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수 늘었는데 재정은 적자.. 고강도 지출조정 불가피하다

올해 1분기 세금은 더 걷혔지만 지출이 늘면서 나라살림이 적자다. 19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재정동향 자료에 따르면 1분기 국세 수입은 111조100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22조6000억원 늘어났다. 기업 실적 개선의 영향으로 법인세가 10조9000억원, 고용 회복으로 소득세도 6조7000억원 각각 증가했다. 이에 따라 올 들어 지난 3월까지 세금은 작년보다 20조원 넘게 더 걷혔다. 같은 기간 총지출은 203조5000억원으로 21조3000억원 늘어났다. 결국 통합재정수지는 33조1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실질적인 정부 재정 상황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역시 45조5000억원 적자를 냈다. 세수는 호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지출이 더 큰 폭으로 늘면서 나라 살림에 적자가 났다는 의미다.

이런 적자는 고스란히 국가채무로 이어졌다. 3월 말 기준 국가채무는 981조9000억원으로 집계돼 재정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국가채무는 지난해 말 939조1000억원이었는데, 불과 3개월 만에 42조8000억원이나 증가했다. 세수는 증가하나 재정적자·국가채무는 그 이상 늘어나는 추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가채무는 올해 1000조원을 넘을 것이 확실시 된다. 내년에는 1200조원에 육박한다고 한다. 세금이 잘 걷히고 있음에도 나랏 빚이 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정부의 씀씀이가 많기 때문이다. 허리띠를 확실히 졸라매야 한다. 우선 예산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명확한 기준을 세워 허투루 나가는 예산을 막아야 한다. 공공기관 군살도 빼야 한다. 지난 5년간 공공기관들은 몸집을 불려 왔다. 이로 인해 부실과 비효율이 커졌다. 놔두면 계속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공공기관 개혁은 화급하다.

국가채무와 재정적자를 일정 수준 이내로 묶는 재정준칙도 하루빨리 도입해야 한다. 앞서 문 정부는 국가채무비율을 GDP 대비 60%, 통합재정수지적자 비율을 3% 이내로 관리한다는 '한국형 재정준칙'을 국회에 제출했었다. 하지만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새 정부는 재정 건전성 확보의 '안전장치'인 재정준칙 법제화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재정 한계가 코앞이다. 지출 증가율이 수입 증가율보다 높아 적자가 만성화되는 구조를 바로잡아야 빚 수렁에 빠진 나라와 국민을 건질 수 있다. 재정적자를 수습하지 못하면 다음 세대에 과중한 부담을 떠넘긴다. 새 정부는 지출 구조조정에 집중해야 한다. 고강도의 지출 구조조정은 불가피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