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공개한 6가지 제품으로 본 모바일의 미래 [최원석의 디코드]

최원석 국제경제전문기자 2022. 5. 19.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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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코드(decode): 부호화된 데이터를 알기 쉽도록 풀어내는 것. 흩어져 있는 뉴스를 모아 세상 흐름의 안쪽을 연결해 봅니다.

구글이 ‘종합 모바일 디바이스 기업’이 되겠다는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자사의 연례 개발자 회의인 ‘구글 I/O(Input/Output) 2022′에서였습니다. 현지 시각으로 지난 5월11일 열렸으니 약 1주일 전이었네요.

구글은 이번 행사에서만 무려 6종류의 모바일 디바이스를 발표했습니다. 스마트워치인 ‘픽셀 워치’, 보급형 스마트폰인 ‘픽셀6a’, 무선 이어폰인 ‘픽셀 버즈 프로’, 차세대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픽셀7(픽셀 7프로 포함)’, 태블릿PC인 ‘픽셀 태블릿’, 검색·통역 등을 더 자연스럽고 편리하게 해주는 ‘AR(Augmented Reality·증강현실) 스마트 글래스(안경)’가 그것이었습니다.

모바일 디바이스의 양대 기업인 애플·삼성전자도 한 번에 이렇게 많은 제품을 발표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게다가 이 행사는 구글이 개발자를 모아놓고, ‘소프트웨어 부문’의 기술적 성과를 알리는 자리였거든요. 제품 발표에 특화된 행사도 아닌데, ‘제품’이 주인공이 된 셈입니다.

구글의 디바이스 총괄인 릭 오스테로가 지난 11일 구글의 개발자 행사에서 구글의 자체 모바일 제품군인 픽셀 시리즈를 소개하고 있다. /구글 개발자 행사 동영상 캡처

◇구글, 지난 11일 개발자 행사에서 자사 최초의 스마트 워치인 ‘픽셀 워치’ 포함해 보급형 스마트폰, 무선 이어폰, 태블릿 PC 등 총 6개 모바일 제품군 발표

구글은 전 세계 모바일 제품 운영체제(OS) 시장의 70%를 점유하는 ‘안드로이드’를 제공하고, 그 기반으로 모바일시장을 장악해 광고·수수료 등으로 큰 수익을 내왔지요. 물론 그동안 몇몇 모바일 제품을 내놓긴 했지만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었는데요. 이번에 구글이 모바일 풀라인업을 내놓고 핵심 칩의 내재화도 확대함으로써, (OS와 제품을 모두 장악한) 애플과 같은 존재가 되겠다고 본격적으로 선언한 셈입니다.

구글의 해당 제품이 현재 한국에는 판매되지 않아 한국 소비자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진 못합니다만, 삼성전자라는 안드로이드 디바이스 판매 세계 1위 기업에는 상당한 파괴력을 지닙니다.

◇픽셀 워치, 자체 스마트폰과의 강력한 연동성을 무기로 애플 워치, 갤럭시 워치와 정면 승부 예고

단기적으로는 삼성전자의 모바일 제품 판매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OS의 연결 체험을 개선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OS 향상이 완성도 높은 삼성의 모바일기기와 연결됐을 때 제품 성능과 소비자 만족도의 향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구글이 하드웨어 성능·신뢰도 면에서 단기간에 삼성 제품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무시하지 못할 겁니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상당한 위협입니다. 구글은 이제 막 제품의 구색을 맞춰나가는 상태이고 자사 매출에서 디바이스가 차지하는 비중도 미미하죠. 하지만 관련 매출이 미미하고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 오히려 구글이 모바일 디바이스 시장에서 더 큰 성공을 거둘 원동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 구글은 디바이스 하나하나의 단기 실적에 좌우될 필요가 없거든요. 단기적·부분적으로는 옳을 수 있지만, 장기적·전체적으로 보면 더 큰 성장기회를 없애버리는, 나쁜 결정을 내리지 않아도 되죠.

◇구글이 모바일 제품군 쏟아내는 이유는 개별 제품 아니라 전체의 연결체험으로 소비자 선택 받겠다는 것... AR글래스·메타버스와 모빌리티 시장으로 연결하려는 포석

구글의 제품 생태계는 이제 시작입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라는 세계 최대 모바일 OS의 주인이죠. 게다가 세계 최대 인터넷 광고검색 기업이자, AI와 빅데이터·자율주행 기술 등에 능한 기업입니다. 사업 확장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한 그림을 그리고, 소프트·하드 양쪽에서 전략을 만들어나간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큰 성과를 낼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구글이 어떤 제품 전략을 가졌는지를 ‘구글 I/O 2022′에 등장한 6개 제품으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구글 최초의 스마트워치인 '픽셀 워치'. 올가을 출시된다. /구글 개발자 행사 동영상 캡처

◇1. 구글 최초의 스마트워치 ‘픽셀 워치’

구글 최초의 스마트워치인 ‘픽셀 워치’가 올가을 발매됩니다. 구글이 스마트워치를 내놓을 것이라는 소문은 이 회사가 2016년 자체 개발 스마트폰인 ‘픽셀’ 시리즈를 투입한 이후 줄곧 무성했는데요. 드디어 출시되는군요.

작년 5월 ‘구글 I/O 2021′에서는 구글이 웨어러블 기기용 OS인 ‘웨어OS’를 새로 공개했죠. 그리고 삼성전자가 ‘갤럭시 워치’에 탑재해왔던 자체 OS ‘타이젠’을 포기하고 웨어OS로 갈아탄다는 것이 알려졌습니다. 그 이후 삼성이 웨어OS 를 탑재한 ‘갤럭시 워치4′를 내놓아 웨어러블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도 했는데요. 이번에 구글이 자체 스마트워치를 내놓으면서, 애플 워치, 갤럭시 워치와 격돌하게 됐습니다.

사각형인 ‘애플 워치’와 달리 원형, 즉 갤럭시 워치와 비슷하고요. 기계적 조작은 애플 워치처럼 커다란 용두를 활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구글 하드웨어 책임자인 릭 오스테로에 따르면, 손가락뿐 아니라 음성·시선으로 조작할 수 있는 등 사용자인터페이스(UI)에서 큰 개선이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픽셀 워치엔 다양한 구글 자체 앱도 탑재되는데요. 예를 들어 ‘구글 홈’ 앱에서는 픽셀 워치의 디스플레이를 탭하는 것만으로 스마트 홈 디바이스를 조작할 수 있게 됩니다. 웨어러블 기기 ‘핏빗’을 만드는 회사인 핏빗이 구글 산하에 들어간 게 개발을 앞당긴 것 같습니다. 심박수·수면상황 기록 등 건강을 모니터링하는 핏빗의 전문 지식이 깊이 통합돼 있다는군요.

구글의 자체 개발 보급형 스마트폰인 ‘픽셀 6a’. 7월에 출시된다. 미국 기준 449달러(약 57만원). /구글 개발자 행사 동영상 캡처

◇2. 구글의 보급형 스마트폰인 ‘픽셀6a’

구글은 작년 하반기에 이미 플래그십 스마트폰 ‘픽셀 6′를 내놓았는데요. 염가·보급형인 ‘픽셀 6a’가 7월 출시됩니다. 미국 기준 449달러(약 57만원)입니다.

픽셀6는 구글이 처음으로 자사 스마트폰에 자체개발 고성능 칩 ‘텐서(Tensor)’를 탑재한 것으로 화제가 됐었지요. 구글이 소비자용 제품에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칩을 처음 탑재한 ‘사건’이기도 했습니다. 구글이 AI·머신러닝 효율을 높이기 위해 6~7년 전부터 서버용 칩(텐서프로세싱유닛·TPU)을 만들어 오긴 했지만, 휴대폰에 독자 칩을 넣은 건 처음이었죠. 구글도 애플처럼 OS·플랫폼·칩·최종제품을 모두 장악하게 된 것이죠.

이번에 눈여겨 볼 점은 구글이 자체 개발한 고성능 칩 ‘텐서’가 픽셀6와 같은 플래그십폰 뿐 아니라 보급형인 픽셀 6a에 똑같이 들어갔다는 것입니다. 직전의 보급형 모델이었던 픽셀 5a는 비용절감을 위해 퀄컴의 중급 프로세서가 탑재됐었죠.

이는 애플이 보급형 모델인 아이폰SE(3세대)에 아이폰13과 같은 최신 고성능칩(A15 바이오닉)을 탑재한 것과 같은 전략입니다. 하드웨어 스펙엔 차등을 두지만, 칩 성능에선 고가·중가 제품에 차등을 두지 않는다는 겁니다. 단가만 따지면 보급형에 비싼 칩 넣는 게 손해일 수 있지만, 플래그십과 같은 칩을 넣어줌으로써 보급형에서도 소프트웨어 성능을 충분히 즐기게 해 판매를 늘리겠다는 것이고요. 칩은 많이 만들수록 단가가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오버스펙이더라도 단일 품종을 대량생산하는 것이 결국엔 비용 대비 효과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겁니다.

동일한 칩을 채택함으로써 픽셀 6a도 플래그십 모델과 똑같은 소프트웨어 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픽셀6a가 이 가격대에서 가장 강력한 성능을 내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의미죠. 감도가 더 높아진 야간촬영 모드나 피부색의 미묘한 차이를 정확히 재현한다는 리얼 톤을 이용할 수 있고, 음성 입력도 더 빠르고 정확해질 수 있습니다. 사진에 찍힌 불필요한 것을 지우는 기능도 사용 가능하고, 색을 바꾸는 기능도 추가될 것으로 보입니다.

애플·구글 사례에서 보듯, 앞으로는 보급형에도 플래그십에 들어가는 고성능 칩을 넣어주는 게 대세가 될 가능성이 있고요. 칩 성능부터 차등을 두던 다른 안드로이드 진영 스마트폰 업체들의 전략에 수정이 필요해질지 모릅니다. 애플의 경우 운영체제가 다르니 무시했다고 하지만, 픽셀폰은 같은 안드로이드 진영이니까 미치는 영향의 차원이 다르겠죠.

디자인은 자사 플래그십인 픽셀6와 비슷하지만, OLED 화면 크기는 6.1인치로 약간 작아졌고(그래도 4.7인치인 아이폰 SE보다 훨씬 큽니다), 화면 주사율도 60Hz로 억제돼 있습니다. 카메라 성능도 낮아졌습니다. 1200만 화소의 메인 카메라와 초광각 카메라가 탑재돼 있지만, 픽셀6보다 이미지센서가 작습니다. 그렇다 해도 보급형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중에선 사진 품질이 높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강력한 프로세서 성능과 소프트웨어·AI기술이 뒷받침되기 때문입니다. RAM은 6GB, 저장용량은 128GB, IP67 규격 방수 기능을 갖췄습니다. 안드로이드 OS 업그레이드는 3회, 보안 업데이트는 5년간 제공됩니다.

전작인 픽셀5a는 미국·일본의 구글스토어에서만 판매됐지만, 픽셀6a는 미국·일본·영국·호주·인도 등 13개국에서 다양한 소매 채널로 판매될 예정입니다. 따라서 전작보다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고요. 안드로이드폰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구글의 무선 이어폰 신제품인 '픽셀 버즈 프로'. /구글 개발자 행사 동영상 캡처

◇3. 무선 이어폰 ‘픽셀 버즈 프로’

작년 출시된 무선 이어폰 ‘구글 픽셀 버즈 A시리즈’에 이은 신제품으로 ‘픽셀 버즈 프로’가 출시됐습니다. 미국 기준 199달러(약 25만원). 7월에 나옵니다. A시리즈와 비슷한 디자인이지만 주변 소리를 차단하는 액티브노이즈캔슬링과 외부음 도입 모드를 추가했습니다. 노트북 사용 중에 스마트폰에 전화가 오면 스마트폰으로 자동 전환되고, 통화를 끊으면 다시 노트북으로 연결되는 심리스한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블루투스 설정을 바꿀 필요 없이 모두 자동으로 됩니다.

특히 구글이 자체 개발한 칩으로 동작한다는 것에 주목해볼 만 합니다. 구글이 스마트폰뿐 아니라 무선 이어폰에 들어가는 칩까지 이젠 스스로 만드는 겁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면, 기기 간의 매끄러운 연동성을 위해 OS만 장악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 안에 들어간 칩까지 차례로 내재화·규격화한다는 것입니다.

구글의 차세대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픽셀7’ ‘픽셀7 프로’. /구글 개발자 행사 동영상 캡처

◇4. 차세대 플래그십 스마트폰 ‘픽셀7′ ‘픽셀7 프로’

차세대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픽셀7′ ‘픽셀7 프로’가 올가을 픽셀 워치와 비슷한 시기에 출시됩니다. 후면 카메라부는 가로 일직선 바(bar)로 돼 있으며 알루미늄이 채용돼 있습니다. 음성·사진 처리, 비디오 촬영, 보안 기능을 강화한 차세대 텐서 칩을 넣을 예정입니다. 차기 OS인 ‘안드로이드 13′이 기본 탑재됩니다.

◇5. 태블릿PC ‘픽셀 태블릿’

구글의 자체 태블릿 PC인 ‘픽셀 태블릿’이 발표됐습니다. 내년 출시 예정입니다. 픽셀 워치나 픽셀6a 등은 발표 전부터 공개 루머가 많았지만, 태블릿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구글 최초의 태블릿은 아닙니다. 구글은 2015년 ‘픽셀 C’라는 태블릿을 내놓은 적이 있는데요. 판매가 매우 부진했습니다. 이후 구글은 태블릿 직접 판매를 사실상 접고, 태블릿처럼 큰 화면에서도 안드로이드 OS가 최적화된 체험을 줄 수 있도록 OS를 보완하는 데 주력해 왔죠.

올가을 나오는 안드로이드 13에서는 안드로이드 태블릿에서도 애플의 아이패드에 버금갈 만한 사용자 체험을 제공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다시 말해 픽셀 태블릿은 구글이 안드로이드 태블릿의 사용자 체험을 제대로 완성한 뒤에 처음 등장한 자체 태블릿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번 행사에선 외형 디자인만 공개됐는데요. 디자인만 보면 이게 2023년에 출시될 제품인지 의심이 들 정도로 별로입니다. 다만 구글에서 밝힌 내용에서 주목할 것은 ‘픽셀 스마트폰의 완벽한 파트너가 되도록 설계됐다’는 것, ‘모든 픽셀 디바이스와 심리스하게 동작한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픽셀 태블릿에도 텐서 칩이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즉 구글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보급형 스마트폰, 태블릿 할 것 없이 모두 동일한 칩을 탑재한다는 것이죠. 애플의 반도체 전략을 그대로 따르는 것으로 보이고요. 구글 모바일 디바이스끼리의 완벽한 호환을 위한 필연적인 선택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구글이 내년에 출시할 예정인 구글의 태블릿 PC '픽셀 태블릿'. /구글 I/O 2022 동영상 캡처

◇6. AR 스마트 글래스

이번 행사에서 구글은 증강현실(AR)을 보여주는 스마트글래스 프로토타입을 선보였습니다. 마주 보는 상대가 외국어로 말하는 내용을 실시간 번역해주는 안경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입니다. 상대방이 말하고 있을 때 외국어의 실시간 번역이 스마트글래스 착용자의 시야에 표시됩니다.

구글의 AR 스마트 글래스 개발이 어떤 단계에 있는지, 실제 제품이 언제 출시될지는 미정이고요. 구글이 스마트글래스가 가져올 미래상을 보여준 것이 처음도 아닙니다. 다만 이번 발표를 보면, 구글이 새로운 시장 형성을 위해 내놓을 제품이 AR 스마트 글래스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구글이 제공하려는 서비스가 분명하고, 그럴듯하고, 실현 가능성도 충분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대화 상대의 외국어를 실시간으로 번역해 주는 것은 하나의 예일 뿐이고요. 구글이 가진 기존의 많은 서비스가 AR 글래스를 통해 더 확장되고 더 편리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특히 구글이 AR 글래스를 실제로 내놓기 전까지의 남은 기간에 스마트폰·워치·무선이어폰·태블릿 등의 자사 제품군을 대거 내놓고 기기 간 연동성을 극대화해 놓음으로써, AR 글래스를 실제로 출시했을 때의 효용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구글은 지난 5월4일에 마이크로 LED 기술을 다루는 미국 스타트업인 락시엄(Raxium)을 인수하기도 했는데요. 락시엄이 갖고 있는 고정밀·고휘도 기술이 AR 등에 활용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구글은 이미 2020년에는 AR 글래스를 다루는 캐나다 신흥기업 노스(North)를 인수한 바 있습니다. 이미 구글 내에서는 소비자 대상의 AR 스마트 디바이스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고요.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2024년쯤 판매를 계획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1일 열린 구글 개발자 행사 영상의 한 장면. 한 여성이 구글의 AR 스마트 글래스를 끼고, 상대방과 대화하고 있다. /구글 I/O 2022 동영상 캡처

◇7. 구글이 내놓은 6가지 ‘제품’으로 본 모바일 시장의 미래

‘안드로이드의 애플이 되겠다’는 전략, OS만 제공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만든 OS에서 돌아가는 모바일 기기의 풀라인업을 갖추겠다는 전략이 너무도 명확해졌습니다.

물론 구글은 자신들의 변신이 절대로 기존 안드로이드 진영, 즉 삼성전자나 중국 모바일기기 업체의 시장을 잠식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죠. 물론 그 말도 일부 맞을 것입니다. 구글은 애플이나 다른 빅테크 기업의 야망에 맞서 자신들의 영역을 지키고 확대해나가야 하고, 그 목표를 이루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도달한 결론일 수도 있습니다.

현재 구글의 모바일 디바이스 시장 점유율이 기존 안드로이드 진영 제조업체들에 미치는 영향이 아직 미미한 것도 사실입니다. 작년 출시된 픽셀6가 이전의 픽셀4·5를 합한 것보다 더 많이 팔렸다고는 합니다만, 전체 시장에서 구글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1~2%도 안 됩니다.

모바일 기기 시장의 양강은 여전히 애플·삼성입니다. 작년 판매대수 기준으로 스마트폰은 1위 삼성(20.1%), 2위 애플(17.4%), 스마트워치는 1위 애플(30.1%), 2위 삼성(10.2%), 태블릿도 1위 애플(34.2%), 2위 삼성(18.3%)이었습니다. 애플이 대단한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삼성전자가 자체 OS 부재 문제, 프로세서 전략의 어려움, 중국업체의 총공세 등 온갖 위기를 맞고도, 안드로이드 최강의 지위를 지키고 있다는 게 정말 대단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가 문제인데요. 구글의 전략이 너무 분명하고 이해하기 쉽다는 점이 무섭게 느껴집니다. 분명하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어야 좋은 전략이거든요. 전략을 실행해야 하는 최고책임자는 물론, 어느 부서, 부서의 어떤 팀, 팀의 막내한테 물어봐도, ‘네, 우리의 전략은 이것입니다’라고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물어봤는데 대답을 제대로 못 하거나, 지도부에서부터 방향이 흔들린다면, 문제가 심각한 거죠.

구글은 이번 행사에서 구체적인 판매 일정도 잡히지 않은 제품까지 한꺼번에 풀어 놓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픽셀 6a와 픽셀 버즈 프로는 7월에 출시하니까, 이번에 발표하는 게 맞겠죠. 하지만 픽셀 워치와 픽셀7은 올가을이라고만 밝혔을 뿐이거든요. 게다가 픽셀 태블릿은 내년 출시라고 했고, AR 스마트글래스는 프로토타입만 공개했습니다.

그런데도 이 제품을 한꺼번에 서둘러 공개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이제 모바일 제품 사용자들은 자신들이 쓰는 개별 제품 하나하나의 매력으로만 구입하는 게 아니라, 그 제품과 제조사가 주는 제품·서비스 생태계의 품질을 종합 판단해 장기적 관점에서 구매 계획을 세우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구글은 ‘앞으로 구글의 제품 생태계가 이렇게 확장되고 연결성이 더 좋아질 것이니, 이런 제품 전체의 계획을 믿고 현재의 개별 제품에도 더 관심을 가져 달라. 우리 제품의 풀라인업이 완성되려면 좀 더 시간이 걸리지만, 그렇다고 곧 나올 경쟁사 제품을 곧바로 선택하지 말고, 앞으로 나올 구글 제품을 기대해 달라’라고 호소하고 있는 것입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이번 행사에서 구글의 미션을 “전 세계의 정보를 정리하고 세계인이 그 정보에 접근해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구글은 스마트폰에 이어 워치·태블릿·무선이어폰까지, 그리고 매우 높은 확률로 AR 글래스를 출시하겠다는 겁니다. 모바일 제품 생태계를 빈틈없이 메워가는 것으로 소프트·하드웨어를 통합한 최고의 정보검색 서비스, 소비자의 삶을 더 편리하고 윤택하게 만드는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것이죠.

일단 구글이 이번 행사에서 강조한 AR 글래스는 요즘 유행하는 메타버스와 연결돼 모바일 디바이스 시장을 또 한 번 뒤흔들 게 확실해 보입니다. 모바일 OS 시장의 양대 강자인 애플·구글이 모두 VR(Virtual Reality·가상현실)보다 AR(Augmented Reality·증강현실) 디바이스 보급에 우선 주력하겠다는 심산입니다. VR은 진짜 현실과 단절하고 가상현실로 들어가는 개념. 반면 AR은 투명한 렌즈를 통해 현실세계를 그대로 보면서 그 위에 증강된 현실을 덧입히는 개념입니다. 구글이 이번 행사에서 설명했듯, 사용자가 AR 스마트글래스를 착용하고 외국인과 대화하는 경우, 언어를 음성 인식한 뒤에 그 내용을 문자로 바꿔 실시간으로 렌즈를 통해 보여줄 수 있습니다.

이런 환경을 구현할 때 어떤 게 필요할까요? AR 스마트글래스의 자체 프로세서 성능만으로는 AR글래스로 구현할 수 있는 모든 기능을 실시간 처리하는 것에 한계가 있을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특정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AR스마트 글래스와 픽셀폰이 연동할 수도 있겠죠. 픽셀 버즈의 칩 성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된다면, 픽셀폰 없이 구글 글래스와 픽셀 버즈만으로도 음성 인식, 자동번역, 번역 내용을 글래스의 화면에 띄워 주거나, 픽셀버즈를 통해 사용자에게 음성으로 전달하는 게 가능해질지 모릅니다. 무선이어폰이 음성·음악을 듣는 용도만이 아니라,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소형컴퓨터로 활용될 수도 있고요.

미래에는 노트북의 작업환경을 모바일기기가 서로 연동해 대체할 수도 있을 겁니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특히 AR글래스가 돌파구를 열어 주겠죠. 증강현실로 모니터 화면을 여러 개 띄울 수도 있고요. 사용자의 폰·태블릿을 AR글래스와 연동해 노트북 쓰던 것에 비해 훨씬 확장된 환경을 만들어 줄 겁니다. 트랙패드가 필요하다면요? 사용자가 음성으로 “스마트폰을 트랙패드로 쓸게”라고 말하면, 다른 조작 없이도 스마트폰 화면이 트랙패드로 바뀔지 모릅니다.

구글은 자사가 내놓은 제품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동작하도록, 상황에 따라 물 흐르듯 연결되도록 할 겁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제품 하나의 디자인·완성도가 경쟁사 개별제품보다 낫지는 못하더라도, 제품 전체의 통합 사용환경이 주는 이득으로 소비자를 유인하겠죠. 그렇게 함으로써, 주력 시장인 인터넷 검색 광고시장을 계속 확대하고, 메타버스 시장을 장악하고, 모빌리티 데이터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단계가 구글의 의도대로 잘 진행된다면, 현재 적자가 누적되고 있지만 사업을 확장 중인 클라우드 서비스와 자율주행기술 분야에서도 그간의 적자를 메우고도 남을 만큼의 이익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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