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요원 연기력 탓하지 마라('그린마더스클럽')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2. 5. 19.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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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멸렬 '그린마더스클럽', 이요원도 장혜진도 이상해 보이는 건
'그린마더스클럽', 어째서 여러 이야기를 억지로 엮은 느낌일까

[엔터미디어=정덕현] 이요원의 연기가 답답하다? JTBC 수목드라마 <그린마더스클럽>에 이런 의견들이 나오는 건 과연 배우의 연기 때문일까. 아니다. 그보다는 먼저 그가 연기하는 이은표(이요원)라는 캐릭터가 흔들려서다.

이은표는 처음이 상위동에 와서 오랜 친구인 서진하(김규리)를 만났을 때 불편한 감정을 가졌었다. 그가 결혼한 루이(최광록)가 과거 그의 남자친구였었기 때문이다. 파리 유학시절 서진하에게 루이를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이은표는 가까이 지내려는 서진하를 밀어낸다.

하지만 서진하가 아파트에서 추락해 사망한 후 이은표는 서진하를 미워했던 자신을 질책한다. 학창시절 더할 나위 없이 친했던 사이였던 걸 떠올리고 그의 죽음을 애도한다. 드라마도 우울증까지 겪던 서진하가 사실 이은표를 끔찍이 아꼈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그런데 서진하의 이야기는 그것이 끝이 아니다. 그의 누드사진이 SNS를 타고 돌기 시작하고 교수사회는 물론이고 엄마들 사이에서도 돌자 이은표는 그 유포자가 누군지를 찾아 나서고, 김영미(장혜진)는 남편 오건우(임수형)가 서진하의 그 누드사진을 갖고 있었다는 걸 알고는 거꾸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 서진하가 자신의 남편을 유혹하려 사진을 일방적으로 보냈다고 여기저기 소문을 내는 것.

결국 이은표와 김영미는 이 문제로 싸우게 된다. 이은표가 김영미를 몰아세우자, 김영미는 급기야 과거 서진하가 이은표가 사귀던 루이를 일부러 빼앗았다고 했다는 이야기까지 꺼내 놓는다. 이은표는 분노하고 서진하가 그랬을 리 없다고 부인한다.

<그린마더스클럽>에서 이은표의 이런 감정 변화는 패턴화되어 있는 경향을 보인다. 처음 변춘희(추자현)와 우연히 옥상에서 만나 함께 술을 마시며 언니 동생 했던 친한 관계로 발전하는 듯싶더니, 서진하가 죽자 그 관계를 적대관계로 바뀐다. 죽기 직전 서진하를 만났던 변춘희가 자신의 불법 의료행위를 숨기기 위해 이은표가 루이와 불륜을 저지른 것처럼 몰아갔기 때문이다. 그러자 이은표는 분노하고 변춘희와 아이들의 성적으로 대리전을 치르지만 결국 아이들이 이로써 정신적인 문제를 갖게 되자 다시 화해모드로 바뀐다.

한 마디로 <그린마더스클럽>의 이야기는 어떤 일관된 통일성을 갖고 흘러간다기보다는 너무 엉뚱한 방향으로 튀는 경향이 있다. 애초 초등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아이들 교육 문제 때문에 엄마들이 겪는 갈등 상황들을 그리는 것처럼 보였지만, 다소 뜬금없는 서진하의 죽음이 드라마에 스릴러 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이제는 누드사진 유출이라는 또 다른 이야기로 흘러간다.

사실 이은표와 김영미가 대결하는 이 에피소드는 <그린마더스클럽>이라는 드라마의 중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배제되어 있다. 그저 아이들 때문에 관계를 맺고 있는 초등커뮤니티로 연결되어 있을 뿐, 친구의 죽음과 그의 누드사진 유출 때문에 이를 막고 진실을 밝히려는 이은표와, 이제 막 영화감독으로 날개를 달 기회를 가진 남편을 위해 이런 사실을 은폐하고 왜곡하려는 김영미가 대결하는 또 다른 스토리가 인위적으로 덧붙여져 있는 느낌이다.

이러니 인물의 캐릭터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건 이은표 역할을 하는 이요원만이 아니라, 김영미 역할의 장혜진도, 서진하 역할의 김규리도 또 변춘희 역할의 추자현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초등커뮤니티로 연결된 아이들 엄마라는 게 이 드라마 속에서 중심적인 캐릭터지만, 엉뚱한 스토리 전개가 더해지면서 치정과 배신의 감정으로 얽힌 진실을 숨기고 파헤치는 인물들로 그려지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째서 이렇게 통일성을 잃고 지리멸렬해진 걸까. 초등커뮤니티의 아이 교육으로 얽힌 엄마들의 이야기만으로는 충분히 드라마가 채워질 수 없다 여긴 걸까. 그래서 다소 과한 사망 사건과 사진 유포 같은 범죄 소재들을 더해 넣은 것일까. 물론 봉합이 표가 나지 않을 정도로 정교했다면 독특한 작품으로 남았을 테지만, 아쉽게도 <그린마더스클럽>은 그렇지 못한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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