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美대통령 방한] 中, IPEF 주도 美·日에 경고.. 한국엔 회유책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8일 대외무역투자 지원 기관인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 창립 70주년 기념행사에 즈음해 영상 축사를 하고 있다. 베이징 신화=연합뉴스

20일부터 닷새 간 이어지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일 순방 일정이 임박하자 중국이 미국과 일본 정부에 강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번 순방 말미에 출범하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가 사실상 중국을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오자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이다.

반대로 한국을 향해서는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야만 미국과 협상에서 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는 등 설득하는 듯한 메시지를 보냈다.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의 셈법이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19일 중국 관영 통신 신화사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내 최고위 외교 전문 간부이자 미국통인 양제츠 정치국원은 지난 18일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의 통화에서 "미국이 대만 카드를 활용하는 것은 잘못된 길을 점점 더 멀리 가는 것으로, 정세를 위험한 곳으로 이끌 것"이라며 "중국은 반드시 확고한 행동으로 주권과 안전이익을 보호할 것이다. 우리는 한다면 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일본이 IPEF를 출범해 중국을 고립시키겠다는 의도가 보이자 이에 정면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주일대사 출신인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역시 18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의 영상 회담에서 "일본이 (바이든 방일 기간)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협의체) 정상회의를 개최하는데, 미국 대통령이 방문하기도 전에 미·일이 손잡고 중국에 대항하는 논조가 난장판을 이루는 것이 우려와 경계를 자아낸다"고 경고했다.

왕 부장이 지난 16일 박진 외교부 장관과의 영상회담 때 핵심이익 존중, 디커플링(탈동조화) 반대 등 견제성 메시지를 전하면서 한·중 협력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완곡 어법을 썼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어조다.

이와 관련, 시진핑(사진) 중국 국가주석은 18일 중국의 대외무역투자 지원 기관인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 창립 70주년 기념행사 영상 축사에서 "세계무역기구(WTO)를 핵심으로 하는 다자간 무역 체계를 지지하고 세계 산업망과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발전의 성과가 각국 국민에게 잘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WTO 체제와 공급망을 강조해 IPEF를 견제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그러면서 한국을 우회적으로 압박하는 메시지도 내놓았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의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논평에서 "IPEF는 세계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시도"라며 "한국이 미국의 이른바 반도체 협력 계획을 거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반도체 업계의 현 상황은 미·중 간 경쟁 구도에서 '편들기'를 피하고 미묘한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한국이 미국과 일본의 위협에 굴복한다면 반도체 공급망에 장기적으로 불이익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또 중국이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임을 내세워 "한국은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야만 미국과 협상에서 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고도 조언했다. 지난 4월 기준으로 한국의 반도체 수출액 가운데 42%는 중국에서 나오고 있다.

중국 전문가들은 미국이 주도하고 한국, 일본, 호주 등이 참여하는 IPEF가 자국 경제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 국무원 고문인 스인훙 인민대 교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인터뷰에서 "미국 주도로 그룹을 엮는 것은 새로운 지역 역학의 시작이 될 것이며 중국에 과거와는 다른 분명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한국, 일본, 호주를 동맹으로 두고 이미 이 지역에서 기존의 우위를 점하고 있어 이는 비대칭 전쟁이 될 것"이라며 "중국은 일시적으로 불리할 것 같다"고 진단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