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인권규범과 평등법

한겨레 2022. 5. 19.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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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법(차별금지법) 제정을 둘러싸고 시민사회와 국회 안팎이 뜨겁다.

평등법 제정 논의 역사를 살펴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대선에서 공약해 정치 의제로 떠오른 지 20년이 됐고, 2007년 국회에 처음으로 법안이 발의된 뒤로 15년이 흘렀다.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에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혹은 '평등법'이 제정되어 있고, 그 나라들에서도 법 제정 단계에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 일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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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지난 17일 국회 앞에서 지방선거 전 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상읽기] 서복경 | 더가능연구소 대표

평등법(차별금지법) 제정을 둘러싸고 시민사회와 국회 안팎이 뜨겁다. 평등법 제정 논의 역사를 살펴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대선에서 공약해 정치 의제로 떠오른 지 20년이 됐고, 2007년 국회에 처음으로 법안이 발의된 뒤로 15년이 흘렀다. 관련 법안은 17대 국회에 처음 접수된 뒤 21대 국회에서야 겨우 소관 상임위원회에 처음으로 상정됐고, 원내 제1당 의원총회에서 처음으로 관련 안건이 논의됐다고 한다. 그 긴 세월 동안 소위 ‘사회적 합의’를 확인하기 위해 수많은 토론회가 열렸고, 다른 법안이라면 ‘사회적 합의가 형성되었다’고 충분히 간주할 만한 여론조사 결과들이 수년째 공표돼왔다. 그래도 여전히 ‘사회적 합의 부재’가 법 제정 지연의 알리바이가 되고 있다.

솔직히 말하자. 지금, 그리고 여태까지 문제가 된 것은 통상 다른 법안들에 적용되어왔던 ‘사회적 합의’ 형성 여부가 아니다. 고용상 차별금지가 가져올 불이익을 우려하는 재계와 성소수자의 평등한 권리를 인정할 수 없는 일부 종교단체의 강한 반대가 핵심이다. 그런데 이런 반대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에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혹은 ‘평등법’이 제정되어 있고, 그 나라들에서도 법 제정 단계에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 일들이 있었다.

“2010년 평등법을 제정할 때 우려하던 일부 단체가 있었다. 특히 재계와 일부 종교단체 (…) 재계는 특정 업무에 자신들이 원하는 사람을 고용하지 못할 것이라 우려하고, 일부 사람들은 크리스마스가 없어질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제정된 지 12년 된 평등법은 재계와 종교의 자유에 진정한 이익이 되었다고 생각한다.”(닉 메타 주한 영국대사관 부대사, 2022년 5월17일 )

그 나라들의 법 제정은 소수의 강한 반대가 사라졌기 때문에 가능했던 게 아니라, 소수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에서 적용되는 통상적인 ‘사회적 합의’에 따른 것이었다. 이 기준에서 보자면 우리나라는 이미 충분한 ‘사회적 합의’ 형성 단계를 지나왔다.

“포괄적 평등법안의 채택은 시급하며 이미 오래전에 그 기한을 넘겼다. (…) 국회는 국제인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다양한 사유를 망라하는 강력하고 포괄적인 평등법을 제정해야 한다. 여기에는 인종, 피부색, 성, 성별,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성징, 언어, 종교 또는 신념, 정치적 또는 기타 의견, 국적, 민족적 또는 사회적 출신, 재산, 경제적 지위, 혼인 또는 기타 가족 지위, 출생, 연령, 장애, 건강, 이주 지위 또는 그 밖의 지위에 기초한 차별이 포함된다.”(라비나 샴다사니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대변인, 2021년 12월17일)

한국교회총연합 등에서는 “이미 장애인, 남녀, 근로자, 이주노동자 등 개별적 차별금지법과 각종 지원법안이 제정돼 있고 (…)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해당 법안과 정책들을 보완해가면 될 일 (…) 이미 존재하는 법률로 처벌하면 충분하다”(류영모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 등, 2022년 5월16일)고 주장한다. 그러나 5천만이 공존하기 위한 기본 인권규범으로서 평등법은 개별법안이 없어서가 아니라 개별법안으로는 포괄할 수 없는 사각지대가 광범위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필요하다.

“대한민국 내에 특정한 형태의 차별을 금지하는 여러개의 개별법이 있다는 것에 주목하면서도,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의 부재 상황에 우려를 표한다. 대한민국 정부는 명시적으로 삶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인종, 성적 지향 및 성별 정체성을 근거로 한 차별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차별을 규정하고 금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채택하여야 한다.”(2015년 유엔 자유권위원회)

더욱이 지금은 기후위기와 팬데믹 등으로 모두가 불확실하고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불안함과 두려움은 차별과 혐오가 공존과 연대의 기반을 갉아먹도록 하는 토양이 된다.

“우리는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에서 코비드19가 취약집단에 대한 차별과 혐오 표현을 악화시키는 것을 보아왔다. 이 때문에 위 집단의 구성원들에 대한 포괄적인 법적 보호와 효과적인 구제에 대한 접근을 보장하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대변인, 2021년 12월17일)

평등법 제정이 더 이상 지체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는, 단 한명의 배제당하는 사람도 없이 5천만이 함께 이 두려움의 시대를 계속 살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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