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경로당 노인들 이 검사 받으려 줄 선다.. 완주군의 치매예방 사업

김정엽 기자 2022. 5. 19.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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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전북 완주군 봉동읍 한 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이 기억력과 관련한 검사를 받고 있다. /완주군

“어머니, 제가 불러 드리는 숫자를 그대로 따라 해 주세요. 6 – 9 – 7 – 3″

지난 18일 오후 2시 전북 완주군 봉동읍 봉동주공 2차 아파트 경로당에서 20여명의 어르신이 치매예방 관리 교육에 귀를 기울였다. 교육이 끝나고 치매 조기검진 수행절차 중 1단계인 인지선별검사(CIST)가 4개 조로 나뉘어 시작되자 어르신들은 더욱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검사는 오늘 날짜와 현재 장소 등을 올바로 인식하는지 알아보는 지남력(指南力) 검사로 시작했다. 이어 문장 외우기와 기억 회상 등 기억력 테스트, 숫자 바로 따라 말하기 등 주의력 질문 등이 진행됐다. 점을 연결해 그림을 그리는 시공간 기능 테스트, 시각과 언로를 추론하는 집행 기능, 사물 이름 말하기와 이해력의 언어 기능 테스트 등 뇌 기능의 6가지 영역을 검사하는 데 1인당 20분 가량 걸렸다.

이날 검사를 받은 A(77)씨는 “내가 치매를 앓고 있는지, 어떤지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자식처럼 직접 경로당에서 검사를 해주니 감사할 따름”이라며 “경로당 회원들이 저마다 큰 관심을 갖고 모두 모였다”고 말했다.

완주군은 만 60세 이상 주민을 대상으로 ‘기억력 검사 하는 날’을 시행하고 있다. 치매를 조기에 발견해 완치하거나 중증 상태로 진행되는 것을 억제하고 증상을 개선하기 위해 매주 수요일 오후 2시 직접 마을 경로당으로 찾아가 검사를 진행한다.

완주군보건소 치매안심센터는 1단계 인지선별검사에서 인지 저하로 검진된 어르신에 한해 2단계 진단검사를 할 수 있도록 협약병원으로 안내하고, 경도 인지장애나 치매 진단이 내려진 어르신에 대해서는 치매 원인 규명을 위한 3단계 감별검사를 지원하고 있다.

완주군에서는 지난해 1568명의 인지선별검사에서 17%에 해당하는 269명이 ‘인지저하’로 검진을 받았다. 이 중에서 2단계 진단검사를 통해 약 120명이 ‘경도 인지장애’와 92명이 ‘치매’ 진단을 받았고, 90명은 3단계의 감별검사에서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것으로 분석됐다.

센터가 추정하는 완주군의 치매인구는 60세 이상 고령인구 3만명의 약 8.8% 수준인 2600여명 정도다. 센터는 현재 인력을 총동원해 물품 지원과 주기적 교육, 1대 1 맞춤형 사례관리 등 치매 인구의 약 98%가량을 관리하고 있다.

완주군보건소는 다음 달부터 보건소 내 치매안심센터의 ‘치매환자 쉼터’ 운영을 재개하고 태블릿 PC와 가상현실(VR)을 활용한 재활서비스도 제공한다. 이연정 완주군보건소 건강증진과장은 “치매는 조기에 발견해 진행을 억제하고 증상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거동이 불편하거나 경로당 방문이 어려운 어르신들에게는 찾아가는 인지선별검사를 제공하고 있으니 어르신과 가족들의 많은 관심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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