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아니라혀서 다행이구먼"..경로당 '기억력 검사' 인기

박임근 2022. 5. 19.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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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오후 2시 전북 완주군 봉동읍 봉동주공 2차아파트 경로당에서는 완주군보건소의 '우리 마을 기억력 검사하는 날'이 열렸다.

어르신 20여명은 보건소 치매안심센터 조기검진팀의 치매예방관리 교육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완주군보건소 치매안심센터는 1단계 인지선별검사에서 인지저하로 검진된 어르신에 한해, 2단계 진단검사를 할 수 있도록 협약병원으로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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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완주군보건소, 매주 수요일 각 마을 방문
막연한 치매 불안감 떨칠 수 있어 호응 높아
지난해 1568명 인지선별검사서 17% '인지저하'
지난 18일 전북 완주군 봉동읍 한 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이 기억력과 관련한 검사를 받고 있다. 완주군 제공

“아, 조용혀 봐요(조용히 해요). 선상님(선생님) 말씀이 안 들리잖아!”

지난 18일 오후 2시 전북 완주군 봉동읍 봉동주공 2차아파트 경로당에서는 완주군보건소의 ‘우리 마을 기억력 검사하는 날’이 열렸다. 어르신 20여명은 보건소 치매안심센터 조기검진팀의 치매예방관리 교육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교육이 끝나고 치매조기검진 수행절차 중 1단계인 인지선별검사(CIST)가 4개 조로 나뉘어 시작됐다. 어르신들 얼굴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어머니, 제가 불러 드리는 숫자를 그대로 따라 해 주세요. 3 - 7 - 9 - 6…”

오늘 날짜와 현재 장소 등을 제대로 인식하는지 알아보는 지남력(指南力, 지남은 방향을 뜻하고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인식하는 능력) 검사가 시작했다. 문장외우기와 기억회상 등 기억력 테스트, 숫자 바로 따라 말하기 등 주의력 질문 등이 뒤를 이었다. 점을 연결해 그림을 그리는 시공간기능 테스트, 시각과 언로를 추론하는 집행기능, 사물이름 말하기와 이해력의 언어기능 테스트 등도 이어졌다. 뇌 기능의 6가지 영역을 검사하는 데 1인당 약 20분이 걸렸다.

완주군보건소 직원이 경로당을 방문해 어르시들에게 치매예방 관리 교육을 하고 있다. 완주군 제공

어르신들은 마을 경로당에서 한 번의 검사로 막연한 불안감을 떨칠 수 있어 서로 “어서 오라”고 연락을 한다고 한다. 70대의 한 어르신은 이렇게 말했다. “자꾸 기억력이 떨어져서 괜히 불안혀. 그래서 한번 감사를 받아 봐야겄다 해서 왔지. 치매가 아니라고 혀서 다행이구먼.” 어르신들은 “내가 치매를 앓고 있는지를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자식처럼 직접 경로당에서 검사를 해주니 감사할 따름이다. 경로당 회원들이 큰 관심을 갖고 모두 모였다”고 입을 모았다.

‘기억력 검사하는 날’은 치매 조기 발견을 위해 만 60살 이상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다. 완주군이 매주 수요일 오후 2시에 직접 마을 경로당을 찾는다.

완주군보건소 치매안심센터는 1단계 인지선별검사에서 인지저하로 검진된 어르신에 한해, 2단계 진단검사를 할 수 있도록 협약병원으로 안내한다. 경도인지장애 또는 치매 진단이 내려진 어르신은 치매 원인 규명을 위한 3단계 감별검사를 지원한다.

지난해 1568명이 인지선별검사를 받았다. 그 중 269명(17.0%)이 ‘인지저하’를 판정을 받았고, 이들을 대상으로 한 2단계 진단검사에서 다시 약 120명이 ‘경도인지장애’ 및 92명이 ‘치매’ 진단을 받았다. 90명은 3단계의 감별검사에서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북 완주군 한 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이 기억력과 관련한 검사를 받고 있다. 완주군 제공

센터가 추정하는 완주군의 치매 인구수는 60살 이상 고령 인구 3만명의 8.7% 수준인 2600명 정도다. 센터는 치매인구의 98%가량을 물품 지원이나 주기적 교육, 1대1 맞춤형 사례 관리 등의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연정 군보건소 건강증진과장은 “치매는 조기에 발견해 진행을 억제하고 증상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에게는 1대 1로 찾아가는 인지선별검사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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