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레스토랑 계산, 6000km 떨어진 니카라과 사람이 한다
북미 전역에 343개의 매장을 보유한 캐나다 레스토랑 프랜차이즈 프레시(Freshii) 일부 매장에는 지난달부터 주문을 접수하는 직원이 사라졌다. 대신 등장한 것은 ‘퍼시(Percy)’라고 불리는 화상 주문 시스템이다. 매장을 찾은 손님은 주문용 모니터 너머 계산원과 대화하며 음식을 주문하고 결제할 수 있다. 인간 계산원과 키오스크의 딱 중간쯤 되는 셈이다. 화상 통화로 주문을 받는 계산원들은 캐나다에서 6000㎞ 떨어진 중미 국가 니카라과 사람들이다. 캐나다의 최저 시급은 15달러 수준이지만, 아웃소싱 업체를 통해 고용된 니카라과 계산원들은 시급 3.75달러를 받는다.
신종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을 거치면서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며 전 세계 기업들의 원격 아웃소싱이 급증하고 있다. 500만달러 이상 글로벌 아웃소싱 계약을 추적하는 미국 IT 서비스 관리 기업 ISG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에서 맺어진 아웃소싱 계약액은 242억달러(약 31조1623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ISG는 아웃소싱 계약 급증의 배경으로 클라우드(원격 컴퓨팅) 기반의 각종 디지털 서비스를 일컫는 ‘XaaS(Everything as a Service)’를 꼽았다. 사업 기반이 점점 디지털·자동화되는 만큼 관련 인프라·기술·인력 역시 원격으로 외주화하는 게 더 나아진 것이다. 노동력 부족에 따른 인건비 상승도 아웃소싱 흐름을 가속한 요인이다.
문제는 노동계의 반발이다. 캐나다 최대 노조인 캐나다노동회의(CLC)의 베아 브루스케 의장은 프레시를 향해 “이런 접근 방식은 역겹다”며 “캐나다에서 세금을 내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비난했다. 이탈리아 대형 은행인 BNL도 지난해 말 IT와 지원 부서 일자리 900여 개를 아웃소싱하겠다고 발표하자 근로자들이 파업에 나서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문직도 안전하지 않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 국제변화연구소는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단순 직무뿐 아니라 회계사와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 경제학자 같은 전문직 일자리 역시 20% 정도는 외국으로 원격 아웃소싱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영국으로 치면 590만명의 전문직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현 상황을 방치하면 아웃소싱과 일자리를 해외로 보내는 오프쇼어링으로 전문직 일자리가 줄어 1970년대 (해외 이전 및 자동화로 인한) 제조업 일자리 감소 때와 유사한 정치·경제·사회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정부가 적극 나서 5G 같은 디지털 인프라를 개선하고 (국민이) 기술 변화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훈련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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