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규정 어겨도, 증거 조작·은폐해도, 기사 한 줄 안 나가요"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지난 2019년 부산 남구 문현동 경동건설 리인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故 정순규 씨가 추락해 사망했다. 높은 곳에서 공사를 할 때 안전을 위해 설치하는 '비계'가 허술했기 때문이다. KBS <시사직격> 팀의 조사 결과, 해당 비계는 안쪽의 안전난간대, 안전망 설치 등의 여러 규정을 어겼다. 그러나 경동건설은 서류 위조를 시도하는 등 사고 현장을 조작·은폐했다.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의 조사도 부실하게 이뤄지며 지난해 1심 재판부는 경동건설 관리소장과 하청업체 JM건설 이사에게 각각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금고 4월에 집행유예 1년이라는 낮은 형량을 선고했다.
정순규 씨의 아들 석채 씨는 생업을 포기하고 3년째 고용노동부와 경동건설을 상대로 싸우고 있다. 2심 재판을 앞두고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가 석채 씨를 만났다. 편집자.
다음은 지난 2019년 10월 30일 부산 남구 문현동 경동리인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추락해 사망한 故 정순규 씨의 아들 정석채 씨를 인터뷰한 내용이다.
최창우 : 괴로우시겠지만 먼저 재판 얘기부터 해 보겠습니다. 곧 항소심 판결을 앞둔 걸로 알고 있는데요. 1심 판결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말 좀 해 주세요.
정석채 : 판결이 증거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판사의 주관적 추리에 기반을 뒀습니다. 김진숙 지도위원님께서도 말씀해 주셨고, 많은 언론에서도 지적한 문제입니다.
판사는 원청인 "경동건설과 하청인 제이엠건설(JM건설)의 과실은 인정하되 고인의 과실도 인정한다"고 했는데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말입니까? 판사는 목격자도, 폐쇄회로(CC)TV도 없다면서 저희 아버지의 과실이라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요?
최창우 : 아버지에게 "과실이 있다"고 말하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정석채 : 근거도 전혀 없고 증거도 전혀 없이 아버지가 과실로 사고가 났다고 말하는 의도가 무엇이겠습니까? 쌍방이 다 문제다, 이러면서 가볍게 처벌하는 근거로 삼고 싶은 거겠죠.
최창우 : 1심 결과 처벌은 어떻게 나왔습니까?
정석채 : 지난해 6월 16일 서근찬 부장판사(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형사4단독)는 원청인 경동건설 현장소장, 하청인 제이엠건설(JM건설) 이사에게 각각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경동건설 안전관리자에게 금고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고 원청과 하청업체는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이게 답니다. 최근에 유사 사례에서 징역형의 실형이 나왔는데 집행유예라니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판결입니다. 산재 유가족들이 모두 분노하고 있습니다.
최창우 : 1심 재판부가 '사문서위조' 혐의를 두고 사측을 심리했다면서요?
정석채 : 경동건설은 작업반장을 맡았던 아버지 정순규 씨가 '관리감독자 지정서'에 자필로 쓰고 서명했다는 서류를 재판부에 제출했습니다.
최창우 : 이 서류에 대해 필적감정까지 했다면서요?
정석채 :이 서류는 가짜 문서였습니다. 아버지가 서명했다는 서류에 필체도 아버지 필체가 아니고요. 공신력 있는 곳에서 필적 감정한 결과 아버지 필적과 서명이 아니라는 게 드러났습니다.
현장 작업반장은 현장에서 작업하는 직책이지 관리 감독을 하는 직책이 아닙니다. 한국방송공사 케이비에스(KBS) <시사직격>에서도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하고 이 내용을 재판부에 제출했습니다. 우리가 증거자료까지 판별하여 재판부에 넘겨주었고, 재판부가 증인 신문까지 했음에도 판결문엔 단 한 문구도 기록되지 않았습니다. 이럴 거면 왜 사문서위조에 대해 심문을 한 건지 되묻고 싶습니다.
최창우 : 항소심 선고 날이 잡혔다면서요?
정석채 : 307일만인 지난 4월 18일 항소심 재판이 처음 열렸는데, 심문 과정도 없이 5월 26일 바로 선고한다고 합니다. 참담한 심경입니다.
최창우 : 하청회사 대표와 이사가 가족들을 고발했다고 들었습니다.
정석채 : 하청 대표랑 이사가 찾아왔었는데요. 빈소를 나가자마자 저희가 조폭을 동원해서 감금 폭행 협박했다면서 고소했습니다. 그 고소 건으로 경동건설 감사를 포함한 관계자들과 저희 삼촌들이 만났습니다. 저는 아버지 목숨값을 흥정할 생각 없으니까 삼촌들이 말씀하시라고 하고 참석지 않았습니다. 근데 있지도 않았던 '감금 폭행 협박'으로 고소해 놓고 고소 취하해 줄 테니까 사건 종결하자고 했더라고요. 이들이 하는 행태를 보고 너무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이후 전국을 뛰어다니며 아버지 사건을 알렸습니다.
최창우 : 아버지 추락 참사 사건이 국회 국정감사까지 갔잖아요?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정석채 : 정말 어려웠습니다. 경동건설 김재진 회장을 증인 신청했는데 국민의힘에서 반대하는 바람에 취소됐어요. 제가 참고인이었으나 또 반대 의견이 있어서 취소됐어요. 코로나를 이유로 내세웠지만 다른 건으로는 증인과 참고인이 증언선 경우가 아주 많거든요.
최창우 : 코로나를 어떤 식으로 핑계 댔어요?
정석채 : "코로나로 인해서 일단 사람들 인원을 제한해야 하니까 증인 신청을 반려한다. 참고인 신청도 반려한다", 이러는 거죠. 제가 정의당 강은미 의원님한테 정말 울부짖으면서 말씀드렸죠. "의원님 이렇게 묻힐 수는 없습니다. 증인도 취소되고 참고인도 취소되면 국정감사는 의미가 없어져 버립니다. 이건 안 됩니다. 제발 방법을 좀 강구해 주십시오... 제발 강구해 주십시오..." 하여 강 의원님께서 "그러면 유족의 영상을 녹화해서 국감장에서 틀겠다. 질의 시간을 줄여서라도 그렇게 하겠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해서 국감장에서 녹화한 영상을 재생할 수 있었습니다.
최창우 : 국감 이후 정부 기관을 만났습니까?
정석채 : 국감 끝나고 부산 노동청이랑 간담회를 했는데 "저희는 검찰이 지시하지 않는 이상 수사권도 없고 재조사를 할 수도 없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제가 이것저것 반박하니까 "아드님께서 드라마, 영화를 너무 많이 보셨네요.", 그러더라고요. 4년 전 해운대 엘시티 참사 때 내부고발로 인해 부산노동청 동부지청장이 구속됐는데도, 50여 년 동안 절대 변하지 않는 게 노동부입니다.
최창우 : 노동부의 문제점은 무엇이라 느꼈습니까?
정석채 : 경찰은 4.2m 높이에서 추락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그런데 노동부는 아버지가 회사의 말만 듣고 2m 높이에서 떨어져 사망했다고 말했습니다. 어떤 근거도 없이요. 아버지의 안전모는 겉 부분이 심하게 긁혔고, 온몸에 피멍이 들었으며 팔은 탈구가 되었고 작업복은 갈기갈기 찢어져 있었습니다. 안전모 안쪽에 혈흔이 나왔고, 머리 두 곳이 각각 12~13cm, 6~7cm가량 찢어져 뇌가 보일 정도였습니다.
제가 유가족 대표로서 노동부 사람들을 만났을 때 "해운대 엘시티 때 내부 고발자가 나와서 구속됐던 게 노동청 지청장입니다. 당신들은 경동건설보다 더 나쁜 사람들입니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희 유가족들은 경동건설처럼 노동부도 똑같은 공범이라 생각합니다.
최창우 : 아버지 사건 관련 국정감사가 있고 나서 댓글 작업이 목격되었다면서요?
정석채 : 지속해서 광범위하게 악의적인 댓글 작업이 이루어졌습니다. 이 사실에 대해 보도한 언론사에 '강한 압박'이 들어왔다는 제보가 아주 많이 들어왔습니다. 아버지 1주기 때부터 조직적인 댓글 작업이 이루어졌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최창우 : 정순규 씨 사망 사건에 대해 심층 취재해 갔음에도 방송에 전혀 나오지 않는 언론이 있었다면서요?
정석채 :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부산에 있는 케이엔엔(KNN) 기자분이 "사안이 심각한 것 같으니까 세 번 나눠서 방송 내보내겠습니다."라고 했는데, 방송 취소가 되더라고요. 어떻게 된 거냐 물었더니 "위에서 데스크에서 막는다", 왜 그러냐 그러니까 "그냥 위에서 덮으라고 한다", 그래요. 그때 제가 알아보니까 경동건설 김재진 회장과 케이엔엔(KNN)의 강병중 회장(넥센 그룹 회장)이 같은 동아대 출신으로 친분이 두텁더군요. 우리에게는 사과 한마디 없던 경동건설 김재진 회장은 사고 직후인 2019년 연말에 넥센 그룹 강병중, 오거돈 부산 전 시장, 동원건설 대표 등 동아대 출신들과 와인 파티하고 있더라고요.
이뿐만이 아니라 '현대산업개발' 참사가 일어난 뒤 부산 해운대에서 거푸집이 터지면서 콘크리트가 쏟아져 시민이 크게 다친 사건이 있었습니다. 케이엔엔(KNN) 기자들이 보도하려고 취재를 다 했는데, 데스크에 의해 리포트가 훼손되었습니다.
기자들이 오죽하면 기자들이 성명서까지 냈겠습니까? 케이엔엔(KNN) 기자협회는 올 1월 24일 성명서를 내고 "지난 13일 경동건설 사고를 다룬 뉴스 리포트가 훼손됐다"고 했습니다. 이어서 '현장 기자의 판단을 믿고 현장성을 살려야 하는 뉴스 작성 원칙'이 ""특정 기업 봐주기로 무너졌다"고 말하고 "경동건설과 관련한 개입은 비단 이번뿐이 아니다"고 폭로했고요. 아울러 "편파적 지시를 한 당사자들은 경각심을 가지길 촉구"하면서 "사업을 위한 기사 작성, 사업을 위배한 기사 배제가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고", "재발 방지의 약속을 잊은 채 사주의 장학금, 기부 행사 기사가 최근 부쩍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용기 내어 성명서를 냈는데도, 대한민국 언론사 중에서 <미디어오늘> 단 한 곳에서만 기사화됐습니다. 제가 미디어오늘 기자분한테 울면서 말했어요. "아니 한국에서 경동건설이 그렇게 대단합니까?", "한국에서 경동건설이 그렇게도 힘이 셉니까?"
최창우 : 부산에서는 아버지 참사 관련해 크게 이슈화될 때조차 보도하는 언론 기관이 하나도 없었다면서요?
정석채 : 참담하지만 사실입니다. 정상적인 언론 환경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입니다. 특히 부산시민이 반드시 알아야 할 중대한 뉴슨데 말이죠. 경동건설이 언론사에 유형무형의 압력을 많이 가했습니다.
부산의 언론사와 기자님들, 전국의 기자님들께 호소합니다. 경동건설은 수도 없이 많은 악행을 저질러도 세상에 절대 드러나지 않습니다. 거대한 자본 권력 앞에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이 묻히고 아버지가 과실로 추락했다고 몰아가는 자본 앞에 가족의 삶은 지옥 그 자체입니다. 진실을 드러내 주시기를 간곡히 호소합니다.
최창우 : 언론사에 제보를 많이 했다고 들었습니다.
정석채 : 언론사, 방송국 앞에서 전단도 많이 뿌렸고요. 지금까지 언론사 및 기자님들에게 제보한 건이 4만 건이 넘더라고요. 저는 항소심 선고까지 끝날 때 끝나더라도, 끝날 때까지 끝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부산 항소심 법원 앞에서 1인 시위도 재개했고요.
작년에 전국에 많은 단체가 공동 서한문에 연명해 주셔서 서한문을 김오수 검찰총장한테 제출했고 대검에도 제출했습니다. 그랬더니 대검이 부산 동부지검에 "사안이 심각하니까 진정 사건을 접수해서 항소심을 결정하라"고 해서 부산 검찰 측이 항소를 결정했었습니다. 1심 재판 때처럼 여러 국회의원의 탄원서를 제출할 것이고 더불어 단체들이 연명해 주시면 부산 사법부에 모두 제출할 생각입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던 문현동 경동리인아파트 입주자가 오죽하면 시공기술사에게 의뢰해 작성한 '부실 공사, 부실시공' 문서들을 제게 보내면서까지 도와달라고 요청했겠습니까? 많은 언론사에 제보했음에도 단 한 곳에도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언론사들 협찬 업체 중 건설사들이 아주 큰 몫을 차지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경동건설이 이 정도로 힘셀 줄은 몰랐습니다.
이걸 보면서 경동건설의 악행들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구나, 얘네들이 조작 은폐를 했다는 게, 공영방송인 한국방송공사 KBS의 방송을 통해 드러났음에도, 진실을 땅속에 묻어 버리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작동하는구나 싶었습니다. 환노위 국정감사를 통해 진실이 드러났음에도 경동건설 가해자들은 뻔뻔하게 두 다리 뻗고 살 수 있는지, 사문서위조에도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말할 수 있는 사회가 과연 정상적인 사회인지 개탄스럽습니다.
최창우 : 경동건설이 아버지 정순규 님 관련해 보도한 매체에 압력 행사했다고 말한 기자들이 있다면서요?
정석채 : 여기서 일일이 다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한 가지만 말하겠습니다. 경동건설 관계자 이름으로 아버지가 술에 취해 추락사했을 뿐이라며 기사에 대한 압박을 가했다고 호소하는 기자님이 계셨습니다. 제가 문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최창우 : 부산에 있는 교회나 개신교, 불교 쪽에선 도움을 받지 못했다면서요?
정석채 : 도움이나 연대가 없었던 게 사실입니다. 경동건설이 부산 대형교회를 많이 지었고 불교 조계종엔 많은 기부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창우 : 천주교는 어떻습니까?
정석채 : 저는 가톨릭 신자입니다. 가톨릭에서 함께 해주셨기에 이렇게까지 싸울 수 있었습니다.
최창우 : 연대 활동을 열심히 하고 계시던데요. 생뚱맞은 질문일 수도 있는데요. 산재 참사 가족과 연대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정석채 : 산재 피해 가족 네트워크인 '다시는'은 저희한테는 또 다른 가족입니다. 진짜 정말 가족이거든요. 왜냐면 저희끼리 있을 때는 저희가 너무 '정상인' 것 같으니까요. 고장 난 나라에서 우리들끼리 만났을 때는 우리들은 정말 너무 정상인인 것처럼 느끼니까요. 그래서 위로가 되고 위안이 되다 보니까 '다시는' 안에서 연대할 수 있는 곳은 언제든지 뛰어갈 거고, '중대재해처벌법'이 개정되고 건설안전 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게끔 힘을 보탤 수만 있다면 끝까지 함께 할 겁니다.
최창우 : 국회에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정석채 : 국회에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요. 아버지 산재 사망 사건은 잘못을 계속 방치하고 내버려 둬서 일상화시켜버린 결과입니다. 만약에 사회 고위층이나 국회의원들 자식들이 산재 사망 사건을 겪었다면 분명히 금방 해결됐을 거라 생각합니다. 국민이 겪는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여기는 국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최창우 : 국회의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도 해 주세요.
정석채 : 서글프게도 한국 사회에선 어느 정당이 여당이 되든 기득권 권력에 손들어줄 게 뻔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경총과 기업 총수'들에게 불편함이 있으면 핫라인으로 전화하라고 하고 수많은 '목숨과 뼈'를 갈아 넣어 만든 '중대재해처벌법'은 투자 의욕을 꺾는다면서 완화해 주겠다 합니다. 아주 잘못된 생각입니다. 오히려 중재재해처벌법은 대폭 강화해야 합니다.
최창우 : 사법부에 하고 싶은 말은 무엇입니까?
정석채 : 안전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 않는 기업들이 있고, 그런 범법자인 기업자들에게 '선처'를 안기는 게 대한민국의 사법부라 생각합니다. '노동자들의 실수'를 고려 대상으로 삼는 양형 체계가 저희 아버지 같은 가장들과 유가족들을 벼랑 끝에 세우고 있습니다. 노동자의 생명과 국민 안전을 생각한다면 이런 양형 체계는 하루빨리 없애야 합니다.
최창우 :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정석채 : 한국은 산재 사망 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자체가 크게 공분을 느끼지 못하는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매일 7명씩 국민들이 죽어 나가도 이 죽음에 대해서는 사회적 인식이 아직 많이 안 되어 있습니다. 여전히 후진국이라고 생각하고요. 실제로 '내가 일하다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는 사람이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거죠. 이래서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산재 사망은 지독한 불평등 문제라고 보는데요. 그걸 해결하는 건 국회의원들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국회의원들을 움직이는 건 결국 여론 형성입니다. 여론이 안 움직이면 나라가 바뀌겠습니까? 그래서 시민들, 국민들한테 호소합니다. 제발 좀 '나에게도, 내 가족에게도 똑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을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후 한동안 악한 마음이 들었어요. "다 겪어봐야 한다. 모두가 다 겪어봐야 해. 그냥 모두가 다 느껴봤으면 좋겠다." 이런 악한 마음마저 생기더라고요.
최창우 : 앞으로 어떻게 활동하실 건가요?
정석채 : 저는 5월 26일 항소심 재판 때까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생각하다 보니까 할 수 있는 건 다 할 거고요. 제가 생업에 복귀하더라도 저는 저만의 싸움을 죽을 때까지 할 겁니다. 미약하지만 제가 힘을 보탤 수 있거나 연대 발언 요청이 온다면 저는 죽는 그날까지, 진상규명 되는 그때까지 경동건설과 싸울 것입니다.
최창우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무엇입니까?
정석채 : 제가 작년에 기도하면서 반복적으로 뽑았던 말씀이 하나 있는데요.
"숨겨진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은 알려지기 마련이다."를 반복적으로 뽑아서 내심 속으로 "언젠가 다 드러나려나 보다. 경동건설 당신들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을 거다" 생각했죠. 항소심 선고가 '터무니없는 솜방망이 처벌'이 나올 가능성이 큰데, 언젠가는,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경동건설과 하청업체가 지었던 죄들과 수많은 악행이 전국적으로 세상에 모조리 다 알려지길 바랍니다. 경동건설과 싸우는 시민분들이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기자님들을 통해서라도 저에게 연락을 주시길 바랍니다. 작은 힘이지만 돕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정말 제발 그만 좀 죽었으면 좋겠습니다. 제발 그만 좀. 저희 아버지 정순규 씨는 과실로 죽은 게 아닙니다. 문현동 경동리인아파트 부실 명세와 은폐 내역들을 보더라도 알 수 있는데요. 수많은 부실과 과실들이 쌓이고 또 쌓이고 은폐 행위들이 쌓이고 또 쌓여서 저희 아버지가 희생된 사건입니다. 너무나 많은 조작과 은폐가 된 죽음이고, 이 죽음이 부디 헛되지 않게, 언젠가는 사법의 처벌이 아니더라도 진상규명이 됐으면 좋겠고, 조작과 은폐를 해도, 사문서위조를 해도 정말 발 뻗고 살 수 있는 '악인들의 세상'이 아니라 유가족들이 더 이상 그만 피눈물 흘리는 세상이 언젠가는 제발 왔으면 좋겠습니다. 가해자들이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두 번 다시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반의 안전조치를 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세상이요.
무조건 책임 회피부터 하고 잘못 없다, 모른다, 시시티브이(CCTV) 없다, 목격자 없다, 정순규 잘못이다 이렇게 나옵니다. 이처럼 노동자들이 죽으면 대응 매뉴얼들이 다 똑같아요. 계속 똑같으니까 같은 참사가 반복될 수밖에 없는 거죠.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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