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완성을 향한 길

방익수 사도 요한 천주교 대전교구 신부 2022. 5. 19.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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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익수 사도 요한 천주교 대전교구 신부

인간의 신체나 기술 능력 등은 쓰면 쓸수록 더 잘 쓸 수 있도록, 외적인 자극이나 변화 등은 견뎌낼 수록 더 큰 자극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앞의 것을 발달이라 한다면, 뒤의 것은 내성이라 표현할 수 있다. 운동이나 악기를 시작할 때, 처음에 영 서툴고 어렵기만 하지만 나중에는 특별한 집중력이 없어도 손발이 알아서 잘 움직일 수 있다.

신체 활용이나 외부 자극뿐 아니라 인간의 감정도 비슷하게 생각할 수 있다. 마치 알고리즘처럼 지향하는 방향에 따라 긍정적인 발달이 일어날 수도, 부정적인 것에 대한 내성이 커질 수도 있다. 특히 선악, 사랑과 죄악 등 가치 판단과 실천에 있어서도 우리가 감정을 어떻게 훈련하고 또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많은 차이가 나타난다.

어떤 좋은 일에 대해 결심하고 시작하기가 어려울 뿐이지, 한 번 하게 되면 그 이후는 점점 쉬워진다. 반대로 어떤 좋지 않은 일에 대해 처음에는 망설이고, 주저하다가도 한 번 시작되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소위 막 나가는 일도 생긴다. 밝은 곳에 있다면 빛을 바라보기가 아주 어려운 일은 아니겠지만, 어둡고 깜깜한 곳에 있다가 빛을 바라보면 눈이 부셔서 앞을 바라보기도 어렵고, 금방 눈을 감아버리게 된다. 그러나 조금씩 눈을 뜨고 빛이 들어오는 것을 느끼면서 점차 눈을 열어가게 되면, 나중에는 빛 앞에 눈을 갖다 대어도 어느 정도 견딜 수 있게 된다. 선과 사랑을 빛, 죄와 악을 어둠이라 비유한다면, 그 방향성을 잡는 것이 선에 대한 감각을 발달시키고 악에 대한 내성을 줄여나가는 일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윤리적 또는 종교적으로 더욱 올바르게 성장, 성숙한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긍정적 가치들에 대한 감각을 훈련하고, 부정적 가치들에 대한 내성이 생기지 않게 세심하게 살피는 일이 윤리적인 생활, 또는 신앙 생활인 셈이다. 각자가 이야기하는 올바른 삶, 군자의 길, 완전함, 해탈 등은 그 궁극적인 모습이 다르다 하더라도, 나아가는 방법에 있어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이것들은 하루아침에 갑자기 주어지는 게 아니다. 그것은 발달과 내성처럼, 노력과 시간이라는 중요한 요소를 가진다. 복권 같이 운 좋게 주어지는 게 아니라, 꾸준히 그리고 성실하게 노력해야 하는 어린이 적금과 같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아주 큰 것보다는 의미 없어 보일 수도 있는 아주 작은 선을 찾고, 하찮아 보일 수도 있는 아주 작은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노력이 아주 작은 결과를 가져온다면 그 노력이 커지고, 그 능력이 커질 때, 그에 맞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그러한 노력의 발달 안에서 성장하고 있는 모습을 보는 기쁨은 덤으로 주어질 것이다.

누구나 대단한 사람, 위대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 무엇이든 잘하고 인정받기를 원한다. 하지만, 그 어떤 분야에서도 쉽게 전문가가 될 수 없고,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는 없다. 부단한 노력으로 필요한 능력을 개발시키고, 끊임없이 방해하는 요소들을 극복해야 한다. 완전한 사람, 군자, 성인, 보살이 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각자가 추구하는 진리와 가르침에 따라, 그리고 이상적 인물상에 따라, 차근차근 작은 것부터 실천해 나가고 실현해 나갈 때, 아울러 나태함과 무뎌짐에 대한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을 때, 그 완성에 향해 나아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가톨릭 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성녀 소화(小花) 데레사(1873-1897)는 완전함에 이르는 작은 길을 이야기했다. 작은 것을 통해서, 단순함 안에서, 그리고 평범함 속에서 차근차근 우리의 노력이 이루어질 때에야 완전함에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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