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독서실로 '출장' 가 승진공부·만취 출근..나사 풀린 공기업들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선 코로나가 한창이었던 작년 8월 중순 소방대원 세 명이 만취해 출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당시 야간 근무를 마치고 오전부터 인천공항 인근 식당 등에서 술을 마신 뒤 취한 상태로 차를 몰아 공항에 출근했다고 한다. 세 명 중 두 명은 소방대 운전 담당이었고 한 명은 인명 구조대원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말에는 인천공항 보안을 책임지는 특수경비원 두 명이 새벽까지 술을 마시다 서로 싸워 한 명이 얼굴 부위를 14바늘 꿰매는 수술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020년 매출이 기존의 절반 밑으로 곤두박질쳤지만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방침에 따라 정규직 직원은 9785명(자회사 포함) 늘었다. 김포공항을 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의 경우 한 직원이 지난 3월 보안 구역인 공항 내에서 시설, 물품 등을 촬영해 자기 인스타그램에 올렸다가 감사를 받기도 했다.
2020년부터 2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 시기’에 대다수 공공기관은 인력은 늘었지만 일거리는 줄었다. 교통 관련 공공기관들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코로나 여파로 이동량이 금감한 탓이다. 그러다보니 기강이 해이해지면서 이른바 ‘나사 풀린’ 일탈·비위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작년 12월 초 한국도로공사(이하 도로공사) 감사실로 발신인 이름이 없는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도로공사 직원들이 출장을 내고 집에서 몰래 승진 공부를 하고 있다’는 투서였다. 감사를 해보니 실제 이런 직원들이 무더기로 걸렸다. 이 공사 직원 A씨는 작년 11월 ‘고속도로 작업 및 정체 예상 구간 현장 점검’을 명목으로 14일간 ‘공무 외출’ 승인을 받은 뒤 자택 인근 독서실에 등록해 승진 시험 공부를 하다가 발각됐다. A씨를 포함해 이 공사 직원 총 6명이 작년 말 짧게는 5일, 길게는 21일까지 ‘관내 교량·휴게소 점검’ 등을 핑계로 이런 식의 ‘출장 공부’를 하다가 걸려 징계를 받았다.
도로공사 순찰대원 두 명은 올 1월 주간 근무 중 지정된 휴게 장소를 벗어나 한 톨게이트 영업소의 주차장 귀퉁이에서 차를 세우고 잠을 자다가 걸렸다. ‘순찰대원이 순찰은 안 돌고 잠을 잔다’는 내부 제보가 감사실에 접수됐다고 한다.
철도 공기업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많았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한 자회사 직원은 작년 5월부터 올 1월까지 최소 15회 이상 지하철 부정 승차를 했다가 내부 감사에 걸렸다. 코레일 관계자는 “어머니 신분증으로 경로 우대증을 만들어 부정 승차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코레일 매표소에서 근무했던 한 직원은 2017년부터 작년 6월까지 고객들이 보는 앞에서 동료 직원들에게 욕설을 하거나 성희롱 발언을 해 중징계를 받았다고 한다.
SR(수서고속철도주식회사) 직원들도 작년 10월 본사 사옥을 이전하면서 신사옥 인테리어 품목과 그 가격 등을 기재한 핵심 증빙 서류를 업체로부터 받지 않았다고 한다. 인테리어 과정을 눈으로만 보고 공사 진행을 승인하다가 자체 감사가 시작되자 뒤늦게 증빙 서류를 만들어 냈다가 지난달 징계를 받았다. 정부 관계자는 “코로나로 일은 적어졌는데 반대로 일손은 많아지니 소위 ‘놀고 사고치는’ 직원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며 “문제는 이런 분위기가 공공기관 전반에 만연해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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