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 참사로 신뢰 바닥 쳤는데도 '루나·테라 부활' 고집 부리는 권도형

최근 폭락사태가 불거진 한국산 암호화폐 루나와 자매 코인 테라USD(UST)를 만든 권도형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CEO)가 테라 블록체인 부활을 위한 투표를 강행한다. 투표는 루나 보유량이 많으면 투표권이 커지는 구조로, 이들이 찬성해 투표가 가결될 경우 빠르면 27일부터 새로운 블록체인으로 부활할 수 있다.

18일(현지 시각) 권 CEO는 트위터를 통해 테라 블록체인과 루나 재탄생을 위한 거버넌스 투표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그는 테라 부활 제안이 블록체인 구성에 관여하는 ‘빌더’ 15명 이상의 지지를 받았다며 “이 제안이 성공하면 새로운 네트워크가 탄생한다. 커뮤니티와 함께 재건을 고대한다”고 말했다.

테라 스테이블코인(왼쪽)은 루나(오른쪽) 토큰을 통해 가치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테라 유튜브 캡처

앞서 16일 권 CEO는 테라 블록체인 프로토콜 토론방인 ‘테라 리서치 포럼’에 또 다른 블록체인을 만들자는 제안을 올렸다.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 코인(달러 등 법정통화에 연동하도록 설계된 가상화폐) UST가 작동 불능 상태에 빠진 가운데 ‘하드포크’(Hard Fork)를 통해 스테이블 코인이 없는 새 블록체인을 만들자는 것이다. 하드포크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가상화폐에서 새 화폐가 갈라져 나오는 과정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 블록체인은 ‘테라 클래식’과 ‘토큰 루나 클래식’(LUNC)이 되고, 새 체인은 ‘테라’와 ‘토큰 루나’(LUNA)가 된다. 이전에도 이더리움 블록체인에서 하드포크된 이더리움 클래식 등이 비슷한 사례다. 암호화폐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는 “온라인 사전 투표에서 92%가 이 제안에 반대했지만, 권 CEO가 밀어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테라 리서치 포럼’의 한 회원은 권 CEO 제안에 대한 사전 찬반 투표를 진행했고 92%가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대부분 회원은 “포크를 원하지 않는다”며 기존 루나의 소각을 촉구하는 중이다. 테라 커뮤니티 회원들의 반발은 권 CEO에 대한 신뢰가 바닥나면서 불거지고 있다.

이들은 “커뮤니티 의견에 귀를 기울여라”, “테라 부활은 ‘고래’(가상화폐의 큰손)들에게만 좋다”, “권 CEO 제안은 반(反)공동체 권위주의”, “권 CEO와 주변의 사기꾼들을 제외하면 아무도 포크를 원하지 않는다”는 글을 올렸다. 일부 회원은 권 CEO를 형사고발하고 집단소송을 제기하자고 제안한 상태다.

디파이(탈중앙화 금융) 보안업체 해시엑스 창업자 드미트리 미슈닌은 “주요 과제는 신뢰”라며 “포크를 진행하기 위해선 신뢰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코인거래소 AAX의 앤톤 굴린 지역책임자는 “암호화폐 커뮤니티에서 루나에 대한 전반적인 감정은 매우 좋지 않다”며 “트레이더들과 투자자들은 엄청난 손실로 고통을 겪었고 경영진의 행동을 의심하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신현성(왼쪽)과 권도형 테라폼랩스 공동 대표. /테라 제공

하지만 권 CEO의 테라 부활 투표는 현재 투표율 25%에 89% 찬성을 보이고 있다. 이 투표는 블록체인상 거래를 확인하는 역할을 하는 검증인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루나 보유량이 많으면 투표권이 커지기 때문이다. 사전 투표에서 압도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낸 개미들의 목소리는 사실상 반영되지 않는 구조다.

암호화폐 전문매체 더블록은 “테라 커뮤니티 구성원들은 권 CEO 제안에 반대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것을 막을 투표권은 없을지도 모른다”고 분석하고 있다. 더블록에 따르면 루나 전체 보유량 기준 과반인 1억8800만 표가 찬성하면 테라 부활 안건은 통과한다. 가상화폐 업계에선 개미들 반대에도 안건이 통과될 경우 이르면 27일부터 새 블록체인이 가동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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