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북튜버·물리학자가 추천한 '혐오를 이기는 책'

윤수정 기자 2022. 5. 19.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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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부터 '문화다양성 주간' 시작
상호 존중의 문화를 위한 독서
'정세랑' '김겨울' '김상욱'
3인 3색 추천도서들

남성과 여성, 백인과 흑인, 종교인과 비종교인, 비장애인과 장애인, 윗세대와 아랫세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잣대에서 이 모든 구분이 지워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세상은 좀 더 평화로워질까?

오는 21일부터 일주일간 이 질문에 대한 현실적인 답을 고민하는 ‘문화다양성 주간’이 시작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2015년부터 제정된 법에 따라 5월 21일 ‘문화다양성의 날’을 기념한 행사들을 열고 있다. 이 날로부터 일주일간 책, 영화, 음악 등 예술 분야에서 문화 다양성을 폭넓게 살펴볼 수 있는 콘텐츠를 선정해 알린다. 세상에서 혐오의 단어를 완전히 지워낼 수 없다면, 혐오에 대처하는 상호 존중의 문화를 예술 콘텐츠를 통해 공부해 보자는 취지다.

올해는 책 부문 콘텐츠를 위해 특별한 세 사람이 나섰다. 넷플릭스 시리즈로 제작된 장편 ‘보건교사 안은영’ 등으로 이름을 알린 소설가 정세랑, 구독자 약 23만명의 ‘겨울서점’ 북튜버 김겨울, 알쓸신잡 등에 출연해 ‘다정한 물리학자’란 별칭을 얻은 김상욱 교수다. 이들은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만나 문화다양성 주간 동안 공개할 각자의 추천 도서 6권 목록을 추렸다. 그중에서도 세 사람이 특별히 인상 받은 책 한 권씩에 대한 추천 이유를 들어보았다. 전체 목록은 문화다양성주간 홈페이지(https://diversityweek2022.com/curation/book)에서 볼 수 있다.

◇소설가 정세랑

나의 절친|수지 그린|2021|아트북스|1만9800원

미술 작품으로 인류와 개 사이의 관계 변화를 깊이 살펴보는 책. 한때 생명을 서로 지켜주던 동반자적 관계에서 시작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뒤로 돌아갈 수는 없어도 다른 길을 꿈꾸게 한다.

정세랑=”우리나라는 농경사회였잖아요. 그래서 개와 인간의 관계에 대해서 그렇게 깊이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목축이 중심이었던 사회에서는 개들이 인류의 초기 생존을 지켜준 거예요. 개들이 없었으면 다 빼앗기고 다 물리고 죽었을 거예요. 되게 혹독한 시대를 개들과 인간들이 어떤 계약을 맺어서 버텨냈던 거더라고요. 그런데 이 생존의 시기가 지나고 나서 우리 쪽에서 계약을 깨기 시작해요. 예전에는 걔를 영혼의 인도자처럼 생각했었는데 이제 우리가 문명을 이룩하고 나니 이 관계를 굴절시키기 시작한 거죠.

개 품종을 이야기할 때, ‘어떤 유럽 왕실에서 키웠대’라고 하잖아요. 저는 그냥 키운 건 줄 알았어요. 근데 이 얘기는 1500마리씩 키우면서 마음에 드는 형질이 나올 때까지 계속 죽이고 다시 낳게 하고 다시 죽이고 낳게 하면서 만들어냈다는 걸 의미한대요.

<나의 절친>이라는 책은 ‘그렇다면 이 굴절된 관계를 어떻게 펼 것인가’라는 질문을 남기는데, 문화를 얘기할 때 인간 중심주의에서 약간 벗어나야겠다, 인간의 시점으로만 보지 말고 이걸 다른 종들과 함께 좀 생각하는 방식을 익혀야겠다는 생각을 오래 하게 하는 좋은 책이었어요.”

◇북튜버 김겨울

마이너 필링스|캐시 박 홍|2021|마티|1만7000원

소수자들만이 느끼는 감정, 그러나 늘 주류에 의해 부정되는 바로 그 감정을 정확히 언어화한 작품.

김겨울=”캐시 박 홍이라는 아시안계 시인이 쓴 에세이인데요. 제목이 마이너 필링스, 번역하면 소수자적 감정입니다. 어떤 사회에서 소수자에 속했을 때 느끼는 굉장히 모순적이면서도 답답한 그 감정들을 너무 섬세하면서도 꼼꼼하게 잘 쓴 글이에요.

작가가 아시아계 미국 여성 시인인데요. 시를 쓰면 주변에서 ‘너는 아시아인에 대한 시를 써야 해’라는 얘기를 하는 거예요. 그런데, 그런 시를 쓰면 ‘너는 아시아인 여성이니까 그렇게밖에 안 쓰는구나’라는 얘기를 듣고, 안 쓰면 ‘너는 왜 너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그런 주류 시위에 편입되려고 하느냐’는 얘기를 듣는 거예요.

그 사이에서 이걸 해야 되는지 너무 혼란스럽고, 뭐라 말할 수 없는 감정이 생기는데, 그걸 마이너 필링스라고 명명한거에요. 이 감정들은 사소하지 않다라는 게 부제거든요. 이런 느낌을 매일매일의 삶에서 겪고 있는 사람들이 아주 많고 인종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걸쳐서, 우리 모두 누구나 소수자가 되기도 하잖아요. 저희도 그럴 때가 있죠. 장르 소설가로서, 어린 여성 작가로서, 과학자로서….그런 부분들을 아주 섬세하게 그린 책이고 미국에서도 이제 베스트셀러가 됐었습니다.”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

활자잔혹극|루스 렌들 지음|2011|북스피어|1만1000원

“유니스 파치먼은 읽을 줄도 쓸 줄도 몰랐기 때문에 커버 데일 일가를 죽였다.” 책의 첫 문장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이제 문맹뿐 아니라 문해맹을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아닐까.

김상욱=”이건 소설인데요. 문맹 상태의 주인공이 나옵니다. 문맹인데, 그게 알려지는 걸 되게 꺼리는 거죠. 누가 알려고하거나 건드리면 아주 강하게 저항해요.

우리나라는 문맹이 거의 없어서 이 상황을 생각하기 어려우실 수 있는데,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내가 영어를 잘 못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영어로 이야기하는 파티에 갔어요. 내가 영어를 못한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밝히고 싶지 않은 상황을 생각해보면 이 주인공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여러분이 상대하는 사람이 문맹이라는 걸 모른다면, 그 사람을 얼마나 괴롭힐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죠.

우리가 어떤 건 이미 차별이 벌어지고 있고, 문제라고 알고 있는데, 어떤 건 그걸 느끼지도 못할 때가 있습니다. 이제는 문맹보다도 문해력이 문제인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하는데, 우리가 똑같은 뉴스, 똑같은 사회 현상을 보면서도 전혀 다르게 상황을 분석하고, 본인이 그걸 이해 못하는 상황이 되고, 남한테 물어보는 걸 꺼린다면 비슷한 행동들을 할 수도 있죠. 문해력을 키우는 데 영향을 주는 요소들을 보면, 그게 어떤 사회적인 계층의 문제일 때도 있고, 혹은 다른 영향들이 있다는 겁니다. 단순히 문해력 없고 있다는 식으로 문제를 풀 수가 없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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