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불체포특권과 '이재명 방탄' 논란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장동·성남FC·법카…여러 혐의
검찰과 경찰 수사 불가피 상황
계양을 출마로 방탄 의심 자초
범죄특권 악용 사례가 더 많아
표결 지연 막고 기명투표 제안
권성동 개정안 즉각 표결해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는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이 헌법에서 규정한 취지에서 벗어나 ‘범죄특권’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개정 취지를 밝혔다. 현행 국회법은 체포동의안을 72시간 이내에 표결하지 못할 경우 그 후 최초로 개의하는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토록 하고 있어, 의도적으로 본회의 의사 일정을 잡지 않으면 체포를 지연시킬 수 있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개정안은 체포동의안이 본회의에 보고된 때로부터 ‘24시간 이후 48시간 이내’에 표결토록 하고, ‘표결되지 않은 경우 가결된 것’으로 보도록 해서 ‘방탄국회 꼼수’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체포동의안 표결을 현행 무기명 투표에서 기명 투표로 바꾸도록 했다.
최근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에 대한 논란은 더불어민주당이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로 이재명 전 대통령 후보를 전략공천 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 후보는 대장동 사건, 변호사비 대납 사건, 성남FC 사건, 법인카드 유용 혐의 등 여러 범죄 사건의 의혹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배임, 도시개발법 위반 등 여러 가지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시기에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을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였던 인천 계양을의 국회의원 후보로 전략공천 하자 정치권에서는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노린 ‘방탄용 출마’라는 의심과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헌법은 국회의원에게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이라는 강력한 특권을 부여하고 있다. 국회의원 개인을 위한 특권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이러한 특권을 규정한 것이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은 영국에서 명예혁명에 성공한 의원들이 국왕의 경찰권으로부터 자신들의 신변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왕권국가나 전제주의 시대에는 국회의원의 신분이 보장되지 않으면 사실상 입법권은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으므로 의원의 신분 보장이 꼭 필요했다. 하지만 오늘날처럼 자유민주주의와 국민 감시의 수준이 향상된 상황에서도 국회의원에게 이런 특권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다.
형사사법 권력으로부터 의원의 의정 활동이 방해받거나 위축되지 않으려면 불체포특권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지만, 오늘날 불체포특권은 이러한 제도적 취지와는 달리 의원 개인의 ‘방탄용’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실제로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제13대 국회부터 제21대 국회까지 제출된 체포동의안 총 52건 가운데 단 9건만이 가결됐다. 약 17%만이 국회 스스로 의원 체포를 동의했을 뿐 10번 중 8번은 ‘동료 의원’의 체포를 막는 ‘방탄용’으로 이 제도가 활용됐다. 특히, 표결 방식이 ‘익명 투표’여서 의원들 간의 동병상련 온정주의가 작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이번에 권 대표가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은 ‘본회의 미루기 꼼수’를 차단하고 표결 방식 또한 기명 투표로 바꿔 ‘방탄용’으로 전락한 불체포특권의 문제점을 일부 손질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인천 계양을은 송 전 대표가 5선을 기록한 지역구다. 여기에 정치적 연고가 전혀 없는 이 후보를 공천한 것은 이 후보를 반드시 당선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 후보를 국회의원으로 반드시 만들어야 하는 속내가 무엇인지 의심스러운 것은 당연지사다. 국회의원에 당선시켜 ‘방탄 갑옷’을 입히려 한다는 의심을 그저 허무맹랑한 정치 공세로만 여길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후보는 이러한 논란에 대해 “방탄, 방탄하는데 물도 안 든 물총이 두렵겠냐”면서 “인생을 살면서 부당한 일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정말 그렇다면 이러한 불필요한 의심부터 해소해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과 이 후보는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제 와서 국회의원 방탄특권 내려놓기에 반대할 아무런 이유도 명분도 없다. 민주당은 이 후보의 인천 계양을 출마가 ‘방탄용’이 아니라면 국회법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 그것이 인천 계양을 유권자에 대한 도리이며, 국민에 대한 책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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