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가 다큐로 와닿지 않는 당신께

임석규 2022. 5. 19.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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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기후비상사태: 리허설> 은 묻는다.

"아마 기후위기를 이야기하는 주체가 젊은 세대여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제가 다큐멘터리 작업을 많이 한다는 점도 고려했겠지요." 전윤환은 '4년차 강화도 주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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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기후비상사태' 연출 전윤환]
체감 못하는 인물들 통해
암전과도 같은 현실 경고
"수치보다 예술이 효율적 전파"
연극 <기후비상사태: 리허설>을 쓰고 연출한 전윤환 연출가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연극 <기후비상사태: 리허설>은 묻는다. 기후위기는 허구가 아닌가. 내가 느끼지 못하는 위기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다큐멘터리 형식의 이 연극에서 주인공은 작가 자신이다. 작가는 기후위기를 온몸으로 감각하려 분투하지만, 연거푸 실패한다. 작품은 이 좌절의 여정을 집요하게 담아내면서 기후위기의 본질과 해법에 하나의 실마리를 던진다.

지난 11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개막한 이 연극은 국립극단이 의뢰한 작품이다. 공연은 6월5일까지 이어진다. 대본을 쓰고 연출한 극단 ‘앤드씨어터’ 전윤환(36) 대표를 지난 13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났다. 제목의 뜻부터 물었다. “비상사태를 맞은 인류에게 연습이 필요하다는 얘기죠. 이 연극 자체가 그 일환이기도 하고요. 이중적 의미죠.”

국립극단이 이 젊은 연출가에게 작품을 의뢰한 연유도 궁금했다. “아마 기후위기를 이야기하는 주체가 젊은 세대여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제가 다큐멘터리 작업을 많이 한다는 점도 고려했겠지요.” 전윤환은 ‘4년차 강화도 주민’이다. 연극을 하는 틈틈이 텃밭을 일구면서 귀농한 청년들과 축제도 벌이고 문화 기획도 하면서 대안적 삶을 꿈꾸고 있다. 그는 “섬에서 텃밭 가꾸며 살고 있으니 제가 이 문제를 조금은 더 다룰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연극의 첫 장면은 완벽한 어둠, ‘암전’이다. 이후로도 암전은 단순히 막과 막을 연결하는 장치에 그치지 않고 비중 있게 처리된다. “지금 우리가 맞닥뜨린 현실이야말로 암전이 필요할 상황 아닐까요.” 암전 장면마다 흘러나오는 내레이션은 완전히 새로운 시작, 완벽한 대전환을 위해 암전과도 같은 비상 조처가 시급하다는 걸 거듭 암시한다. 남녀 등장인물 11명은 극 중에서 ‘기후비상사태’를 ‘나의 비상사태’로 체감하지 못하는 작가의 대리인물들이다. 작가는 도무지 대본을 쓰지 못한다. 온갖 자료를 뒤져도, 아파트가 붕괴한 현장에 가도 대본은 진척되지 않는다. 이렇게 실패담으로 연극이 끝나는가 싶은데 대본을 넘긴 뒤에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연극 <기후비상사태: 리허설> 공연 장면. 국립극단 제공

“(이 연극의) 대본 초고를 다 쓴 다음에 기후위기비상행동이란 단체를 통해 전국을 돌았어요. 기후위기의 당사자로서 고통받는 분들 얘기에 울림이 오더라고요.” 그는 “과학적 근거나 수치만으로 설득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며 “감정에 호소하는 예술이야말로 기후위기를 체감하게 하는 데 효율적인 것 같다”고 했다.

전윤환은 2015년부터 ‘다큐멘터리 연극’에 천착해왔다. “연극이 지금, 여기의 문제를 무대 위에서 과감하게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여기엔 다큐멘터리가 효율적이라고 봤죠.” 그는 무대 위에서 자신의 사적인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번 작품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1인칭 다큐멘터리 연극’이 ‘전윤환표 연극’의 특성인 셈이다. “빙빙 돌려서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요. 나를 무대 위에서 전시하는 겁니다. 한국 사회에서 예술을 하는 청년이 겪는 고군분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거죠.” 그에게 무대는 그저 감상하는 곳이 아니라 현실의 문제를 환기하면서 질문하고 토론하는 광장에 가깝다. 지난해 서울 신촌극장에 올린 <자연빵>도 자신의 강화도 생활을 담은 작품이다. 이 작품은 세종문화회관의 새 시즌 프로그램 ‘싱크 넥스트 22’의 하나로 선정돼 오는 8월 관객과 다시 만난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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