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IPEF 창립멤버' 가입.. 역내 경제규범 설정에 직접 관여
中 '제2사드 보복' 등 우려도.. 정부 "전략적 소통 강화"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미국 정부 주도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이 임박하면서 우리나라의 가입이 향후 국익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의 세계 패권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와중에 역내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는 성격을 띠는 IPEF에 우리나라가 창립멤버로 가입한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확실한 미국 편'에 서겠단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오는 21일 서울에서 열리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을 통해 IPEF 출범을 지지한다는 입장과 함께 우리나라의 IPEF 가입 의사를 전달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바이든 대통령은 20~22일 우리나라에 이어 23~24일 일본 방문 일정을 소화하면서 IPEF 출범 계획을 공식 발표할 전망이다.
IPEF는 바이든 대통령이 작년 10월 동아시아정상회의(EAS)를 통해 처음 소개한 것으로서 Δ공급망 Δ탈(脫)탄소·청정에너지 협력 Δ디지털 경제·기술 표준 등이 참여국 간 협력 분야로 제시돼 있다.
IPEF 참여국으론 우리나라·미국과 함께 일본·호주·뉴질랜드 등이 거론된다. 이외에도 필리핀·싱가포르를 비롯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회원국 일부가 참여국 명단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선 IPEF가 공식 출범하면 중국 당국이 주도하는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의 '대항마' 성격을 띨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미 정부는 당초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일본과 함께 추진하면서 중국 주도 RCEP을 견제하려 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 'TPP 탈퇴'를 선언하면서 인도·태평양 역내에서 우방·동맹국들을 아우를 수 있는 "경제적 협력 틀을 갖출 시기를 놓쳤다"는 평가가 많다.
우리 정부의 경우 TPP 논의 초기엔 관여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탈퇴 선언 뒤 일본 주도로 출범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제협정'(CPTPP)에 뒤늦게 관심을 보이며 가입을 추진해왔지만, CPTPP 가입엔 11개 회원국 모두의 동의가 필요해 아직 큰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가 'TPP 복귀'가 아닌 'IPEF 출범'이란 새로운 역내 경제 전략을 제시함에 따라 우리 정부도 계속 그 동향을 주시해왔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IPEF 창립멤버로 참여할 경우 Δ무역 Δ기간시설 Δ공급망 등에 관한 규범 설정과정에서부터 "우리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IPEF 참여를 통해 Δ국내 정보기술(IT)·전자기업의 미국 내 사업 확대와 함께 Δ유통 분야의 '극단적'인 대(對)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등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정부 안팎에선 우리나라의 IPEF 가입이 윤석열 정부의 핵심과제인 '한미 간 포괄적 전략동맹 발전'과 '경제안보' 외교를 뒷받침하는 주요 동력이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중국 당국이 그동안 IPEF 관련 논의과정에서부터 부정적 입장을 밝혀온 점은 우리 정부도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일각에선 "미 정부가 IPEF를 기반으로 역내 경제 질서 재편을 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이유로 중국 당국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을 위시한 IPEF 참가국들을 '견제'를 강화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17년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당시 중국 당국이 우리에게 취했던 각종 보복 조치가 재연될 수 있단 것이다.
이와 관련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16일 박진 외교부 장관과의 첫 화상통화에서 우리나라의 IPEF 가입 논의를 의식한 듯, "신(新)냉전 위험을 방지하고 진영 대치에 반대하는 건 (한중) 양국의 근본이익과 관련돼 있다" "'(한중 간) 디커플링'(탈동조화)에 반대한다"는 등의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시장경제 국가"라며 "IPEF가 시장의 확대, 다자주의, 개방성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질서 확립이라는 '국가 이익의 기본 원칙'에 부합한다고 판단되면 가입하면 그만이다. 우리 원칙에 부합되게 IPEF 안에서 역할을 해나간다면 중국이 뭐라고 할 수 없는 것"이란 반응을 보였다. 중국을 지나치게 의식할 필요가 없단 얘기다.
우리 정부는 "중국과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함으로써 리스크(위험 요인)를 최소화하겠다"(박진 외교부 장관)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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