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네이버 직원 55% "회사 안 나가고 집에서 일할래요"
코로나 엔데믹을 맞아 국내 IT 기업들이 2년여 지속된 전면 재택근무를 대체하는 방식을 도입하는 가운데, 네이버와 게임 업계가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새 사옥을 완공한 네이버는 직원들에게 ‘전면 재택근무’와 ‘주 3일 이상 사무실 출근’ 가운데 선택권을 준 반면 신작 부진으로 실적에 빨간불이 들어온 국내 게임사는 전원 사무실 출근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부진을 만회할 양질 게임을 빠르게 개발하려면 사무실 출근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네이버 직원 55% “집에서 일할래”
지난 2일 네이버는 제2 사옥 준공을 계기로 전 직원 대상으로 새 근무 제도 투표에 들어갔다. 주 3일 이상 사무실에 출근하는 ‘타입O’ 근무와 전면 재택을 기본으로 하는 ‘타입R’ 중 고르도록 한 것이다. 설문조사를 마감한 지난 11일까지 전 직원 4700여 명 중 92.7%가 응답했는데, 주 3일 이상 출근을 선택한 직원이 45%, 전면 재택을 선택한 직원이 55%로 확인됐다. 2년간 전면 재택근무를 경험한 직원들 절반 이상이 다시 재택근무를 선택한 것이다. 새 근무 제도는 7월부터 6개월간 적용한다.
네이버는 정식 조사 전 직원 설문조사에서 전면 재택보다 하이브리드(혼합)형 근무를 선호한다는 조사 결과가 뒤집히자 당황하는 분위기다. 네이버는 4800억원을 들인 제2 사옥을 최근 준공하고, 출근하는 직원들을 위한 다양한 유인책을 제시해왔다. 지정 좌석과 점심·저녁 식사, 정기 주차권까지 무료로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로봇이 커피를 배달하는 사내 스타벅스와 재활 치료까지 가능한 병원 같은 다양한 복지 시설도 새로 만들었다.
직군별로 선호하는 근무 체계도 차이를 보였다. 개발자 직군은 회사 출근과 전면 재택이 비슷하게 나뉜 반면, 경영 지원, 마케팅 등 스태프 직군은 6대4로 회사 출근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네이버 관계자는 “회의와 미팅이 많은 스태프 부서 특성상 출근을 선택한 비율이 높았다”며 “2년간 전면 재택을 경험한 개발자들은 대면 근무의 필요성을 상대적으로 덜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재택을 선택한 직원들이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14일 개인 업무 지원비를 15만원에서 30만원으로 늘리고 배달 음식점, 카페, 농수산물 마트에서도 쓸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재택 직원도 제2 사옥에 출근하면 지하 식당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방침을 바꿨다. 다만 재택을 선택한 직원들에게는 지정 좌석 대신 공용 좌석을 사용하도록 했다.
◇사무실 복귀령 내린 ‘3N’
국내 게임 업계는 여유를 부릴 처지가 아니다. 6월부터 아예 전원 출근에 나설 방침이다. 2년여간 재택근무로 신규 게임 출시가 줄줄이 미뤄진 상황에서 개발 속도를 올려 부진한 실적을 회복하려면 다른 선택이 없다는 것이다.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3(출근)+2(재택)’ 근무제를 이달 종료하고 다음 달 2일부터 전원 출근제를 실시한다고 최근 사내에 공지했다. 넷마블도 다음 달 전사 출근 방침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펄어비스는 지난 2일부터 전원 사무실 출근 중이다. 카카오게임즈·크래프톤·컴투스 등은 재택과 출근을 병행하고 있지만, ‘3N’이라는 3대 게임사가 사무실 복귀령을 내린 만큼 이들 역시 사무실 출근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게임 업체들이 재택근무를 중단하는 것은 개발 지연과 인건비 상승으로 올 1분기 실적이 곤두박질쳤기 때문이다. 넥슨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고, 넷마블은 적자로 돌아섰다. 펄어비스(60% 하락)·위메이드(76.4% 하락) 등도 영업이익 하락 폭이 컸다. 다만 사무실 출근 강요는 몸값 높은 개발자들의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게임사들로선 부담이다. 인기 온라인 게임 리그오브레전드 개발사 미국 라이엇게임스는 ‘주 3일 출근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지난달 사무실 출근과 사무실 내 마스크 착용 해제 방침에 반발한 일부 직원이 사표를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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