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점 돈 '블루스'의 명암

김소희 2022. 5. 19.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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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부작 절반 달려 온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노희경표 탄탄한 스토리에 톱배우 열연 더해져 
시청률 10%대..TV화제성 꾸준히 상위권
'괸당' 문화가 되살린 한국 정서 속 공동체의식
이면엔 가부장제 답습한 인물·소재 논란도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가 반환점을 돌았다. tvN 제공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이하 '블루스')가 지난 15일 12회를 방송하며 반환점을 돌았다. 총 20부작의 옴니버스로 펼쳐지는 '블루스'는 한평생 제주에 살거나 육지에서 제주로 온 이들의 삶을 둘러싼 상처와 희망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안방극장을 사로잡고 있다.

시청자를 위로하는 대사를 여럿 던지며 애청 드라마로 자리 잡은 '블루스'는 지난달 9일 첫 방송 시청률 7.3%(닐슨코리아)로 출발했다. 꾸준히 10%대를 유지하며 순항하다 반환점이었던 10회에는 최고 시청률 11.2%을 기록했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집계한 TV화제성 드라마 부문에서도 3주 연속 1위(4월 2주차~4월 4주차)를 차지한 바 있다.

"남녀 두 주인공만의 얘기가 지겹더라고요. 사실 우리 모두는 각자 삶의 주인공인데 말이죠." 지난달 7일 온라인 제작발표회에서 노희경 작가의 말처럼 '블루스'는 매회 에피소드에서 주된 서사를 이끄는 인물을 달리한다. '한수와 은희', '영옥과 정준', '영주와 현', '인권과 호식' 등 에피소드마다 친구, 연인, 가족 사이의 갈등을 다룬다. 주인공만 14명이다. 각 배역은 작품의 생동감을 더한다. 차승원 이정은 한지민 김우빈 이병헌 신민아 김혜자 고두심 등 국내 톱배우의 열연, 박지환 최영준 노윤서 배현성 등 신예 배우들의 절절한 연기가 눈에 띈다.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가 반환점을 돌았다. tvN 제공

'블루스'는 제주 푸릉마을을 배경으로 오일장에서 생선, 얼음, 순대 등을 팔며 생계를 이어가는 인물들은 특유의 '괸당'(모두가 친인척인 개념) 문화 아래서 살아간다. 서로를 "삼춘"이라고 부르며 각자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도 꿰고 있는 사이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공동체주의의 극단이 '괸당'으로 표현된다"며 "이 개념이 익숙한 어른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 외지인이 겪는 딜레마가 드라마에서 드러난다"고 설명한다. 그 중심에 생사를 함께하는 해녀 공동체가 있다. 정해진 구역을 벗어나 물질을 하는 해녀 영옥(한지민)이 다른 해녀들과 빚는 갈등도 '괸당' 문화에서 파생된다.

드라마 속에서 서로에 대한 관심은 인물 내면의 상처를 드러내기 위한 장치로 활용되기도 한다. 영옥은 해녀 공동체에서 내쳐질 위기에 처하자 자신의 가정사를 고백한다. 선아(신민아)는 우울증으로 양육권을 뺏긴 아픔을 동네 오빠 동석(이병헌)에게 털어놓고 위로받는다. “드라마를 통해 상처가 아닌 희망에 더 주목하고 싶었다. 경험이 희망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또 다른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노 작가의 기획 의도와 일맥상통한다. 김 평론가는 "인간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서로를 챙기는 본성이 드러난다"며 "한국 사회의 과제를 스스로 찾아가도록 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작품"이라고 분석했다.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가 반환점을 돌았다. tvN 제공

다만 극 중 청소년 임신 소재에 대한 논란은 몰입을 방해한다는 지적도 있다. '영주와 현' 에피소드에서 임신 사실을 알고 낙태를 위해 산부인과를 찾은 영주(노윤서)에게 의사는 "이거 봐. 학생들이 이렇다니까", "그러게 피임을 잘했어야지, 학생"이라며 비난한다. 드라마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임신과 출산을 둘러싼 갈등 구조에서 주변 인물의 시선이 불필요하게 폭력적으로 표현된다"며 "태아의 심장 소리를 듣고 현(배현성)과 출산을 결정하는 해결 과정도 개연성이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드라마 속 일부 여성 인물을 담아내는 방식이 적절치 않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외지인으로 취급받는 영옥은 육지에 두고 온 남자나 아이가 있다는 소문 아래서 따가운 시선에 놓인다. 영옥에게 관심이 가는 정준(김우빈)은 "누나가 만난 남자는 대체 몇인가", "이 남자 저 남자 만난 여자를 나는 진짜 사랑할 수 있나"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윤 교수는 "여성 인물을 그려 나가는 방식에서 가부장적인 세계관이 표출되고 있다"며 "삶의 애환을 담아내 감동을 전한다고 해도 작품 속 시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소희 기자 kim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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