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K백신 성공하려면 선택과 집중 필요

변지희 기자 2022. 5. 19.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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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여러 기업을 지원하기보다 검증을 거쳐 정말 백신을 개발할 수 있는 기업 한두 곳만 집중적으로 지원해주세요. 정부의 과감한 지원이 있어야 기업도 리스크를 감내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약물재창출 방식에는 지원을 하지 않겠다거나, 정부 지원금이 제대로 쓰이는지에 대한 심사 절차를 강화해야 치료제를 실제로 만들 수 있는 실력과 의지가 있는 기업들만 뛰어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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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여러 기업을 지원하기보다 검증을 거쳐 정말 백신을 개발할 수 있는 기업 한두 곳만 집중적으로 지원해주세요. 정부의 과감한 지원이 있어야 기업도 리스크를 감내할 수 있습니다.”

최근 2022 바이오코리아 ‘K-백신 자급화 현황 및 전략’ 컨퍼런스에 참석한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컨퍼런스에서 뿐 아니라 업계 누구를 만나도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해 코로나19 관련 예산은 총 4300억원, 그중에서 백신·치료제 개발에 직접적으로 지원된 것은 1500억원 수준이다. 그런데 그나마도 정부가 나눠주기식으로 지원하고 있어 각 기업은 적게는 수십억원만 손에 쥐게 된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자국 기업인 모더나에 지금까지 코로나19 백신 개발 관련 100억달러(12조원)를 무상 지원했다. 화이자에도 선구입 명목으로 19억5000만달러(2조원)를 지원한 바 있다. 한국 정부가 지난해 백신 선구매에 쓴 720억원을 고려하더라도 지원금 규모 자체가 미국과는 비교도 안 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코로나19 백신·치료제를 간절하게 만들고 싶어도 수십억원 수준의 정부 예산은 크게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식의 쪼개주기 예산은 여러 가지 부작용도 낳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에 예산을 지원해준다고 하자 제약업체들은 너도나도 뛰어들었다. 특히 치료제 개발과 관련해 임상 승인을 받은 곳은 19곳인데, ‘약물재창출’을 하겠다고 한 기업은 8곳이다. 약물재창출은 신약 개발에는 실패했지만 임상적으로 안전성이 증명된 약물을 대상으로 새로운 질환에 대한 치료 효능을 찾는 방식이다.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은 녹십자, 대웅제약 등도 약물재창출 방식을 택했다.

업계에서는 약물재창출 방식으로 좋은 약을 만들기는 힘들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 예산을 받기 위해 신약을 개발할 능력이 부족해도 일단 뛰어들고 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녹십자와 대웅제약을 비롯해 치료제나 백신 개발을 중도 포기하는 기업이 여럿 나왔다. 먹튀 논란과 더불어 주가 띄우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와도 할 말이 없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수년 내에 또 다른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이 다시 올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그때는 지금보다 발 빠르고 효율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선진국에 견줄 만큼 의미 있는 규모의 예산을 정말 실력 있는 소수의 플레이어에 집중하는 게 필요하다. 지금처럼 임상 각 단계를 통과할 때마다 지원해주는 방식이 아니라, 한 기업이 임상 3상을 끝까지 마무리할 수 있도록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보다 더 구체적인 기준도 세워야 한다. 예컨대 약물재창출 방식에는 지원을 하지 않겠다거나, 정부 지원금이 제대로 쓰이는지에 대한 심사 절차를 강화해야 치료제를 실제로 만들 수 있는 실력과 의지가 있는 기업들만 뛰어들게 될 것이다. 가능성 있는 기업에 역량을 집중해야만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와 경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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