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두산·한화..수도권에 몰리는 기업들

문광민 2022. 5. 1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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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그룹 판교에 R&D센터
두산도 용인에 연구인력 집결
한화솔루션 세종 떠나 서울로
전경련 '지방 이전' 설문조사
기업 89% "이전 계획 없다"
인프라·인력 확보 걸림돌
현대중공업그룹은 오는 11월 경기 판교에 '글로벌 연구개발(R&D)센터'를 열고 HD현대·한국조선해양·현대제뉴인·현대오일뱅크 등 17개 계열사의 연구인력 5000여 명을 입주시킨다. 두산그룹도 2026년까지 경기 용인에 첨단기술 R&D센터를 건립하고 두산에너빌리티·두산퓨얼셀·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 등의 수소 관련 연구인력을 한 곳에 집결시킨다.

정부는 지역 균형 발전을 추진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각 지역에 분산돼 있던 연구인력을 오히려 수도권 중심으로 집중시키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국내 기업 10곳 중 9곳은 지방으로 이전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통·물류 인프라스트럭처가 부족하고 지방에 소재지를 둘 경우 우수 인력을 확보하는 데도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지방에 본사를 두고 있는 '중후장대' 기업들까지 수도권에 잇달아 R&D 기지를 마련하는 배경이다.

19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매출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152곳 중 136곳(89.4%)은 지방 이전 계획이 아예 없다고 답했다. 지방의 사업 환경이 해외에 비해 좋다는 응답은 35.5%에 불과했고, 57.9%는 해외와 별 차이가 없다고 답했다. 특히 제조업체들은 사업장 용지 확보 애로(13.5%)나 규제(13.0%)를 지방 이전의 또 다른 장애 요인으로 지목했다.

국가 균형 발전을 강조하는 윤석열정부를 포함해 역대 정부는 항상 지역 균형 발전을 화두로 내세웠지만 대기업이 지방으로 본사·연구소·생산공장 등을 이전한 사례는 손에 꼽힌다. 서울 본사를 경남 창원으로 이전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경기 이천에서 충북 충주로 본사와 공장을 옮긴 현대엘리베이터 정도가 그렇다.

반면 본사나 연구소를 지방으로 이전했다가 서울·수도권으로 되돌아온 '유턴' 사례가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있다. 한화솔루션 첨단소재 부문(옛 한화첨단소재)은 2014년 말 본사·연구소를 세종시로 이전했지만 5년 만에 서울로 회귀했다. 임직원들이 서울과 세종을 오가기가 불편했고, 굳이 지방으로 옮겨갈 만큼 각종 인센티브도 크지 않았던 게 '유턴'한 이유로 꼽힌다.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수도권 내에서 소재지를 옮긴 기업들도 있다. 최근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철강1본부 직원 250여 명의 근무지를 인천 송도에서 서울로 옮겼다. 정치권 일각에서 반발이 일었지만 직원들의 업무 편의성을 위해 서울 이전을 결정했다. 현대제철도 오는 12월 양재동 서울사무소를 가까운 경기 판교로 확장 이전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조세 감면, 보조금 지원 같은 정책만으로는 기업들을 지방으로 이전하게 만들 유인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국토연구원 국가균형발전지원센터에서 근무했던 허동숙 공주교대 교수는 "문화나 교육 환경이 중요하다"며 "지역 기업들과 공급망이 잘 연결될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배치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도권 소재 기업을 지방으로 옮기려고 시도하기보다 지방에 신생 기업을 유치하는 방향으로 정책 관점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는 "최저임금을 낮춘다든지, 주 52시간근무제를 적용하지 않겠다든지 지방이 스스로 좋은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지자체들이 자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부 대기업들은 본사 소재지를 놓고 발생하는 갈등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포항 시민 반대로 서울 대신 포항으로 소재지 이전을 논의 중인 포스코홀딩스가 일례다.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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