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코로나19 경증 앓은 4명 중 3명 롱코비드 앓는다

김민수 기자 2022. 5. 19.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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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보건비영리단체 '페어헬스' 백서 공개
4일 서울 은평구의 한 의원에서 의사가 코로나19 확진자를 대면진료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미국에서 민간 보험 청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에 감염된 뒤 수개월 이상 후유증이 지속되는 ‘롱코비드’ 환자 4명 중 3명은 감염시 입원할 만큼 증상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증으로 입원하지 않은 코로나19 감염자들 상당수가 롱코비드를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증이었거나 병원에 입원한 환자를 중심으로 롱코비드를 겪을 것이라는 인식과는 거리가 있는 연구다. 

미국 비영리단체 ‘페어헬스’는 18일(현지시간) 롱코비드 환자와 관련된 백서를 공개하고 롱코비드 환자의 76%는 코로나19 감염시 입원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롱코비드로 분류된 환자 중 개인 의료 기록에서 기저 질환이 없는 비중도 3분의 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에 본부를 두고 있는 페어헬스는 헬스케어와 보험 관련 비용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재단이다. 

수개월 이상 지속되는 코로나19 감염 후유증을 지칭하는 ‘롱코비드’는 2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 대유행의 유산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영향을 받을지도 명확하지 않다. 감염된 성인의 10~30%가 롱코비드를 겪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 회계감사원은 미국에서 롱코비드 환자수는 최소 770만명에서 최대 2300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롱코비드 환자수와 원인, 치료법, 결과에 대한 상당 부분이 아직 명확하지 않다. 

페어헬스가 내놓은 백서에 담긴 분석 결과는 코로나19 감염으로 입원한 환자가 롱코비드를 겪을 가능성이 더 크지만 대다수를 차지하는 경증이나 준중증 환자들도 호흡 문제나 극심한 피로감, 인지·기억 장애 등 다양한 롱코비드 증상을 겪을 수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페어헬스 연구진은 지난해 롱코비드와 관련된 특수 진단 코드가 만들어져 의료 현장에서 사용된 후 초기 수개월 동안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번 분석은 미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민간 건강보험 청구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이뤄졌다. 국제 질병 분류에서 ‘조건이 지정되지 않은 포스트 코로나19 증상’을 위해 새롭게 만들어진 질병 코드 ‘U09.9’로 분류된 7만8252명에 대한 데이터다. 이들은 2021년 10월 1일부터 2022년 1월 31일 사이에 질병 코드 U09.9로 등록됐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크레어 스티브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교수는 “이번 연구에 활용된 데이터는 4개월 간 7만8252명에 불과하지만 실제로 롱코비드 진단을 받은 사람들의 수는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빈 겔버드 페어헬스 회장은 “당초 롱코비드 증상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장기간 추적 연구를 진행한 뒤 분석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문제의 긴급성을 감안해 첫 4개월간 데이터 분석 결과를 공개하기로 결정한 것”이라며 “환자들의 기존 건강 상태에 대한 세부 정보를 통해 기저질환이나 기존 건강상태와 롱코비드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겔버드 회장은 “이번 백서에 담긴 분석결과는 독립적인 학술 평가를 받았지만 공식적인 동료 연구자 심사를 거친 논문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페어웰스는 데이터를 제공한 롱코비드 환자 중 백신 접종자수와 백신 접종 시기 등을 분석할 계획이다. 데이터에 따르면 연구 참가자의 4분의 3 이상이 2021년에 감염됐고 평균 4개월 반 가량 롱코비드 증상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36~50세가 35%, 51~64세가 33%, 23~35세가 17%였다. 분석 데이터에는 환자의 인종이나 국적에 대한 정보는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감염병 역학자인 패디 센톤고 교수는 “이번 연구는 민간 보험에 가입된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롱코비드 환자의 범위를 과소평가한 것”이라며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실제로 롱코비드 상황은 더욱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수 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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