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행복해' 되뇌며 1시간 명상.. 사람들 자주 만나 터놓고 대화"

박현수 기자 2022. 5. 19.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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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박약회 사무실에서 문화일보와의 인터뷰를 가진 이용태 회장이 명상에 대해 설명하던 중 명상을 시연해 보이고 있다.

■ 이용태 삼보컴퓨터 명예회장

아침 7시 일어나 바로 산행

복식호흡 하면서 잡념 없애

채식 위주로‘저탄고지’식단

올리브유 15숟가락 곁들여

글·사진=박현수 기자

이용태(90) 삼보컴퓨터 명예회장은 1980년 청계천에서 자본금 1000만 원으로 삼보컴퓨터를 설립한 한국 1세대 벤처기업가다. 국내 최초로 개인용 컴퓨터를 생산했으며, PC 단일 제조회사로는 세계 최고 기업으로 일궜다. 또 국내 최초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회사인 두루넷을 창업했고, 데이콤 초대 사장을 지내며 전자정부(e-Government) 시스템을 1988년에 완성했다. 이후 한국은 2년마다 한 번씩 실시하는 유엔의 전자정부 평가에서 세계 1등 자리를 최근까지 지켜왔다. 전자정부가 미국, 일본 등 선진국보다 앞서게 된 것은 어느 나라보다 먼저 미래기술에 위험을 무릅쓰고 과감하게 채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기업으론 처음으로 나스닥에 상장돼 당시 시가총액이 현대차와 LG전자를 합한 것과 맞먹을 정도였던 두루넷이 한국전력이 약속을 어기고 자회사를 설립해 주가가 폭락하는 바람에 보증을 섰던 삼보컴퓨터가 2005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결국 모든 재산을 한꺼번에 다 날리는 참담한 실패를 겪었다. 법정관리 후 주인이 몇 번 바뀐 뒤 결국 이 회장 아들인 이홍선 대표가 인수해 9년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돈이나 명예는 입고 있는 옷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걸쳤던 옷을 벗더라도 나 자신은 남아있는 거잖아요. 남아 있는 것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그가 회장으로 있는 박약(博約)회 사무실에서 만난 이 회장은 이렇게 당시를 회고했다.

이 무렵 그는 전립선암과 간 경화, 심장부정맥, 고혈압, 당뇨병 등을 얻었다. “한마디로 ‘병 덩어리’였어요. 병이란 병은 다 갖고 있었지요”. 그러나 병원 치료와 함께 명상과 채식 위주의 식습관, 운동 등을 통해 모두 극복했다. 지금은 서서 2시간을 강연해도 거뜬히 견딜 정도로 건강하다.

병마를 극복하고 건강을 회복한 첫 번째 비결로 이 회장은 명상을 꼽았다. 그러면서 건강하고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매일 명상할 것을 강조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30분씩 ‘나는 행복합니다’를 반복해 말하면서 행복한 이유를 생각하며 명상을 합니다. 행복한 이유를 찾아보면 주위에 널려 있어요. 명상을 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행복해져요. 병도 없어지죠. 그리고 운동하고, 먹는 거 가려 먹고, 잠 잘 자는 거지요.”

그가 알려 주는 명상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편하게 허리를 펴고 앉는다. 방바닥에 앉거나 의자에 앉아도 된다. 두 손은 무릎 위에 자연스럽게 놓고, 길게 심호흡을 세 번 한다. 복식호흡을 하되 온갖 잡념을 버리고 오직 숨소리에만 의식을 집중한다. 그리고 호흡에 맞춰 행복한 이유를 떠올리면서 ‘나는 행복하다’를 되풀이한다. 굳이 ‘나는 행복하다’를 안 해도 된다. ‘나는 건강하다’ 등 다른 말을 되내도 된다.

이 회장은 ‘나는 행복하다’라는 말을 매일같이 반복하면 실제로 행복해진다고 믿고 있다. 또 새로 습관으로 만들어야 할 교훈이 생기면 ‘나는 행복하다’ 대신에 새로운 교훈을 반복한다. 이렇게 하면 명상과 복식호흡,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 일석삼조 효과가 있다고 한다. 잠자기 전이나 출·퇴근할 때 버스나 지하철 등에서 3분 정도 매일 꾸준히 하면 습관이 되고, 습관이 되면 시간을 조금씩 늘려 가면 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아침 7시에 일어나 저녁 11시에 잠든다. 일어나면 곧바로 집 뒤에 있는 북한산으로 간다. 40분 정도 명상을 한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올라간 뒤 내려온다. 약속이 없으면 주로 집에서 PC 앞에 앉아 있는데 매시간 알람을 맞춰 놓고 맨손체조를 3분씩 한다.

그의 식단이 궁금했다. ‘저탄고지’. 말 그대로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지방으로 칼로리를 얻는다. “고혈압과 당뇨를 극복하기 위해 밥과 빵, 떡, 국수, 과자, 과실, 음료수 등을 먹지 않았다”고 했다.

특히 눈에 띈 점은 커피에 올리브유를 2 숟가락씩 타서 마신다는 것이다. 일명 ‘방탄 커피’라고 했다. 언뜻 듣기엔 느끼할 것 같은 방탄 커피가 자신의 건강을 지켜 주는 제1의 습관이라 했다. 그리고 매 식사 때 야채에 올리브유를 3 숟가락씩 드레싱해서 빼놓지 않고 먹는다. 그렇게 해서 매일 올리브유 섭취량이 15 숟가락 정도라고 했다.

채식만 하는 건 아니다. 100g 정도의 육식도 곁들인다. “최근 2년간은 하루 두 끼만 먹었어요. 그랬더니 고혈압과 당뇨는 없어졌는데 체중이 빠져서 지금은 다시 하루 세끼로 늘렸어요”.

그는 또 정신건강을 위해 사람들과 자주 만나 대화 나누는 것을 추천했다. 고독이라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지 않기 때문이다. “친구와 정기적으로 만나서 자기가 겪은 일, 느낀 점 등을 터놓고 얘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이가 들면서 명심해야 할 것은 젊은 사람처럼 말하고, 걷고, 행동하고, 명상을 많이 하는 것입니다. 나는 늙었다. 걷는 것도 힘들고, 아이들에게 폐만 끼친다는 등 부정적인 말과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 회장은 인생 2막을 인성교육에 전념하고 있다. ‘국가 발전은 기술도 중요하지만,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인성교육을 통해 고품질 도덕 국가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신념으로 선비정신을 계승하는 유림단체인 박약회 회장을 맡아 30년 가까이 활약하고 있다. 박약은 박문약례(博文約禮)의 준말로 학문은 넓게 하고 행동은 예의에 맞게 요약하라’는 논어에서 가져온 말이다. 전국에 24개 지회를 둔 박약회는 1987년 설립 이후 인성교육을 가장 중요한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는 퇴계학연구원 이사장과 도산서원 원장을 지내면서 한시를 통해 도덕 사회 구현을 위한 인성교육을 강조했다. 지난해 30년 넘게 써온 한시 가운데 엄선해 500여 편을 우리말로 번역한 ‘행파 한시집(杏坡 漢詩集)’을 출간하기도 했다. 인성교육에 활용한 내용을 정리한 저서 ‘이야기를 통해 배우는 행복한 인생사는 법 HPM(Habituation Practice Model)’도 가제본까지 마친 상태에서 출간을 앞두고 있다.

■ 이용태 회장이 걸어온 길

1932년 경북 영덕군에서 출생했다. 서울대 문리대 학사, 미국 유타대 대학원에서 통계물리학 박사를 받았다. 1950년대와 1960년대 입시 학원가에서 스타 강사로 유명세를 떨치기도 했다. ‘이지흠(李之欽)’이라는 필명으로 ‘수학의 강의’ 등 21권의 책을 냈고, 종로2가에 제일학원을 설립했다. 1964년에 이화여대 교수로 재직했고 1978년부터 한국전자기술연구소 부소장을 거쳐 1980년 삼보컴퓨터를 설립했다. 1981년 한국 최초로 국산 컴퓨터를 선보였고 1982년 우리나라에서 디지털 통신사업인 데이콤 초대사장을 맡아 주도했으며 1996년 두루넷을 설립 초고속 인터넷을 보급했다.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볼런티어 21이사장, 도산서원 원장, 숙명학원 이사장, 대통령 교육개혁자문위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현재는 박약회 회장, 퇴계학연구원 이사장을 맡아 인성교육 보급에 힘쓰고 있다. 오늘날 대한민국이 정보통신 강국이자 초고속인터넷 시대를 여는 초석을 다진 공로로 2021년 4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정보통신 특별 공로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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