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규제뿐인데 회사를 왜 키워"..중견기업 "그때로 돌아가고파"

양연호 2022. 5. 1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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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99%에 중견·대기업 1%
한국만 유독 기형적 생태계
"과도한 中企 보호가 능사아냐
생산적 정책 전환을" 의견도

◆ 성장 꺼리는 중소기업 ◆

2016년 한때 6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며 승승장구하던 발광다이오드(LED) 전문기업 A사는 이듬해 중견기업 반열에 오르자 불안감에 휩싸였다. LED 조명이 중견기업이 아닌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있는 탓에 A사는 당장 공공조달 시장 참여가 제한됐다. 중소기업에만 주어지던 각종 혜택도 사라졌다. 이후 매출이 줄어 A사는 다시 중소기업으로 내려왔다. A사 대표는 "중소기업으로 돌아오니 아이러니하게 회사 영업이 다시 안정됐다"면서 "굳이 고생해가며 기업을 성장시켜야 하는지 회의감이 든다"고 말했다.

중견기업 B사는 2018년 미래 신산업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 관련 핵심 기술을 개발해 2019년 상용화에 나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돌연 ESS가 중소기업자 간 경쟁 제품으로 지정되면서 공공조달 시장 참여가 어려워졌고 ESS 사업은 결국 전면 재검토 대상이 됐다. B사 관계자는 "조달 시장 의존도가 높은 일부 업종 전문화 중견기업은 대체 시장이 없어 인력 감축과 기업 분할 등을 통해 중소기업으로 회귀하고 있다"며 "특히 초기 시장 형성 단계인 신산업 품목은 수출을 위해선 국내 시장에서 납품 실적이 필요한데 중견기업은 신제품을 개발해도 조달 시장에 참여할 수 없어 수출하는 데 애로가 크다"고 호소했다.

과도한 중소기업 보호 및 기업 규모 위주의 정책 탓에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순간 중소기업 적합업종, 중소기업자 간 경쟁 제품 등 각종 규제 대상이 되고 정책 지원 대상에서는 배제되고 있다. 중견·대기업은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국민경제 기여도가 큰데도 오히려 차별을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실제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어렵사리 성장하더라도 지위를 포기하는 경우가 잦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2020년 1400개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정부 정책 수혜를 위해 중소기업으로의 회귀를 검토한 기업은 전체 응답 중 6.6%로 나타났다. 2018년(5.1%), 2019년(5.1%)보다 소폭 늘어난 수치다. 중소기업 회귀를 검토하는 이유로는 '조세 혜택'이 59.0%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금융 지원(19.6%), 판로 규제(13.4%) 순이었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은 대기업으로 원활하게 커갈 수 있는 성장 생태계 조성에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수십 년간 중소기업 보호·육성 정책을 추진했지만 중소기업이 99%를 차지하고 중견·대기업 비중은 1%에 불과한 기형적 생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은 "우리 경제의 지속 성장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중소기업 정책을 '생산적 정책'으로 전환해 중소기업이 경쟁력 제고 및 생산성 향상을 통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견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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