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폭망 김대리, 일이 손에 안잡히는 건 당연합니다

김영준 경제·경영작가 2022. 5. 1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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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경제학자처럼 생각하기: 곤궁과 인지능력
일러스트=박상훈

요즘 카드 값이나 대출 금리 인상, 주식이나 코인 투자 실패 같은 돈 걱정 때문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하소연하는 직장인이 부쩍 늘었다. 단순한 엄살일까, 아니면 정말 업무와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까.

경제학자 샌딜 멀레이션과 심리학자 엘다 샤퍼는 농부들을 대상으로 재미있는 연구를 했다. 봄부터 가을까지 작물을 기르고 가을에 작물을 수확해 팔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농부들은 수확기 직전에 가장 곤궁하고 수확기 직후에 가장 여유롭다. 농부들이 가장 빚을 많이 지는 시점도 수확기 직전이다. 이런 경제적 상황이 농부들의 인지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연구했더니, 수확기 직전에는 인지 능력과 제어·통제 능력이 수확기 직후보다 떨어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경제적 곤궁 때문에 신경과 주의가 그쪽으로 몰리다 보니 그만큼 일상에서 작업 능력과 판단력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이후 추가적인 연구에서는 경제적 곤궁을 단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동일한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츠버그대학의 경제학자 클레어 뒤케누아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시험에서 금전적 주제의 질문 비율을 10% 늘렸더니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집안의 학생과 낮은 학생 간의 성적 격차가 6%포인트 증가했다. 경제적인 스트레스가 학업이나 일상 업무 능력의 저하를 부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현상은 인지과학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사람의 인지 처리 능력과 사고 능력이 무한한 것이 아니라 최대 용량이 정해진 유동 자원이라고 본다. 전화나 스마트폰 조작을 하는 운전자의 판단력과 반사 신경이 급격하게 둔화되는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돈에 대해 곤란을 겪고 거기에 신경을 쏟을수록 인지 능력이 저하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므로 카드 값 고민은 단순히 재테크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우리가 짜임새 있는 지출이나 투자에 실패해 걱정을 하면 할수록 업무 능력과 판단력은 그만큼 곤두박질치게 된다. 이로 인해 잘못된 판단이나 선택을 내리면 수렁처럼 더 나쁜 상황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업무 능력을 향상시켜 임금 협상과 이직에서 우위를 점하거나, 냉철한 분석과 판단으로 투자에 성공해 생애 소득을 늘릴 기회도 날아가 버릴 것이다. 매달 지출 계획을 잘 세우고 건전하게 자금을 관리하는 게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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