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60점짜리 엄마, 그걸 인정할때 아이도 편해져"
잘키워야 한다는 강박에 눌려
엄마가 불안하면 아이도 불안
문제해결 전 감정 나누기부터
마음 이해해주고 할일은 하게
"초교 입학 전후 상담 효과적"
서울아산병원 진료실에서 만난 김효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사진)는 요즘 아이들이 안쓰럽다며 말문을 열었다. "예전에는 한동네에서 같이 어울리며 컸지만 지금은 이해관계가 얽힌 조심스러운 관계가 많아졌어요. 아이들의 다양한 어려움을 사회 문제로 인식하기보다 부모·아이 개인 문제로 보니 아이도, 부모도 모두 힘들죠."
이런 사례를 접할 때마다 김 교수는 미국 보스턴 연수 시절 천식, 난독증 같은 아이의 증상을 모임에서 스스럼없이 얘기하던 미국 엄마들이 떠오른다고 한다. 천식을 앓는 아이는 같이 놀다가도 숨이 차면 아무 엄마에게나 말하고 나와 호흡보조기를 불고,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로 치료받는 아이는 학예회 사회를 비롯해 다양한 역할을 맡았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에선 소아당뇨를 앓는 아이가 친구들 몰래 인슐린을 맞는다는 얘기에 너무 가슴이 아팠다"며 안타까워했다.
일하는 엄마가 늘어나면서 워킹맘들도 많이 만난다. 김 교수가 최근 펴낸 신간 '엄마의 마음이 자라는 시간'에는 워킹맘들의 고민이 많이 담겨 있다. "엄마가 어떤 선택을 한다고 큰일이 나지 않아요. 일을 한다고 아이가 잘못되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가장 안 좋은 건 일을 포기한 뒤 상실감이나 분노, 실망감을 크게 겪는 거예요. 이런 감정이 많이 남으면 아이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치거든요."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김 교수는 스스로에게 엄마로서 60~70점을 줬다. 김 교수는 "아이를 잘 키우려다 보니 요즘 엄마들 불안감이 상당히 많은데, 스스로 '이 정도면 잘하고 있다'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엄마가 당당하고 편안해야 아이가 속 얘기를 쉽게 털어놓을 수 있어요. 엄마가 불안하거나 힘들어 보이면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알아요. 엄마에게 짐을 얹으면 안 된다고. 그래서 속상했던 것, 힘든 일을 얘기 못 해요. 그게 아이에게 쌓여서 짜증으로 나타나죠."
김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와 아이가 감정을 주고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감정에 초점을 맞추는 문화가 아니다 보니 아이들과 감정 나누기를 대부분 어려워한다. 아이와 대화할 때 아이가 느낀 감정을 얘기하기보다는 문제 해결로 바로 건너뛰는 식이다. "아이가 화난 일이 있다면 어떻게 해결하라고 하기 전에 먼저 아이의 감정, 기분을 충분히 들어주세요. 그리고 매일 시간을 내서 아이와 눈을 맞추고, 자신이 참 소중한 존재라는 것, 함께 있어 정말 행복하다는 걸 아이가 느끼게 해주세요."
많은 부모가 하는 오해가 있다.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다 보면 제대로 된 훈육을 못 하게 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마음을 읽되 옳지 않은 행동은 단호히 제한해야 한다"며 "훈육과 마음 읽기는 같이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야 할 일은 하기 싫어도 반드시 하도록 부모가 지도해야 한다. 단 이때도 아이가 지켜야 할 규칙은 우선순위를 정해 단순화하는 것이 좋다.
아이를 키울 때 중요한 또 다른 하나는 예측 가능성이다. 부모가 출근하는 시간, 아이들과 주말에 놀 수 있는 시간 등 생활 루틴을 아이들이 예측할 수 있도록 규칙적으로 짜두는 것이 좋다. 김 교수는 "초등학교 입학을 전후해 발달이 너무 느리거나 정서적으로 불안감이 있다면 상담이나 검사해보는 것을 권한다"며 "이즈음 제대로 된 상담을 받았을 때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유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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