국은 수입이 워낙 많이 늘어나다 보니까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가 마이너스 32%예요. 수입이 많다 보니까 마이너스 성장한 겁니다. 우리하고 정반대입니다. 2분기 이후로 플러스 성장하겠지만, 과연 미국 소비가 그렇게 증가할 것인가, 소비 심리는 자산 가격하고 상당히 밀접한 영향이 있거든 요."
-결국 아까도 말씀하셨지만, 과다 부채로 자산가격 버블 붕괴 리스크가 만악(萬惡)의 근원인 셈이네요.
"주가가 떨어지고 소비심리까지 위축되고 있는데, 집값마저 떨어지면 소비심리가 위축돼요. 미국 고용 사정 좋다고 그러지만 미국 사람들이 그렇게 일을 많이 안 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고용률이 2008년에 거의 68%까지 올라갔어요. 그런데 현재는 62%밖에 안 되거든요. 미국 사람들이 일을 별로 안 하며 살고 있습니다."
-미국정부가 대대적으로 뿌린 팬데믹 지원금으로 살고 있는 건가요.
"작년 3월에 미국 정부가 부자들 제외하고 인당 1400달러씩 줬거든요. 또 실업수당도 많이 올려줬지 않습니까. 그걸로 지금 소비하고 있는 것 같고. 그 다음에 이번 코로나를 거치면서 미국 사람들이 100만 명 이상 죽었거든요. 2차 세계대전 때 한 42만 명 죽었다고 해요. 그만큼 생산력이 감소한 거지요. 또 이렇게 죽어가는 걸 보면서 사람들이 직장 다니면서 열심히 일하며 살 필요 없다고 느끼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러다 보니까 소득이 줄어들었지요. 1인당 실질 가처분 소득이 작년 3월에 특수한 경우지만, 정부가 돈을 써가지고 연율로 하니까 5만 8000달러였어요. 그런데 올 2월 데이터 보니까 4만 6000달러로 줄어들었어요. 과거 평균보다도 오히려 더 줄었어요. 미국 사람들이 쓸 돈이 없으면 일하러 나오기는 나올 테지만 소비는 줄 수밖에 없죠. 그리고 코로나 때문에 집에 있으면서 소비를 안 했거든요. 그래서 가계저축률이 한때 20%가 넘었어요. 그런데 올 통계 보니까 6%대로 떨어졌습니다. 과거 평균보다도 낮아졌어요. 그동안 벌었던 돈과 정부가 준 돈 다 써버렸다는 거죠. 여기서 자산 가격까지 떨어지면 소비가 줄어들 수밖에 없고, 미국 GDP에서 소비가 70%를 차지하고 있어요. 우리는 작년 기준으로 46%입니다. 그러니까 얼마나 미국이 소비에 의존하는 경제인지 알 수 있죠. 미국 같은 경우는 참 특이한 경우입니다."
-이달 초에 미 연준(Fed)이 금리를 0.5% 포인트 올렸습니다. 6월 초에도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할 거로 보이는데요.
"6월에는 빅스텝을 할 것 같습니다. 저는 7월에 0.25%포인트 정도라고 예상하는데, 지금 연준이 고민이 많을 거예요. 물가가 오르는데 경기는 나빠지니까 그래서 가장 중요한 목표가 물가 안정이지 않습니까. 40년 만에 높은 수준이거든요. 그렇지만 7월에는 경제지표가 많이 둔화되는 걸 확인하리라고 봐요. 물가 상승률도 현재 8%대에서 7%대 중반쯤으로 떨어질 거로 보고 있어요. 저는 7월부터는 빅 스텝은 못하고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 정도 올리면서 상황을 좀 지켜보지 않을까 보고 있습니다."
-교수님은 그 부분에서는 비둘기(완화적 기조)시네요.(웃음)
"그만큼 앞으로 경기가 매우 비관적이라는 겁니다. 저는 내년에는 금리를 인하해야 될지 모른다는 보고 있어요. 좀 심각하게 보고 있거든요. 미국 물가가 얼마나 떨어지냐 그게 문제인데 저는 올 12월에 한 4% 초중반까지 떨어지라고 봅니다."
-소비가 줄면 물가도 자연스럽게 떨어지지 않겠습니까.
"그렇습니다. 내년에 경기 침체 가능성이 매우 높거든요. 저는 내년 하반기 가면 세계 경제가 디플레이션을 우려해야 할지 모른다고 봅니다. 그렇게 세계 경제가 빨리 변하고 있다는 거죠. NBER(전미경제연구소)이 미국 경제 확장과 수축 국면을 발표하거든요, 정말 놀라운 게, 2020년 코로나 때 3~4월 단 두 달만 수축 국면이었어요. 역사상으로 두 달로 이렇게 짧은 적은 한 번도 없었거든요. 보통 수축국면이 평균 15개월 정도 가는데 말이죠. 1900년대부터 쭉 장기 평균이 그렇습니다. 그만큼 정부가 돈을 많이 써서 경기를 돌려놨다는 거죠. 중앙은행도 돈을 많이 풀어버렸다는 거고요.그 때문에 그 부작용이 지금 심각하다는 거죠. 사실 그때 고통스럽지만 더 침체에 빠지고 더 진통을 겪었어야 되는데…."
-비계가 덜 빠졌다는 말씀인가요.
"예, 구조조정이 되어 살도 빠지고 비계도 빠지는데 덜 빠졌다는 겁니다. 지금 미국 기업 부채가 GDP 대비 한 50% 정도 되거든요. 물론 다른 나라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낮지만 미국의 과거와 비교해 보면 역사상 최고치입니다. 과거 장기 평균이 한 39% 정도 되거든요. 저는 미국 정부가 경제 주체 구조조정을 너무 빨리 지원해 버리지 않았나 싶어요. 경제정책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시장에 좀 맡기고 기다려보는 것도 하나의 방책이에요. 파월 연준 의장이 작년 3분기 이전까지만 해도 물가 상승이 일시적이라고 했거든요. 그러면서 우리 주가는 떨어지는데 미국 주가만 많이 올랐지 않습니까."
-한국 서학개미들이 미국 주식 많이 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 주가는 안 좋으니까 미국 주가 좋다고 미국 주식 투자했지 않습니까. 그런데 지금 거의 30%까지 손해 봐 있을 거예요. 지난 3월 통계까지 보니까 우리나라 서학개미들이 많이 산 15개 종목의 마이너스 수익률이 21%더라고요. 근데 그때보다도 지금 기술주들이 훨씬 더 떨어졌지 않습니까."
-미국도 그렇지만 지금 코스피는 고점 대비 올 들어 20% 이상 하락했거든요. 주식투자자들 시름이 깊은데요.
"저는 일평균 수출금액 갖고 주가지수를 보고 있습니다. 코스피하고 상관관계가 0.85나 되니까요. 그걸 갖고 5월 적정 주가를 추산하면 한 2730 정도 나오고요. 10월에는 2900 정도 나오거든요. 그리고 내년에는 본격적인 침체가 오기 때문에 아마 올 연말이나 내년 연초 가면, 한 번 더 급락할 수 있다고 보거든요. 그러니까 제가 어떻게 시기까지 정확히 맞출 수가 있겠습니까마는 어떻든 지나치게 많이 떨어진 낙폭 과대에 따른 반등 국면은 있을 것이다, 이때 주식 비중을 좀 줄이고 내년을 맞이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런 말씀을 많이 드리고 있습니다."
-다음 주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은 거이 기정사실로 보는데, 이창용 한은총재가 빅스텝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거든요.
"당연히 어울릴 것 같습니다. 0.5% 아니고 0.25%로 올릴 텐데, 우리는 빅스텝은 못 할 것 같아요. 왜냐하면 경기도 둔화되고 그래도 우리는 미리 네 차례 올려놨으니까요. 아마 025%포인트 올리고 또 상황을 지켜볼 것 같습니다."
-물가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은 불가피한데, 한편에선 1900조원 가까운 가계부채 이자 부담이 문제입니다. '영끌' 세대는 더 그렇고요. 지금 경제정책이 딜레마에 처했는데요.
"원래대로 하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올리는 통화정책도 하고 긴축 재정도 해야 되죠. 그런데 지금 물가 상승 요인을 보니까 공급측면에서 상승 요인이 많거든요. 국제유가 원자재 가격 올랐죠. 그런데 유가가 오른다고 우리 중앙은행이나 우리 정부가 원유 생산도 늘릴 수 없고 밀 가격 오른다고 해도 밀 생산 늘릴 수가 없거든요.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금리를 올리고 통화를 긴축하고 재정적으로 긴축해야 되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물가를 오르는데 경제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거죠. 재정은 좀 미시적인 거거든요. 예를 들어 한국은행 통화량 줄이고 금리 올리면 모든 경제 주체에 영향을 받는데요. 재정정책은 선별적으로 운영을 할 수가 있어요."
-결국 지금은 경제팀이 미시적인 정책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건가요.
"부자들한테는 돈 안 주고 어려운 사람들한테는 선별적인 지급을 하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재정은 그냥 좀 팽창적으로 운영해야 된다고 봅니다. 그리고 거시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가계는 자금의 잉여 주체예요. 그 다음에 기업이 부족한 주체인데 우리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현금성 자산이 작년 말 보니까 919조 원이나 되더라고요. 기업들이 과거보다 투자를 안 한다는 거죠. 그러면 정부가 돈을 쓸 수밖에 없어요. 정부가 돈을 정말 필요한 데다 잘 써야 되죠."
-기업들이 돈을 쌓아놓고 왜 투자를 안 합니까.
"이번 정부가 시장을 강조하고 규제철폐를 많이 하겠다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그 919조원도 정말 차별화됐어요. 삼성전자 같은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그렇게 많은 돈을 가지고 있고 중소기업은 굉장히 어렵죠. 대기업들한테 투자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규제완화를 해야 합니다. 제가 기업 사회이사도 하면서 보면, 투자는 결국 기업이 다 의사 결정을 하더라고요. 정부는 그냥 간섭 안 하면 돼요. 간섭 안 하고 기업이 뭐 하겠다고 그러면은 제도적으로 뭘 지원해 줄 수 있는가 그런 것만 해주면 되거든요. 기업이 다 투자할 때 있으면 투자하고 알아서 하거든요. 정부는 그냥 규제 안 하고 뒤에서 지켜보면서 기업이 뭐를 하겠다 그러면 그걸 지원해 주고 혹시라도 그걸 하는데 장애요인이 있다면 그걸 풀어주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보고 봅니다."
-구조조정이 과제이긴 한데 기술과 마케팅을 뛰어난데 자금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이 많아요. 그러나 은행들은 수치에 나타나지 않는 이면의 기술과 노하우 같은 요소는 보지 자금 공급을 않거든요. 우리 은행들이 중소기업을 위한 '혈맥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습니까.
"제대로 평가해서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은행이 어느 정도 리스크를 안고 자금 공급에 나서야 합니다. 여러 개 투자해 놓고 그중에 몇 개 기업이 성공하면서 은행도 나중에 이익을 볼 수가 있거든요. 그런데 은행들이 늘 너무 보수적이에요. 최근 은행들 자금운용 패턴을 보니까요 과거보다 기업에 돈을 덜 쓰고 있거든요. 지금 뭐를 하느냐면 채권만 계속 사들이고 있습니다. 가계 대출도 막아놓고 기업도 과거보다 어려운 기업은 돈을 빌려줄 수가 없고 대기업은 돈을 안 갖다 쓰니까 은행이 남은 돈 갖고 채권만 사는 거거든요. 그 일부를 유망한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에 공급을 많이 해줘야 되죠."
-공급망 교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미중패권 경쟁은 하루 아침에 끝날 것 같지도 않습니다.
"전쟁 중이고 코로나도 전 세계적으로 좀 진정되는 느낌이 보이고 있고 그러다 보니까 공급망 문제는 조금씩 풀릴 것 같아요. 그런데 제일 중요한 게 지금 원자재 가격 아닙니까. 우리 기업들을 가보면 상품 수준에선 일정한 가격을 받아놨는데 원자재 가격이 오르다 보니까 이익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가격은 올려야 되는데 수요가 그렇게 많지 않으니까 가격 올리기도 쉽지 않은 겁니다. 결국은 원자재 가격이 어떻게 되느냐가 문제입니다. 세계 경제가 수요가 줄어들면 원자재 가격은 떨어지리라 봅니다."
-구리값이 떨어지고 있어요.
"구리가 원자재 중 세계 경제에 영향을 단기적으로 많이 받죠. 그런 걸 보면 세계 경제 수요가 둔화되고 있고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걸 알 수 있죠. 그러면 공급망 교란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아서 좀 정리가 될 수도 있다고 봐요. 미중패권 경쟁의 이면을 보면, 세계경제가 2001년 이후로 높은 성장을 했는데요. 그건 중국이 WTO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하면서 사실 미국이 중국 가입시켜준 거죠. 그 뒤로 중국이 정말 저임금을 바탕으로 물건을 싸게 생산해서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 다 공급해 줬지 않습니까. 미국 월마트에 진열된 상품 절반 이상이 중국산이라는 말이 나왔죠. 중국이 미국에서 수출해서 번 돈 가지고 미 국채를 사줬고요. 미국 사람들 입장에서는 중국이 물건도 싸게 공급해 주고 또 국채도 사주고 그래서 금리도 낮춰주고 집값도 올려주니 굉장히 행복했었죠. 근데 그걸 막으면 서로 안 좋게 되죠. 이제 그런 시스템이 그런 흐름이 서서히 사라지는 거죠."
-미중 디커플링을 하면서 미국도 고통을 감내해야겠군요.
"미중 패권전쟁은 결국 패권이라는 말 자체처럼 본질적인 거니까 좀 오래 갈 것 같습니다. 금융 전쟁까지 갈 수도 있고 일부 비관론자는 무역전쟁까지 갈 수 있다고 그러는데 하여튼 미중패권 쉽게 끝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중국이 현재 상하이를 계속 봉쇄 중이고 베이징도 거의 봉쇄 수준입니다. 올 중국경제 성장이 3%대로 떨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는데요.
"저는 가능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2008년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전 세계 경제가 굉장히 어려웠지 않습니까 그런데 중국은 2009년 2010년에 9%에서 10% 성장하거든요. 성장 내용을 보면 기업들이 엄청나게 투자를 했어요. GDP에서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 당시 세계 평균이 한 22%인데 중국은 47%까지 가거든요. 그런데 이후 기업들은 생산 능력 늘려놨는데 물건이 안 팔리는 거죠. 그래서 지금 기업이 부실해지고 돈 빌려주는 은행이 부실해지고 있죠. 우리는 IMF 경제위기 때 빨리 구조조정을 했어야 해요. 근데 중국은 빨리 구조조정을 못 한 거죠. 중국은 스스로 구조되니까 구조조정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도 기업부채가 GDP 대비 155%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에요. 결국 기업 부실이 쌓이고 있죠. 이걸 한번 처리하는 과정에서 성장률이 3%로 떨어질 수가 있죠. 대중국 수출이 20%가 넘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과 정부정책도 미리미리 대비를 해야 합니다."
-교수님은 안보 및 경제 측면서 대중관계가 변곡점을 맞는 시기를 맞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이번에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하면 미국 주도의 IPEF(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가 가시화될 텐데요. 새 정부가 적극 참여하기로 했잖아요. 이게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에 경제와 안보를 하나로 접근하는 것인데, 중국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거예요. 그래서 실익도 고려해야 합니다. '안미경중'(安美經中) 완전 폐기는 아니더라도 경제안보를 미국축으로 가져갈 거로 봐요. 그러나 우리 경제에서 중국과 연결된 부분이 워낙 크므로 점진적 엑시트 필요합니다. 중국이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돌파한 게 2019년이거든요. 앞으로 중국경제는 성장률은 떨어지지만 이변이 없는 한 계속 성장할 거예요. 하지만 미국 주도의 경제안보 블록이 형성되면 중국의 비중은 줄어들죠. 경제를 안보와 떼서 생각할 수 없는 시대로 접어드니 한미 안보 공동체를 강화하는 방향은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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