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기미 없는 망 사용료 공방.. 넷플릭스-SKB, 입장차만 재확인

박수현 기자 2022. 5. 19.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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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CP 아닌 ISP 주장
"송신 ISP, 착신 ISP 따로 있다"
SKB "무정산 주장 위한 억지"
"넷플릭스, 당초 무상 요구해"
넷플릭스와 SK의 로고. /각 사 제공

망 사용료를 둘러싼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 소송이 정체에 빠졌다. 넷플릭스는 2020년 4월 SK브로드밴드에 “망 사용료를 내야 할 의무가 없다”며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낸 뒤 1심에서 패소해 현재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19일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에 따르면 양사는 전날 오후 4시 30분 서울고등법원 민사19-1부(부장판사 정승규·김동완·배용준) 심리로 항소심 2차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원고(넷플릭스)와 피고(SK브로드밴드) 측에 각각 30분씩의 구두 변론 시간을 배정했다.

넷플릭스는 먼저 자신을 콘텐츠기업(CP)이 아닌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로 전제했다. 자체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인 오픈커넥트(OCA)를 통해 다른 ISP처럼 SK브로드밴드와 직접 망을 연결하고 있어서라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측은 “이를 통해 SK브로드밴드는 자신보다 큰 규모의 ISP에 지급해야 했던 트랜짓(통과) 비용을 아끼고, 이용자에게 넷플릭스 콘텐츠를 원활하게 전송하는 이득을 얻게 됐다”고 했다.

넷플릭스 측은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국내 CP처럼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말하지만, SK브로드밴드-넷플릭스 연결은 SK브로드밴드-국내 CP 연결과 성격이 다르다”며 ‘송신 ISP’와 ‘착신 ISP’라는 새로운 개념도 소개했다. 국내 ISP는 국내 CP와의 관계에서 송신 ISP 역할을 하며 국내 CP에게 전 세계 인터넷에 대한 접속 서비스를 제공하는 반면, 넷플릭스와의 관계에서는 착신 ISP로서 넷플릭스에 어떠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넷플릭스 측은 그러면서 상호무정산(빌앤킵) 방식을 사전에 합의했는데도 SK브로드밴드가 2018년 뒤늦게 망 사용료를 요구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넷플릭스 측은 “2015년 9월 무렵부터 SK브로드밴드와 교섭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빌앤킵 방식의 연결과 SK브로드밴드 망 내에 OCA를 선택적으로 설치할 수 있다는 점을 일관되게 안내했다”며 “SK브로드밴드는 이를 원하지 않을 경우, 중간에 다른 ISP를 통하는 ‘트랜짓 방식’으로 넷플릭스 콘텐츠를 전송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2016년 1월 미국 시애틀에서 (빌앤킵 방식) 연결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측은 국제 비영리기관 패킷클리어링하우스가 지난해 실시한 시장조사 결과를 인용해 빌앤킵 방식의 피어링이 업계 관행이라고도 강조했다. 피어링은 ISP 간 네트워크를 연결하고 트래픽을 교환하는 걸 뜻한다. 넷플릭스 측은 “전 세계에서 192개국 1500만개의 피어링 중 99.9996%가 빌앤킵 방식을 채택하고 있고, 나머지 0.0004%만이 망 이용량에 따라 사용료를 지불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고 했다.

SK브로드밴드 측은 넷플릭스가 앞서 자신의 지위를 CP라고 밝혔음을 강조하며, ISP 간에만 통용되는 상호무정산(빌앤킵) 방식은 양사 관계에서 적용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넷플릭스는 실제로 1심 때 법원에 낸 준비서면에서 “넷플릭스와 같은 CP”라는 표현을 쓴 바 있다.

SK브로드밴드 측은 이어 넷플릭스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망 이용자, 즉 부가통신사업자로 등록돼 있다는 점도 상기시켰다. 부가통신사업자는 기간통신사업자 이외 사업자를 말한다. 전기통신사업법은 기간통신사업자를 ‘음성·데이터·영상 등을 송수신하게 하는 전기통신역무를 수행하는 사업자’로 규정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언급한 송·착신 ISP에 대해서는 “인터넷 시장에서 따로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다”라며 “망에서는 트래픽의 송신과 수신이 동시에 일어나므로 송신 ISP는 동시에 착신 ISP가 되기도 한다”고 일축했다.

SK브로드밴드 측은 양사가 빌앤킵 방식에 대한 계약서를 작성한 적도 없다고 했다. 또 넷플릭스가 요구한 건 무상이었지, 유상이지만 정산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무정산이 아니었다고 했다.

SK브로드밴드 측은 “양사는 2015년 말 망 사용료 부분에 대한 견해 차이로 교섭을 중단했다. 그러나 이후 공통의 고객인 최종이용자에게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전송할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이에 따라 연결 지점 및 방식을 우선 변경하되, 망 사용료 지급 여부에 대해서는 추후 협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때는 넷플릭스 측이 이전과 달리 상호무료접속약정(SFI) 관련 서류 양식을 보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SK브로드밴드 측은 빌앤킵 방식이 전기통신사업법 제39조 제2항의 위임에 따른 법규명령 ‘전기통신설비의 상호접속기준’에 반하기 때문에 넷플릭스 측의 주장처럼 관습인지 아닌지는 무의미하다고도 했다. 또 해당 통계에는 트랜짓 방식과 ISP-CP 간의 계약 관계에 대한 내용이 빠져있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양측의 구두 변론이 끝난 뒤 ▲SK브로드밴드가 공공 망 연결과 관련해 넷플릭스 측에 비용 청구를 하지 않은 이유 ▲양사 간 정확한 피어링 조건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의 OCA가 아닌 일반 망을 선택한 구체적 이유 ▲ISP 간 망 연결과 ISP-CP 간 망 연결의 구체적인 차이점 등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3차 변론기일은 오는 6월 15일 오후 5시에 속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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