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통공룡 인플레 직격탄..커지는 'R의 공포'

뉴욕=김영필 특파원 2022. 5. 19. 18: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고유가·물류비용 상승 여파
월마트 이어 타깃 어닝쇼크
소비자, 브랜드보다 값싼 PB상품
0.5갤런 우유 등 소용량 찾아
가격인상→소비감소 악순환
JP모건 "경기침체 확률 70%"
월마트에 이어 미국 대형 유통 업체 타깃의 이익 규모가 급감하면서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서울경제]

고유가와 물류비용 상승의 직격탄을 맞은 미국 대형 유통 업체들의 이익 규모가 급감하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주요 기업의 이익 감소가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소비를 위축시켜 경기 둔화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얘기다.

18일(현지 시간) 미 경제 방송 CNBC에 따르면 유통 업체 타깃의 1분기 순익이 10억 1000만 달러로 1년 전(21억 달러) 대비 반 토막 났다. 전날 실적을 공개한 미국 내 최대 업체 월마트도 순이익이 전년 대비 30% 가까이 떨어진 20억 5000만 달러에 그쳤다.

야후파이낸스는 “타깃과 월마트의 실적이 보여주는 의미는 인플레이션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제권을 벗어나고 있으며 재고가 급증하는 동시에 가격 인상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각 소매점도 자체 분석을 통해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전체 구매 물품의 수는 줄어들고 식료품과 휘발유 가격이 오르면서 신상품 의류 같은 일반 상품도 적게 산다는 것이다. 브렛 빅스 월마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고객들이 값비싼 브랜드의 물건을 구매하는 대신 저렴한 PB 상품이나 0.5갤런 우유 같은 작은 용량의 물품으로 갈아타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기업 이익 감소→주가 폭락→제품 가격 인상→물가 상승→기준금리 추가 인상’이라는 악순환이 일어날까 걱정하고 있다. 금리 인상은 수요 감소로 이어져 경기 침체 가능성을 높인다. 매건 호너먼 버던스캐피털어드바이저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소비자들이 어려운 상황에 있으며 이들은 식품과 에너지 가격 상승 비용을 맞추기 위해 신용카드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며 “(부채 증가에 따른 중장기 소비 감소로) 소매점들은 타격을 받게 될 것이며 월마트는 그 가운데 하나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가도 공포에 휩싸였다. 전날 월마트 실적 발표 때는 월마트 주가만 하락했을 뿐 전체 시장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이날 타깃까지 비슷한 신호를 보내자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급격히 커지면서 시장을 뒤흔들었다. 이날 나스닥지수가 4.7% 넘게 폭락한 것을 비롯해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2020년 이후 2년 만에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세스 카펜터 모건스탠리 글로벌수석이코노미스트는 “자녀세액공제가 올해 끝나는데 에너지 비용과 식료품 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저소득층의 경우 소비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것이 올해 소비 감소의 큰 부분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비관론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콘퍼런스보드가 실시한 최고경영자(CEO)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7%가 인플레이션은 수년에 걸쳐 내려갈 것이며 매우 짧고 완만한 경기 침체를 겪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JP모건은 이날 현재 미국과 유럽 주식시장을 보면 시장이 단기간 내 경기 침체에 빠질 확률이 70%라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도 “경기는 둔화하고 금리는 높아질 것이라는 것이 골드만삭스의 입장”이라며 “12~24개월 내 경기 침체 확률을 30%로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렇다 보니 당분간 증시는 큰 틀에서 계속 약세를 나타내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많다. 월가의 유명한 투자자 제러미 그랜섬은 “지금의 하락세는 2000년의 테크버블 때보다 나쁘다”며 “최근 S&P500이 (전고점 대비) 19.9%, 나스닥이 약 27% 내렸는데 이 낙폭의 최소 2배 정도 더 떨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S&P500이 전고점과 비교해 최소 40% 폭락한 2880선으로 밀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랜섬은 “2000년에는 주식에만 거품이 끼었지만 지금은 부동산과 채권·에너지·금속 등 모든 자산 가격이 과도하게 올랐다”며 “이는 1980년대 일본의 거대 자산버블과도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