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섭의 MLB와이드] '악의 제국' 양키스, '완벽함'을 더하다
[이창섭의 MLB 와이드]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뉴욕 양키스의 상징성은 매우 크다. 베이브 루스를 비롯해 수많은 스타를 배출한 최고 명문 구단이다. 월드시리즈 통산 우승 횟수(27회)는 2위 팀(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11회)과 3위 팀(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보스턴 레드삭스·이상 9회)을 합친 것보다 많다. 1993년부터 이어오고 있는 승률 5할 이상 시즌(29년)은 역대 2위에 해당한다. 현재 양키스가 추격하고 있는 역대 1위 팀 역시 양키스(39년·1926~1964년)다.
양키스는 성적에 한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팀이다. 하지만 최근 양키스가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하나 있다. 2009년 이후 가지지 못한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다. 우승이 없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월드시리즈 진출조차 못 하고 있다.
지난해 양키스는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2위(92승70패)에 올랐다. 그리고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경기에서 보스턴에게 패(2-6)했다. 2위로 가을야구에 나선 것도 실망스러운데, 포스트시즌 1라운드에서 곧바로 탈락했다. 게다가 상대 팀은 맞수 보스턴. 양키스로선 용납할 수 없는 패배였다.
팬들은 겨울 동안 대대적인 변화를 기대했다. 그러나 양키스의 겨울은 조용했다. 양키스가 가장 큰돈을 쓴 영입은 앤서니 리조와의 재결합(2년 3200만달러)이었다. 필요한 선수는 오버페이도 망설이지 않았던 과거의 양키스를 떠올리면 매우 어색했다. 대신 양키스는 공격보다 수비에 초점을 맞췄다. 포수 개리 산체스에게 남은 미련을 버리고, 조시 도널슨과 아이재아 카이너-팔레파 등을 보강했다.
대형 선수 영입은 없었다. 자유계약(FA)시장을 지배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양키스는 이번 시즌 놀라운 성적을 거두고 있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유일하게 7할대 승률(0.757·28승9패)을 자랑한다. 이대로라면 이번 시즌 120승을 올릴 기세다. 참고로, 메이저리그 단일 시즌 최다승은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가 기록한 116승이다.
야구에서 투타 조화가 좋다는 말은, 득점은 많은 반면 실점은 적다는 의미다. 현재의 양키스가 정확히 이러한 야구를 펼치고 있다. 득점과 실점의 차이가 +74점으로 리그에서 가장 좋다. 지난해까지 발목을 잡았던 수비가 개선되면서 허무하게 내주는 점수가 줄었다. 실제로 지난해 리그 최다실책 3위(경기당 평균 0.60개)였던 양키스는, 올해 최소 실책 3위(경기당 평균 0.41개)로 변신했다. 수비수가 득실점에 어떻게 관여했는지 알 수 있는 디펜시브런세이브(DRS)에서도 지난해 -41이었는데, 올해는 +10로 크게 나아졌다. 수비력의 발전이 양키스가 지향한 ‘지키는 야구’를 완성한 것이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양키스가 정리한 선수들을 보면 잔 부상이 많았던 공통점이 있다. 부상은 또 다른 부상을 부른다. 한 선수가 계속 다치면 그 선수의 공백을 메워야 하는 다른 선수의 부담감이 커진다. 이 문제점을 알았던 양키스는 몇 년 전부터 팀 주치의를 교체하는 등 트레이닝 파트에 큰 공을 들였다. 그 결과 올해는 심각한 부상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전력의 100%를 활용하다 보니 성적이 오를 수밖에 없다. 서로가 서로의 부담이 됐던 지난해와 달리 서로가 서로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그동안 양키스는 세밀한 야구가 다소 아쉬웠다. 지난해 와일드카드 경기에서도 주루에서의 실수가 패배로 직결됐다. 그런데 올해는 달라졌다. 새롭게 3루 코치로 부임한 루이스 로하스 덕분이다. 작년까지 뉴욕 메츠의 감독이었던 로하스는 올해 양키스에서 보탬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타구 판단에 대한 정확성이 독보적이다. 로하스의 지휘를 앞세운 양키스는 러닝 게임에서도 강세를 보인다. 점수를 뽑을 수 있는 방법이 추가된 것이다.
브라이언 캐시먼 양키스 단장은 “특정 선수에게 의존하는 것보다 팀 전체를 신경 썼다”고 말했다. 실제로 양키스는 특정 선수에 의한 팀이 아닌 원팀(one-team)으로 거듭났다. ‘악의 제국’의 부활이다.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pbbl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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