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도서관 벤치로 변신하는 지방선거 현수막
[경향신문]
오는 6월1일 치르는 제8회 동시지방선거 기간 쓰고 버려질 현수막이 남산도서관의 야외 독서공간 벤치와 선반으로 재활용된다.
서울시는 한국환경공단, 롯데홈쇼핑, 서울시교육청과 ‘자원순환 및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실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폐현수막·폐의류를 건축자재로 활용해 남산도서관을 친환경 공간으로 조성하는 사업에 협력하기로 했다고 19일 밝혔다. 서울시는 선거 뿐 아니라 각종 홍보에 사용되는 폐현수막을 수거·운반할 수 있는 자치구를 발굴해 폐섬유로 건축자재를 생산하는 사회적기업과 연계하기로 했다. 압축 공정을 거친 폐현수막은 섬유패널로 만들어져 건축자재로 사용된다. 성동구 왕십리역 인근 등에는 폐현수막을 압축해 만든 재활용 벤치가 설치되어 있다.
선거 때 사용된 폐현수막 등은 환경문제의 주범 중 하나로 지목받고 있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의 경우 홍보물 사용량이 현수막 13만8192장, 벽보 104만부, 공보물 6억4650만부에 달했다. 녹색연합이 이 같은 사용량을 바탕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산한 결과 2만772tCO2eq(탄소환산톤) 수준이었다. 일회용 플라스틱 컵 4억개를 사용한 것과 동일한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30년생 소나무 228만그루가 1년간 흡수해야 하는 양이다.
이번 6·1 지방선거 기간에는 전국 각지에 걸리는 현수막이 10만장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총 2324개 선거구에서 재·보궐선거 국회의원을 포함해 4132명의 의원과 단체장이 선출될 예정인데, 각 후보자는 선거구 내 읍·면·동마다 2장씩 현수막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는 현수막 사용량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은 “현수막이 선거 때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많이 버려지는데 전체적인 정책 방향 없이 선거 시기에만 재활용 사업을 하는 것은 보여주기식”이라면서 “정말 필요해서 벤치나 선반을 만드는 것이면 모르겠으나 그런 게 아니라면 과연 유의미한 정책일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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