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IPEF 참여로 中 불안감.. 'FTA 2단계'로 달래야"
美中 균형외교 해법 구체화 필요
"북핵, 美정책 우선순위로 올려야"
오늘 바이든 방한… 전문가 제언
오는 21일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은 전통적 한미동맹 관계에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한단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공급망 관리와 첨단기술을 아우르는 경제안보 동맹으로 확장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오후 바이든 대통령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약 90분간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날 회담에서는 △북한문제를 포함한 대북정책 △동아시아 역내 협력문제 △경제안보협력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회담 후에는 공동성명 발표와 공동기자회견, 대통령 주최 공식만찬 등이 열린다.
윤 대통령은 취임 11일만에 역대급 최단기간 내 한미정상회담을 가질 뿐만 아니라 바이든 대통령이 20일 오후 한국에 도착해 22일 일본으로 떠나기까지 2박3일동안 내내 일정을 함께 소화하며 한미간 우호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이번 정상회담은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출범과 한국의 역할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IPEF는 상품·서비스 시장개방을 목표로 하는 기존의 무역협정과 달리, 공급망·디지털·청정에너지 등 신통상규범 중심의 새로운 경제통상협력체다.
한국의 IPEF 참여 선언은 향후 급변하는 글로벌 통상 질서 속에서 주도적 위상을 갖추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평가다.
강문성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는 "이번 한미회담의 가장 중요한 의제는 IPEF 참여선언"이라며 "구체적으로 어떤 수준의 협력이 이뤄질지는 합의된 바 없지만, 공급망 회복력 문제나 디지털무역, 국제사회가 논의 중인 글로벌 최저한세, 클린 인프라 구축 등 중요한 이슈들이 논의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다양한 경제협력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미국도 이런 형태의 경제협력을 해보는 것이 처음이기 때문에 출범 초기에 가입해 한국 입장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IPEF 협력분야에 공급망이 포함됐으니 앞으로 반도체 산업과 관련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고, 우리가 가진 반도체 산업경쟁력을 더 높이고 협의체에서 파생되는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출범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했다.
다만 IPEF 참여의 가장 큰 불안요인은 중국이다. 중국은 미국이 지난해 10월 IPEF 구상을 내놓은 직후부터 '중국 고립화 전략'으로 받아들이고, IPEF 참여를 선언한 한국을 다양한 방식으로 견제하고 있다.
중국이 세계 최대의 반도체 시장이라는 점을 내세워 반도체 공급망에 장기적으로 불이익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엄포까지 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과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보다 더 센 보복조치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시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IPEF는 강제성이 있는 전통적 무역협정과 달리, 다자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공동체 성격인만큼, 사드 후폭풍과 같은 일이 벌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현재의 무역협정에서는 규범을 어기면 소송 등 절차적 해결장치가 존재하는데, IPEF는 협력을 하자는 개념"이라며 "일각에서는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쿼드(Quad)처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프렌드쇼어링 쪽에 더 가깝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아직 IPEF 실체는 없고, 선언적 단계에 있다 보니, 중국도 불안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나라나 일본은 핵심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고 가기는 어렵다. 우려했던 것보다는 IPEF가 더 개방적이고 포용적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중국이 한미정상회담을 두고 우려하는 것은 경제 차원의 중국 압박이라기보다는 한반도 비핵화 전략을 북한의 비핵화로 전환, 한국에 전술핵이나 전략무기를 도입할지 모른다는 것"이라며 "주변국이 모두 핵무장을 하게 되면 상당한 안보위기가 될 수 있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중국은 현 국제정세 상 예전보다 한국을 중시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 정부가 현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더라도, 미국이나 일본에 편승에 중국을 배제하고 소외시키는 것으로 보이지 않도록 이미지 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 센터장은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로 인해 저자세 대중외교를 폈으나,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노선으로 전환하면서 한미동맹 강화를 통해 적극적 억지력을 확보하는 방침을 세웠다"며 "미중 간 균형외교를 하려면 중국이 원하는 한중 FTA 2단계 협상 등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바이든 정부는 북한 핵보다 중국 견제에 방점을 찍고 있다"며 "이번 회담에서 미국이 다시 북한 핵 문제를 미국의 우선 정책순위에 올리도록 하는게 중요하다"고 했다.
김미경·임재섭·은진·김동준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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