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지자기, 개가 남과 북을 안다고요?

2022. 5. 19.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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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필자는 길 잃은 개 두 마리에게 집을 찾아주었다. 다행히 모두 보호자에게 돌아갔지만, 곰곰이 생각하니 왜 한 놈도 스스로 집을 찾지 못하는지 개탄스러웠다. 개는 자신이 남긴 냄새를 표지판 삼아 길을 찾는다 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보호자와 떨어져 길을 잃은 개가 며칠 만에 스스로 집을 찾아왔다는 일화는 제법 있다. 지금까지는 개가 자신이 남긴 냄새를 따라 길을 되짚어 온다는 게 일반적이었으나, 냄새에 의존하지 않고도 그것이 가능하다는 연구가 있다. 바로 ‘지자기’를 좌표로 해서 방향을 찾는다는 주장이다. 지자기란 지구 표면과 그 주위 공간에 만들어지는 자기장으로, 우리가 잘 아는 남극(N극)과 북극(S극)을 말한다. 개가 지자기를 아는 게 어떻게 가능할까 싶지만, 이미 철새나 바다거북 등 일부 동물은 지자기를 감지해 자신의 위치와 방향을 알아내고 대양을 가로지르는 장거리 이동을 하고 있다. 이런 능력이 개에게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체코의 한 대학교에서 사냥개 27마리에게 초소형 캠코더와 위성 추적 장치를 부착해 3년 동안 622회에 걸쳐 실험을 진행했다. 낯선 숲에 개를 풀어 두고 출발 지점으로 돌아오기까지 루트를 관찰하는 실험이었다. 그 결과 실험에 참가한 개의 60%가량은 자신이 갔던 길을 되짚어 돌아온 반면, 33%는 전혀 새로운 길을 택해 돌아왔다. 그런데 이 33%의 개들에서 특별한 모습이 발견됐다. 새로운 길을 택한 개들 가운데 76%가 방향을 바꾸기 전 남북 방향으로 20m쯤 달리다가 마침내 방향을 정하고 곧장 달려 출발 지점으로 돌아온 것이다. 또 놀라운 점은, 새로운 루트로 돌아온 개들 중 남북으로 달리는 행동을 취한 개들이 그렇지 않은 개들보다 지름길을 통해 더 빨리 도착했다는 사실이다. 연구팀은 개들이 낯선 환경에서 길을 찾을 때 남북 방향으로 달리면서 지자기 단서를 확보해 이동 정확도를 높이는 것 같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다만, 이런 논리가 더 타당성을 인정받으려면 개의 후각이나 시각 같은 다른 요인을 완전히 제거한 상태에서 실험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반박도 있다.

한편 개가 남북 방향을 감지한다는 다른 주장도 있어 눈길을 끈다. 배변하기 전 한자리에서 빙빙 돌며 자리를 잡는 개의 행동이 자신의 몸을 남북 방향에 맞추려는 의지라는 것이다. 이 또한 실험에서 어느 정도 증명이 되었다. 체코와 독일 연구자들은 37개 품종의 개 70마리를 공터에 풀어놓고 2년 동안 배변 자세를 관찰했다. 총 7475번의 배변 자세를 관찰했고, 당시의 지자기 위치와 날씨에 의한 지자기 교란 여부 등을 통합해 결과를 분석했다. 그러자 지자기가 안정적인 날은 개들이 제자리를 빙빙 돌다 마치 나침반의 침처럼 지자기의 남북 방향을 향했다고 한다. 다리를 들고 소변을 보는 수캐들은 예외였다. 같은 연구자들은 이 실험 전에 이미 위성 사진을 분석해 다양한 동물들이 지자기를 따른다고 발표한 바 있다. 소와 사슴도 풀을 뜯거나 쉴 때 남북 방향으로 자세를 잡고, 야생 멧돼지에서도 그런 현상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이 모두가 현상적으로는 특정한 경향성을 보인다고 해도, 여전히 남은 궁금증은 ‘왜?’이다. 왜 배설하거나 쉴 때 몸을 남북 방향으로 두어야 할까. 이 실험도 얼른 진행돼서 속 시원한 결론을 내 주면 좋겠다.

아무튼 냄새로든 지자기로든 시각으로든 모든 것을 총동원해, 개들아, 제발 집 좀 잘 찾아가자! 하긴, 모든 개에게 그런 능력이 기본으로 장착돼 있다면, 스트리트 출신인 수리도 지금 내 곁에 있지 않았을 테지만 말이다.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픽사베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30호 (22.05.24)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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