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공세'에서 '수세'로 몰린 민주당..한덕수 총리 인준 놓고 '난감'
[경향신문]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을 하루 앞둔 19일 더불어민주당이 인준 표결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윤석열 정부 초반 독주를 견제하고 정국 주도권을 뺏길 수 없다는 차원에서 부결 입장이 우세하다. 반면 6·1지방선거를 열흘여 남겨놓고 민심을 의식해 인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은 발목잡기라고 압박에 나서며 민주당 부담감을 키우고 있다. 인사청문회 정국에서 공세를 폈던 민주당이 수세에 몰려 진퇴양난에 빠진 모습이다.
한 후보자 인준 표결을 위한 국회 본회의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자 민주당 내부의 의견은 점점 더 크게 엇갈리고 있다.
이날도 부결을 당론으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왔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임명한 것에 대해 “독선과 오만의 폭주를 이어간다”면서 “이 모든 상황은 자업자득, 인과응보, 사필귀정이다. 민주당은 국민 눈높이에 맞게 (한덕수 후보자의) 임명 문제를 매듭짓겠다”고 밝혔다.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윤 대통령께서 시정연설에서 협치를 말씀하셔놓고 바로 한 장관을 임명했지 않았느냐”며 “그리고나서 이제 무조건 한 후보자를 인준하라고 얘기를 하는데 과연 이게 협치와 얼마만큼 가깝나”라고 말했다. 또 “당 의원님들께서 정말 합리적인 판단을 해주실 것이라고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강병원 의원은 이날 당 의원 전체에 친전을 보내 “한 후보자 인준 반대를 당의 공식 입장으로 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 의원은 “발목잡기 프레임에 갇혀 한 후보자를 총리로 인준하면, 대통령의 독주에 어떤 쓴소리도 하지 못하는 허수아비 총리를 만들었다는 국민적 비판이 불 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인준 협조를 해야한다는 의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한 후보자 인준 표결 협조 필요성을 시사했다. 이 위원장은 CBS 라디오에서 “(윤석열 정부가) 첫 출발하는, 또 새로운 진영을 준비하는 단계라는 점도 조금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현재로선 부결 입장이 더 우세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열흘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에 미칠 악영향을 걱정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이 연일 “더 이상의 국정 발목잡기는 안 된다”며 민주당을 거듭 압박하고 있는 것도 부담스러운 요소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사퇴를 할 경우 민주당의 인준 표결 협조 요구가 당 안팎에서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우상호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 라디오에서 ‘선 정호영 낙마-후 총리 인준 표결’을 제안했다. 우 의원은 “당 의원총회 결의로 정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그 요구에 대한 대통령실의 반응을 본 후에 표결 일시를 결정해도 되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다만 박 원내대표는 “존재 의의가 없는 정호영 (자진사퇴) 카드가 무슨 큰 비책인 양 쥐고 있지만,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지나친 욕심으로 협치와 신뢰의 버스는 이미 떠났다”고 했다.
한 후보자 인준 여부를 두고 우왕좌왕하는 민주당 상황에 대해 당내에선 “씁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했던 한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한 후보자가 부적격한 인사라는 점을 청문회를 통해 다 드러냈는데도 정치적인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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