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의 e스토리] 통역에서 방송 제작으로, LCK를 세계와 이어주는 박지선 PD의 새 모습

박상진 2022. 5. 1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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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포츠 콘텐츠 중에서 LCK는 국내만큼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다. 최고의 성적을 내는 한국 지역의 리그 오브 레전드 리그이고, 해외에 진출하는 한국 선수의 수도 많아짐에 따라 해외 시청자들도 자연스레 한국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무대에 눈을 돌리게 된 것.

그래서 LCK는 초창기부터 영어로 진행되는 글로벌 방송이 제작됐다. 초창기에는 영어로 경기를 중계하는 수준이었지만, 이후 한국 팀들의 세계대회 선전이 이어지며 영어 중계의 요구가 많아졌고, 이제는 경기 중계 뿐만 아니라 경기 외 컨텐츠도 영어로 제작되며 영어권 시청자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이러한 LCK의 글로벌 진출에는 예전부터 관련 방송에서 통역으로 일한 박지선 PD가 함께했다. 과거 스포티비 게임즈에서 LCK를 제작했을 때 세트 사이의 콘텐츠인 '해적방송'에 출연하고, 이후 글로벌 리그 오브 레전드 대회에서 인터뷰를 맡은 박지선 PD는 작년 중순 정식으로 라이엇 게임즈에 입사해 지금은 글로벌 방송 프로듀서로 LCK를 전세계에 알리고 있다.

부산에서 열리는 이번 MSI에서도 통역으로 카메라 앞에 선 박지선 PD는 과연 LCK를 어떻게 생각하고, 왜 진로를 통역이 아닌 방송제작으로 잡았을까. 대회 전 박지선 PD를 만나 그동안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지금까지 다들 통역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제 PD로 활동한다니 새로 자기소개를 해야 할 듯합니다
안녕하세요. 라이엇 게임즈 라이브 프로듀서인 박지선입니다. 예전에는 통역으로 많이 알려졌는데, 이제는 피디 역할까지 같이 하면서 더 바빠졌지만, 저는 재미있게 일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소개하자면 저는 영어로 진행되는 LCK 글로벌 생방송을 담당합니다. 방송에 필요한 자료 정비와 함께 출연자와 소통하며 라이브 스트리밍에 필요한 전반적인 업무를 진행합니다. 한국어로 진행되는 방송을 영어로 바꾸는 업무를 담당하는 셈이죠. 정식으로 피디가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보조 피디로 업무를 계속 진행했습니다. 종로 롤파크가 시작되면서 생긴 사무실을 처음부터 지켰을 정도죠.

저와 여러 번 인터뷰를 했는데, 방송에 관심 있었다는 이야기는 이번에 처음 들었습니다. 원래는 통역으로 활동했는데, 라이엇 게임즈에 피디로 입사하게 된 계기와 과정이 궁금하네요
다른 사람 앞에서는 통역하는 역할로 알려져 있었고, 저도 딱히 방송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알린 적도 없었죠. 제 주위 친구들도 잘 모를 정도였으니까요. 처음에는 프리랜서로 LCK 방송에 합류했는데, 계속 일을 하면서 프로듀서로 방송을 이끌어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e스포츠를 좋아하고, 그중에서도 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에 관심이 많았는데 스포티비 게임즈에서 진행되던 LCK에 출연하면서도 내가 무엇을 해야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그래서 낸 결론이 라이엇 게임즈에서 일을 해야겠다는 거였죠. 그리고 기회가 생기자 입사 지원을 했어요.

많은 사람이 라이엇 게임즈 입사를 꿈꾸고 있는 만큼, 입사 과정을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지금 기억나는 건 지원자가 이 업무에 적합한 사람인지 확인하는 과정이 많았다는 거예요. 면접을 자주 봤는데, 한 번은 네 시간 정도 릴레이로 진행하기도 했죠. 제가 직무를 수행하기 위한 역량과 애정, 열정을 가지고 있고 적합한 사람인지 확인하는 거죠. 저는 e스포츠 방송을 오래 했고, 특히 LCK 글로벌 방송을 처음부터 함께해 온 사람으로 일에 대한 애정은 물론 제가 해야 할 방송 제작 부분을 잘 수행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고, 그걸 전달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리고 한국 방송을 글로벌로 바꿔서 내보내는 특수한 직무이기에 저의 경력과 자신감을 테마로 면접에 집중했던 게 도움이 됐는지 입사를 할 수 있게 됐죠. 프리랜서로 일을 했을 때에는 매년 계약을 연장하면서 과연 내가 여기서 일을 잘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 없이 제가 원하는 분야에서 일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기뻤어요. 그리고 앞으로는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책임감도 생겼죠.
 

원래 통역으로 LCK 방송에서 활동했는데, 방송 제작이라는 새로운 분야에서 일을 해야 한다는 점이 쉽지 않았을 거 같습니다
그렇죠. 대학에서 미디어 전공을 했지만, 공부가 부족해서 그런지 일을 시작하고 배운 내용도 많았어요. 방송 제작에 대한 본격적이고 전문적인 내용을 많이 배워서 제가 계속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죠. 그리고 작년 8월 정식으로 라이엇 게임즈에 PD로 입사해 계속 바빴어요. 들어오자마자 일산에서 열린 서머 결승전을 준비해야 했거든요. 그리고 결승전이 끝나고 SNS를 통해서 처음으로 맡은 큰 무대를 끝낸 소감을 밝히면서 PD 입사 소식을 전했어요.

한국에서 제작되는 e스포츠 경기 방송이지만, 타겟은 영어권 시청자를 바탕으로 한 글로벌 방송 제작이라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주로 어떤 부분에 포인트를 두고 방송을 제작할까요
처음에는 번역과 통역 위주로 업무를 맡았고, 경기 전에 보이는 관전 포인트를 영어로 번역하는 일을 했죠. 한국어 방송에서 재미있는 표현을 쓰면 그 재미를 글로벌 시청자들에게도 전달하고 싶었고, 어느 정도 익숙해지자 단순한 번역보다는 해외 팬들이 이해하기 쉬운 표현으로 바꾸기도 했어요. 글로벌 시청자들도 한국 시청자처럼 경기 자체에 많은 관심을 보이지만, 선수들의 개인적인 모습을 볼 수 있는 마이크 테스트 같은 경기 외적의 모습을 흥미롭게 보는 점이 특징입니다. 지금까지 보여준 반응 중에 가장 기억나는 부분이라면, 예전에 T1과 젠지 e스포츠의 대결을 한국어 방송에서 '용호상박'으로 표현했는데 해외 팬들은 왜 T1이 용이고 젠지 e스포츠가 호랑이인지 궁금해 하더라고요. 그래서 한국에서 이런 표현이 있다고 하니 다들 신기해 하던 거죠.

박지선 피디와 처음 나눴던 인터뷰를 생각하면, 지금 이런 모습은 상상하기 힘들었던 거 같아요. 그리고 같이 해적 방송을 진행하던 김수현 캐스터와도 서로 많이 힘이 됐다고 들었습니다
통역으로 카메라 앞에 서는 건 제 계획에 없던 일이었어요. 출연자의 꿈은 생각도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방송을 진행해보라는 제의가 왔죠. 그게 스포티비 게임즈 시절 LCK 방송이었는데, 방송 경험도 없는데 혼자 나가서 이야기하려니 너무 힘들었어요. 그때 도와준 사람이 당시 인터뷰어였던 (김)수현 언니였어요. 정말 예쁘고 똑똑하고 멋진 사람이 저한테 사소한 부분까지 다 챙겨줬거든요. 저는 방송 출연이 처음이라 어떻게 꾸며야 할지도 모르고, 화장도 어떻게 해야 할 지 전혀 몰랐는데 수현 언니가 방송 출연자로 알아야 할 부분을 친한 언니처럼 다 알려줬거든요. 정말 저는 놀라고 감동받았어요. 어떻게 이렇게 예쁜 사람이 마음까지 착할 수 있지 하는 생각이었죠. 해적 방송에서 언니는 전문 방송인으로, 저는 리그 오브 레전드를 잘 아는 동생으로 서로 어울리는 모습을 보였던 거 같아요. 그래서 지금도 서로 고민이 있으면 연락하고 자주 보는 사이에요. 그래서 언니도 본인이 원하는 자리에 서고, 저도 원하던 일을 하게 되어 정말 기분 좋은 일이라 생각해요. 방송 출연자로 활동했지만, 과연 이게 내가 바라던 길이 맞는지 고민이 정말 많았던 시기였거든요. 저는 출연자 말고도 잘하는 일을 찾아 자리 잡고 싶었는데, 방송 출연을 바탕으로 지금 자리를 찾을 수 있어 좋았던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본인이 원하는 목표를 이뤘으니, 이제 다음 목표가 궁금합니다
먼저 방송에 조금 더 적응해 완성도를 높이고 싶고 안정적이며 든든한 피디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다음은 아직 생각해 본 게 없어요. 계속 e스포츠에서 일하고 싶다는 거 정도죠. 피디로서 목표라면, 글로벌 방송도 한국어 방송처럼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서 시청자의 만족도를 올리고 싶어요. 스프링부터 시작한 글로벌 분석 데스크도 출연진과 피드백을 통해 바로바로 필요한 자료를 내보내서 반응이 좋은 거 같고, 앞으로는 더 재미있고 좋은 방송을 만드는 게 목표에요.

LCK는 한국 스포츠 콘텐츠 중에 거의 유일하게 해외 수요가 높은데, 그만큼 글로벌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책임감도 높을 듯합니다
한국어 방송만큼이나 글로벌 방송 시청자 수도 많죠. 그만큼의 시청자들에게 한국어 방송과 동일한 경험을 전달하는 게 제 목표기도 해요. 지금도 계속 이 부분을 준비해 제공 중이고, 시청자와 소통을 하면서 글로벌 방송도 한국 방송과 동일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는 부분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진로에 대한 상담이나 문의도 많이 받을 듯하네요
통역이나 e스포츠, 혹은 두 가지 모두에 대한 질문을 해주시는 분이 늘었어요. 학교 과제로 인터뷰를 부탁하는 분들도 많아졌죠. 제가 이분들의 롤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놀랍기도 하고, 책임감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문의를 주시면 최대한 답해드리려 노력합니다. 저는 LCK를 정말 좋아했다는 게 제 장점이 됐다고 생각해요. 통역으로 일을 시작했을 때 LCK에 대해 정말 잘 알고 있으면 저만의 강점이 되겠다고 생각해서 두 가지 모두 열심히 공부했고, 이 부분을 항상 강조했어요. 그리고 방송 제작 역시 잘하고 싶어서 배우고 노력해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분야의 일을 도전하더라도 꿈을 가지고 열정과 지식을 모두 가지고 있다면 이룰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요.

인터뷰를 마치며 한 마디 부탁합니다. 그리고 곧 열릴 MSI에서 통역으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이 인터뷰가 나갈 시기에는 이미 방송으로 제 모습을 보셨을 거예요. 카메라 앞에 서야 해서 또 열심히 다이어트를 하는 중입니다. 오늘만 먹고 내일부터는 두유만 먹어야지 하는 생각만 하고 있어요. 현장 방송 통역과 함께 내부 커뮤니케이션에도 참여할 거로 생각해요. 그리고 한국에서 대회를 하니까 정말 좋아요. 공항에서 50kg가 넘는 짐을 끌고 비행기 환승을 하고 했는데, 이번에는 짐을 간단히 준비하고 내려가서 필요한 게 있으면 바로 구할 수 있으니 이렇게까지 마음이 편한 출장은 정말 오래간만인 거 같아요. 인터뷰로 오랜만에 소식을 전할 수 있어서 반갑고, 언제나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에 관심과 사랑을 갖고 지켜봐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박상진 vallen@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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