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해진 내연계에 긴장감을"..토요타 후륜 수동 'GR86'의 존재감
GR86은 지난 2012년 출시된 토요타86의 후속 모델이다. GR수프라와 함께 ‘토요타 가주 레이싱(Gazoo Racing)’을 대표하는 모델이기에 차명도 GR이다. 의미와 발음에 유의해야 한다.
국내 유일 후륜구동 수동변속 스포츠카 GR86의 차체는 낮고, 짧고, 가볍다. 전장·전폭·전고가 4265·1775·1310mm, 휠베이스는 2575mm, 공차중량은 1275kg이다. 차량 하부에 구조물을 추가해 비틀림 강성을 높이고 차량 곳곳에 알루미늄 소재를 적용해 경량화했다. 시승 행사를 위해 지난 17일 인제스피디움에 모인 전문 레이서들의 말을 빌리면 “GR86은 갖고 놀기 좋은 차”다.
국내 판매되는 수입차 브랜드의 국가별 순위에서 미국이 일본을 앞지른 데에는 2019년 본격화된 불매운동의 여파를 포함해, 일본차 특유의 디자인이 국내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는 요인이 컸다. 지난해 국내 판매된 토요타 차량의 93%가 하이브리드 모델인 것으로 집계됐다. 디자인 감성보다는 친환경성 및 기술력에 공감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다는 해석이다.
GR86은 90년대에 애니메이션과 게임으로 유행했던 ‘이니셜 D’의 주인공이 타던 차(AE86)가 원형이다. 90년대 감성을 계승하면서 현대적으로 매만진 디자인이 특징이라 오늘날의 토요타 차량과는 디자인 언어적 면에서는 거리가 있지만, 강원도 인제스피디움에서 열린 시승회에선 GR86 디자인이 토요타스럽지 않아서 오히려 더 좋다는 목소리가 우세했다.
전면에 GR 엠블럼과 ‘G 매시그릴’을 장착했으며 에어 덕트 구조 범퍼로 강인한 인상을 완성했다. 측면 벨트라인에서 시작되는 라인은 펜더 상단까지 수평으로 이어지며,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는 후면 좌우측을 매끄럽게 연결한다. 여기에 휠 아치는 타이어를 감싸는 느낌으로 설계해 와이드한 이미지를 살렸다.
GR86 전용으로 개발된 신규 FR 플랫폼 덕에 더욱 낮고 넓은 차제를 갖췄다. 날렵한 차체는 19개의 코너와 40m의 고저차가 있는 인제 서킷에서 역동적이고 안정적인 주행을 가능케 했다. 전륜 맥퍼슨 스트럿, 후륜 더블위시본 서스펜션은 토센 LSD와 조화를 이뤄 스릴 넘치는 코너링을 선사했다.
GR86에 채용된 수평대향 엔진은 피스톤을 좌우에 나란히 위치시켜 차량의 무게중심과 진동을 획기적으로 낮춘 것이 특징이며 최고출력은 231마력(ps), 최대토크는 25.5kg·m다. 이와 조합되는 6단 수동 변속기는 클러치 용량과 기어의 강도를 높여 더 높은 출력과 가속력을 낸다. 아울러 저점도 오일 적용으로 부드러운 변속감을 구현했다.
실내에 장착된 7in TFT LCD 멀티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MID)는 높은 시인성을 제공하며, 트랙 모드로 전환하면 서킷 주행에 적합한 화면으로 변경돼 차량의 상태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아울러 수평형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운전자의 시선을 방해하지 않고, 오롯이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준다. 센터콘솔 암레스트도 기어 조작 시 콘솔 커버 때문에 팔꿈치가 방해받지 않도록 낮게 설계됐다. 다만, 수동 변속기 특유의 아날로그 감성을 살리기 위해 조작계에는 버튼·다이얼·레버가 다수 채용됐다.
[박소현 매경닷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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