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찰 "대통령 안전은 국가 중대사".. 법원에 '집무실 앞 집회 금지' 의견서
경찰 "집무실도 '관저' 개념에 포함, 주변 집회 제한해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주변 100m 집회 금지’ 조치를 두고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소송을 벌이고 있는 경찰이 법원에 ‘대통령 안전 보장과 국정 운영을 위해 최소한의 집회 금지 구역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19일 알려졌다.
오는 21일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열리는 용산 집무실 바로 앞에서 시민단체의 수백명 규모 ‘바이든 대통령 방한 반대‘ 집회가 허가될 지 여부가 곧 법원의 결정을 앞두고 있다. 지난 11일엔 법원이 비슷한 사안에서 시민단체의 손을 들어줬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은 대통령 경호 등을 위해 집회 제한 구역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법원에 납득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최근 ‘집무실 100m 이내 집회 금지’ 조치에 대한 시민단체들의 소송 제기에 대해 각 재판부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2곳은 21일 용산 집무실 주변 100m 이내 장소에 각각 200명 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이 이를 금지하자 최근 법원에 불복 소송을 낸 상태다.
경찰은 의견서에서 “대통령이 대한민국에서 가지는 중대한 헌법적 위상에 비춰볼 때 대통령의 집무 공간 또한 보호받아야 마땅하다”며 “대통령의 생활 공간만을 보호하고 집무 공간은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해석은 잘못”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신체적 안전은 국가적 중대 사안”이라고 했다.
이 문제의 핵심은 현행법상 100m 이내 집회가 금지되는 ‘대통령 관저’의 개념에 대통령 집무실이 포함되는지 여부다. 관저의 사전적인 의미는 ‘정부에서 고위직 공무원이 살도록 마련한 집’이다. 지난 11일 서울 행정법원은 시민단체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의 집무실 100m 이내 행진을 허가하며 “집무실이 관저에 포함된다는 (경찰의) 해석은 문언(문구)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경찰은 의견서에서 “통상적인 의미에서도 집무실이 관저에 포함된다는 해석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표준 국어대사전에 ‘청와대’는 ‘우리나라 대통령 관저’라고 설명돼 있는데, 청와대가 단순한 대통령의 거주지가 아닌 집무 공간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대통령 관저는 곧 대통령이 일하는 장소’라는 등식이 성립한다는 것이다.
경찰은 그러면서 일본의 사례도 근거로 들었다. 의견서에 따르면 일본은 총리의 집무실을 ‘수상 관저’로, 총리의 주거지를 ‘수상 공저’로 표기한다. 따라서 관저라는 용어가 반드시 주거 공간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경찰은 현행 집회 시위에 관한 법률의 해석상 불균형 문제도 제기했다. 현행법상 우리나라 입법·사법부의 수장인 국회의장·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은 각각 그 주거 공간 뿐 아니라 집무 공간인 국회의사당·대법원·헌법재판소도 인근 집회가 제한된다. 그런데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만 집무 공간이 보호되지 않는다면 비합리적이라는 것이다.
현재 대통령 관저의 개념에 대한 확립된 판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7년 서울행정법원은 집회 관련 사건에서 “대통령 관저는 그 문언상 대통령이 주로 직무를 행하는 장소와 주거로 사용하는 장소 등 청와대라고 불리는 건물 및 부지를 의미한다”고 해 ‘집무 장소’를 관저 개념에 포함시켰다. 반면, 같은 법원은 2017년 다른 사건에서 “대통령 관저는 대통령의 저택으로 청와대 외곽 담장 안에 대통령 집무실 등과 단지를 이뤄 설치됐다”며 관저와 집무실을 구분하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 관련 법체계와 대통령 경호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집무실 100m 이내 집회 금지’는 최소한의 조치”라며 “이 정도 안전 조치도 없으면 유사시 과격 시위대가 대통령 집무실 외곽 담장을 넘어 침입하는 등 돌발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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