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D-2, 이중의 외교 시험대에 선 윤석열 정부

[경향신문]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0여일 만에 중첩된 외교 시험대 위에 섰다. 한·미 정상회담(21일)을 앞두고 윤석열 정부가 밝힌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 계획이 중국을 자극하면서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동시다발적 외교 전략을 가동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미국과 중국의 경쟁 체제에서 국가 핵심 이익을 조율해야 할 새 정부의 역량이 한·미 정상회담 이후 본격적인 평가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취임 9일째인 19일까지 드러난 윤 대통령의 외교 전략의 중심에는 ‘한·미 동맹’이 있다. 당선인 신분일 때부터 한·미 정상회담 논의를 시작해, 오는 21일 역대 정부 중 가장 빠른 시기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난다. 논의 의제는 한반도 문제, 경제안보, 글로벌 이슈 대응 등 세 갈래다. 한국 정부는 이중 특히 경제안보 사안인 IPEF 문제의 ‘사전 정리’에 나서며 미국에 호응했다. 윤 대통령이 정상회담 5일 전인 지난 16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논의 계획을 밝혔고, 이틀 후 대통령실은 한국의 IPEF 참여를 기정사실화했다.

IPEF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 중심으로 무역·통상의 질서를 만드는 시도로,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예민한 사안으로 꼽힌다. 중국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지난 16일 “디커플링(탈동조화)”으로 규정하고 즉각 반발한 데도 미국의 영향력 확장을 경계하는 중국측 시선이 담겼다.

중국의 반발은 예견된 수순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를 감안하고 한·미 동맹 강화에 무게를 싣는 전략적 선택을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2강’ 중 미국과의 협력에 방점을 찍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 구상이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간 것으로도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외교의 중심을 ‘한·미 동맹 강화’에 두고 중국과는 ‘상호존중’에 기반한 외교에 나서겠다고 해왔다. 윤 대통령 공약집에는 “미·중 갈등과 대립이 심화되고 바이든 미 행정부의 대중견제 강화로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 또는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외교기조는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다”고 적혀 있다.

대통령실은 “중국 배제가 아니다”고 밝히면서도 IPEF 참여 필요성은 거듭 강조하고 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가 이날 중국의 반발을 “과잉 반응”으로 표현하고, 디지털 통상 규범에서 중국이 “아일랜드(섬)”가 될 수 있다고 발언한 것도 미·중 외교전략의 무게중심을 보여준다. 이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의 대중 외교는 상호 존중, 당당한 외교”라며 “(IPEF 참여국 중) 콕 집어서 한국을 (이야기)하는 것을 공정하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중국의 반발을 직접적 표현을 동원해 반박한 것이다. 다만 이 관계자는 “중국에 대해서도 우리가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후속 협상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관리해 가는 툴, 프레임워크를 만들어 가자고 했기 때문에 통상교섭본부에서 곧 준비를 할 것”이라며 “잘 대처해 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 정부의 구상대로 미국과의 IPEF, 중국과의 한·중FTA를 통한 협력이 동시에 순탄하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당장 미·중 긴장은 고조되는 분위기다.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은 전날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통화하면서 “사리사욕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의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이익을 해치는 어떠한 행위도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중국 관영통신 신화사가 이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참석하는 IPEF,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 정상회의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쿼드와 관련해서도 한국의 참여폭을 확대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어 IPEF와 함께 대중 외교 마찰음이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이 강조해 온 한·미·일 삼각공조 강화 역시 중국과 이해관계가 갈리는 이슈다. 한·미 동맹 강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중국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윤석열 정부의 외교력 평가가 달렸다.

유정인·심진용 기자 jeongi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