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탁구나!' PD "멤버들 카메라 꺼져도 계속 연습, 모두가 진심이었죠"[EN:인터뷰①]

황혜진 2022. 5. 19.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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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황혜진 기자]

"출연진도 제작진도, 6개월 동안 모두가 진심이었어요."

5월 16일 종영한 tvN '올 탁구나!'(연출 신소영, 정무원)는 탁구의 신으로 꼽히는 유승민 감독과 정영식 코치, 서효원 코치의 지도 아래 멤버 10인(강호동, 은지원, 강승윤, 이진봉, 정근우, 신예찬, 박은석, 이태환, 손태진, 이진호)가 함께 써 내려간 각본 없는 성장 드라마였다.

지난 4월 말 촬영을 마무리한 신소영 PD는 5월 18일 서울 마포구 CJ ENM 사옥에서 뉴스엔과 만나 프로그램 기획 및 제작 과정에 대해 "2주에 한 번씩 녹화를 했다. 스포츠 예능이다 보니 성장 과정을 12회 안에 보여주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회사 측 도움을 받아 16부작으로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 회사도 다양한 장르의 예능 제작을 장려해주고 있다. tvN 내부에서 관찰 예능 등에 비해 스포츠 예능 불모지라는 인식이 있어 '라켓보이즈', '골든일레븐' 등 라인을 따라 색다른 시도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간 조명되지 않은 스포츠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탁구라는 아이템이 나왔어요. 탁구 자체가 굉장히 매력적인 종목인데 아직까지 온전히 탁구만 정식으로 다룬 예능이 없었어요. 탁구 선수 분들이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계시지만 다른 스포츠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간 멀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던 찰나에 유승민 감독님과 미팅을 했어요. 올해 마침 탁구 프로 리그도 생겼고 제대로 한 번 도전해볼 가치가 있겠다 싶었죠. 탁구에 대한 인식을 바꿔 보자고 생각했어요. 요즘 젊은 분들도 탁구를 정말 좋아해요. 연예인 분들 중에서도 탁구를 좋아하는 분들이 계실 것이라고 생각했죠."

지켜보는 이들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로 실감 나는 연출부터 갖가지 전문 기술들을 일일이 짚어주는 세심한 자막까지, '올 탁구나!'는 탁구 문외한인 시청자들에게도 친절한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방영 전까지는 제작진 역시 '탁알못'(탁구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신 PD는 "사실 저도 '탁알못'이다. 단순히 공만 넘기면 되는 운동이 아니라 서브 하나를 넣을 때도 회전을 이용하고, 머리싸움과 수싸움을 끝없이 해야 하는 스포츠더라. 탁구 예능을 정식으로 표방했고 유승민 감독님과 국가대표인 정영식, 서효원 코치님 등 전문가 분들도 모셔왔으니 방송을 할 거면 제대로 하자고 생각했다. '세트'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1게임', '2게임'이라는 규격화된 용어를 썼고 서브와 드라이브 등 다양한 기술들도 소개해드리고자 했다"고 말했다.

제작진도 자연스레 탁구에 진심이 됐다. 신 PD는 "촬영 들어가기 전 제작진이 함께 탁구 대회 현장에 가기도 했고 탁구 관련 책을 펴놓고 공부도 정말 많이 했다. 탁구 협회와 탁구 선수들, 탁구 기자님들에게도 조언을 받으며 시청자 분들의 접근성을 높이고자 노력했다. 안국희 탁구 국제심판님도 많은 도움을 주셨다. 카메라 감독님들도 올림픽 방송 중계 보며 앵글 등에 대해 공부를 많이 했다고 들었다. 작가님들도 프로그램 덕에 실제로 탁구 레슨을 시작했다. 제작진 배 탁구 대회도 열었다. 모두가 한바탕 열심히 스터디를 한 느낌"이라고 밝혔다.

이어 "출연자들도 예능이라서, 일이라서가 아니라 본인이 정말 재밌고 좋아해서 열심히 했다. 녹화 시작 전, 녹화 후 카메라가 꺼지고 세트가 철거됐을 때도 다들 남아서 탁구를 치고 가곤 했다. 두 시간만 더 치고 가겠다며 조명이 다 꺼져 깜깜해져도 치고 가는 경우도 있었다. 다들 메이크업이 다 지워질 정도로 땀 흘리며 열심히 연습했다. 오프닝 장면 보면 출연자 분들의 머리카락이 다 떠 있는 경우가 있다. 촬영 전부터 연습을 열심히 해서다"고 덧붙였다.

"도전해보지 않았던 미지의 장르였던 만큼 모든 PD들과 작가들이 거의 탁구에 미쳐 있었어요. 보통 다른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는 다양한 아이템들을 다루는 만큼 다양한 생각들을 하게 되는데 탁구 하나만 다루다 보니까 탁구 생각만 했어요. 유튜브 알고리즘이 오로지 탁구로 도배될 때까지 탁구 영상만 찾아봤죠. 편집실에도 탁구 라켓이 있었어요. 편집 안 될 때는 공 튀기며 편집했고, 편집실 배경화면은 멤버들이 훈련하는 사진으로 설정해뒀어요. '출연자 분들이 이렇게 열심히 해줬는데 우리가 편집으로 못 살리는 게 말이 안 된다'라는 생각으로 일했어요."

라켓 스포츠인 만큼 편집 과정도 녹록지 않았다. 신 PD는 "보여드리고 싶은 것은 많은데 시간은 한정돼 있었다. 듀스까지 간 경기들을 찍고 편집하며 '이건 우리가 만들 수 없는 아름다운 스포츠구나'라고 느꼈다. 대단하게 잘된 건 아니었지만 보람이 컸다. 탁구장에 가면 탁구인 분들이 너무 고마워해 주셨다. 실제로 '올 탁구나!' 방송 보고 탁구 배우러 온 분들도 많다고 하더라. 코로나19 때문에 어려웠는데 신규 회원들이 많이 늘었다고, 특히 강승윤, 신예찬처럼 젊은 출연자가 탁구하는 모습을 보며 생각보다 더 재밌겠다는 생각으로 찾아준 분들도 많다고 한다"고 회상했다.

경기 내용을 오류 없이 잘 전달해내는 것도 중요했지만 웃음도 놓치지 않아야 하는 예능이었다. 양측면의 균형을 잡는 데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신 PD는 "가장 많이 고민했던 부분이다. 스포츠 예능에서는 진정성이 중요한데 진정성은 제작진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출연자 분들의 연습을 통해 나오는 것이니까. 많은 시간을 빼서 연습할 수 있을까 내심 걱정하면서도 진짜 탁구를 좋아하는 분들을 모시면 거기서 진정성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 사실 강호동, 은지원 씨가 출연한다고 하면 예능을 기대하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정말 탁구에만 집중했다. 물론 재밌는 '예능적 모먼트'들도 많았지만 연출자로서 그보다는 연습과 경기에 몰입하며 보여준 웃음기 없는 표정들을 더 살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진심은 반드시 통한다는 말처럼 제작진과 출연진의 때 묻지 않은 탁구 열정과 책임감, 이를 기반으로 한 호승심은 국경을 넘어 세계 각국 시청자들의 관심과 사랑으로 이어졌다.

신 PD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 유럽 젊은 층 사이에서도 요즘 탁구가 유행이라고 하더라. 일본 시청자들도 '올 탁구나!'를 많이 봐줬다. 싱가포르 항공기 측에서도 VOD 서비스에 '올 탁구나!'를 넣고 싶다고 문의를 했다고 들었다. 세계 대회를 다녀온 유승민 감독님은 국제탁구연맹이 '올 탁구나!'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이야기해줬고, 서효원 코치님은 중국 팬들에게 '올 탁구나!' 관련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을 받았다고 했다"고 밝혔다.

"사실 탁구가 쉽게 실력이 향상되는 스포츠가 아니라고 해요. 바둑 같은 수싸움도 치열하고. 예를 들어 공이 나를 향해 올 때 단순히 받아치는 것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5구, 멀리는 7구까지 예상하며 하는 스포츠인 거죠. 많은 분들이 '올 탁구나!' 출연진의 실력 향상 속도를 지켜보며 신기해했어요.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들이고, 심지어 스케줄이 많아 바쁜 연예인 분들인데 빠르게 발전하는 모습을 보며 너무 대단했다고. 우스갯소리로 세계를 돌며 탁구 대결을 하는 예능도 나오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했어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사진=tvN 제공)

뉴스엔 황혜진 bloss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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