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없으면 잇몸으로.. 비료 없으면 미생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비료 가격이 폭등하면서 ‘대체(代替) 비료’가 주목받고 있다. 기존 비료가 화학적으로 질소·칼륨·인산 등을 추출해 만들어지는 데 비해 대체 비료는 대부분 미생물이나 식물성 원료를 기반으로 생산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작년 이후 대체 비료 스타트업들이 유치한 투자금은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에 달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피봇바이오(Pivot Bio)는 미생물 비료로 주목받는 기업 가운데 하나다. 질소비료의 핵심 원료인 암모니아는 화학적 방식으로 추출하는데, 이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를 소비하는 데다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피봇바이오의 미생물 비료는 작물 뿌리에 달라붙은 미생물이 대기 중 질소를 흡수하고 작물에 유용한 암모니아를 생성하기 때문에 질소비료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가격도 파운드당 60센트로, 90센트인 기존 질소비료보다 저렴하다. 지금까지 6억1500만달러(약 7800억원) 투자를 받은 이 회사 카스텐 테메 CEO(최고경영자)는 “올해는 작년보다 세 배 넓은 300만 에이커(약 1만2141㎢) 농지에서 미생물 비료가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버드대 교수 등이 공동 설립자로 참여한 쿨라바이오(Kula Bio)도 피봇바이오처럼 작물 성장을 촉진하는 미생물 비료를 올해 말 출시할 계획이다.
2018년 설립된 니트리시티(Nitricity)는 물과 공기에 전기를 가해 질산을 만들고 이를 비료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농부들이 농장에서 곧바로 무탄소 질소 비료를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이 회사 니코 핀코브스키 CEO는 “아직 제품 출시 전이지만 저가 비료를 찾는 문의가 폭주하는 바람에 홈페이지에서 회사 전화번호를 삭제했을 정도”라고 했다.
대체 비료가 주목받는 것은 비료 공급 대란이 장기화할 조짐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서방 진영의 제재로 러시아의 수출 길이 막힌 데다 러시아 정부가 보복성 비료 반출 제한 조치까지 취하면서 3월 세계은행 비료가격지수(237.6)는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산하 연구소인 ‘경제복잡성관측소(OEC)’에 따르면 세계 최대 비료 수출국인 러시아와 러시아의 우방인 벨라루스의 2020년 비료 수출액은 105억6000만달러(약 13조4000억원)로 전 세계 수출의 17%를 차지한다. 세계 2위 비료 수출국인 중국도 내부 수요를 위해 수출을 통제 중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체 비료가 기존 비료 수요를 모두 충족할 만큼 충분히 생산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계 최대 비료 기업인 모자이크는 “신기술 비료가 질소 비료 일부를 대체할 수는 있겠지만 칼륨·인산염 비료는 대체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또한 대체 비료의 작황 개선 효과가 아직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만큼 장밋빛 기대를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 퍼듀대 농업학과 제임스 캠베라토 교수는 “대체 비료 연구는 여전히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농부들은 대체 비료 구매 전 (작물에 실제 효과가 있는지) 테스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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