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은 왜 삼성 평택공장을 찾을까
[경향신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한국 방문 첫 일정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삼성전자의 경기 평택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의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한국 등 동맹국 중심으로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기 위해 그간 삼성과 긴밀히 협력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의 삼성 공장 방문은 경제안보 분야에 있어 양국의 협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행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공장은 평택, 기흥, 화성 등 경기 남부에 주로 몰려있다. 워낙 규모가 큰데다 건물마다 유명 화가 피에트 몬드리안의 작품을 연상케하는 그래픽이 칠해져 있다보니 눈에 잘 띄인다. 2017년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헬기 ‘마린 원’을 타고 이 지역 상공을 지날 때 삼성 공장을 가리키며 “도대체 저건 뭐냐?(What the hell is that?)”고 물은 건 유명한 일화다. 기흥과 화성 공장이 각각 ‘첫 반도체 공장’, ‘연구 기지’ 라는 특징이 있다면, 바이든 대통령이 방문하는 평택 공장은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단지’로 유명하다.
평택 공장 부지는 국제 규격 축구장 400개를 합친 규모인 289만㎡(약 87만평)에 달한다. 1라인(2017년)과 2라인(2020년)이 완공됐을 때 당시 단일 라인 기준으로 세계 최대 규모를 기록했는데, 올해 하반기에 완공될 3라인은 이보다 더 크다. 이들 라인에서는 메모리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제품을 만든다. 특히 극자외선(EUV) 공정을 적용한 최첨단 메모리 반도체 등이 평택에서 생산된다. 앞서 삼성은 2019년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면서 첨단 파운드리 공정 연구 개발과 생산 라인 등에 투자하겠다고 했는데 바로 평택 3라인이 ‘비전 2030’의 핵심 생산기지 역할을 하게 된다.
반도체는 인텔·퀄컴 등 미국의 기업들이 설계를 하면, 한국·대만·중국 등의 파운드리 업체들이 생산을 맡는 방식으로 분업화가 이뤄져왔다. 하지만 중국이 반도체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며 ‘반도체 굴기’를 꿈꾸자 미국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미국과 동맹국 중심으로 바꿔나가는 작업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전세계적인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자동차·정보통신(IT) 같은 미국의 주력 산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반도체의 안정적인 공급이 바이든 정부의 주요 과제가 됐다. 삼성전자가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의 핵심 파트너로 떠오른 이유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반도체·통신·자동차 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 화상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에 참석한 삼성 대표가 삼성의 파운드리를 총괄하는 최시영 사장이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의 기초 재료인 웨이퍼를 들고 “반도체, 웨이퍼 등이 21세기의 인프라(기반)”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바이든 행정부의 공급망 대책회의에 유일한 외국 기업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해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에 이어 삼성전자의 두번째 미국 현지 반도체 공장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평택 공장 방문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동행할 것으로 보인다. ‘부당합병 및 회계부정 혐의’를 받는 이 부회장에 대한 공판이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지만, 재판부가 이 부회장의 불출석을 허가하기로 했다. 이 부회장은 바이든 대통령 방한 둘째 날인 21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국빈 만찬에도 참석한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실형을 받고 수감됐다가 지난해 8월 가석방 됐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바이든 대통령의 평택 공장 방문을 계기로 대외 경영 행보를 재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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