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尹이 택한 구두' 바이네르 김원길 대표 "많은 기업인에 힘 실어준 것"
최근 사흘간 매출 2배로 '껑충'.. 대통령 특수
중졸(中卒) 출신의 구둣방 견습공에서 시작해 연 매출 500억원대의 제화업체를 일궈낸 김원길 바이네르 대표는 ‘코로나 시대’가 2년이 넘어가자 “내 시대가 끝났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500억원대이던 매출은 최근 2년간 170억원대까지 곤두박질쳤다. 매출이 ‘제로’인 매장까지 나왔다.
2018년 냈던 자서전 제목인 ‘힘들어도 괜찮아’가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는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험, 회원권 등 팔 수 있는 걸 다 정리했다. 직원도 절반쯤 내보냈다. 직원을 내보내야겠다고 결심하고, 실제 입을 여는 데까지 100일이 걸렸다. 손에 꼽을 만큼 어려운 순간이었다.
다 포기하고 싶던 찰나 김 대표에게 축하 문자, 전화가 빗발쳤다. 바이네르 홈페이지는 접속이 폭주하며 한때 다운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취임 후 첫 주말인 지난 14일 신세계백화점에서 구입한 19만원짜리 검은색 신발 한 켤레가 바이네르 제품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바이네르는 국내 컴포트슈즈(편안한 기능성 구두) 1위 업체로 꼽히는 중소기업이다. 1994년 ‘안토니’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가 2015년 지금의 바이네르로 상호를 바꿨다. 2011년 이탈리아 구두 브랜드 바이네르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서다. 백화점·할인점 등 전국 70여 매장에서 컴포트슈즈뿐 아니라 구두, 운동화, 골프화 등 200여종의 신발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 18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에 있는 바이네르 본사에서 만난 김 대표는 “‘힘들어도 괜찮아’란 책을 잘 못 썼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며 “(윤 대통령의 신발 구입으로) 피로가 한방에 날아갔다”고 환하게 웃었다.
‘대통령 특수’는 숫자로도 나타났다. 대통령이 다녀간 이후인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간 예년 대비 매출이 2배 늘어났다. 바이네르는 여성화 매출 비중이 전체의 80%였으나 대통령이 다녀간 후 남성화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는 “내 이름이 원길(元吉)이다. ‘최고의 행운’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태어난 건데, 지금 상황이 딱 최고의 행운 같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대통령이 신발 하나 사 주니 세상이 떠들썩해졌다”면서 “이번엔 내 등을 두드려준 것이지만, (상징적으로) 많은 기업인에게 힘을 실어주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하는 사람이 기업 할 맛이 나도록 해주면 자연스럽게 일자리가 늘어나고 내는 세금도 많아진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25일 대통령 집무실 앞인 용산 옛 국방부 연병장에서 500여명의 중소기업인이 모이는 중소기업인대회에도 참석한다. 윤 대통령에게 감사 인사와 함께 중소기업계 목소리를 전할 계획이다.
그는 “행운을 봉사로 반드시 갚을 것”이란 말도 여러 차례 했다. 그는 연간 10억원 정도를 사회공헌에 쓰며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매년 5월 어르신들을 위한 건강 콘서트를 연다. 사회도 보고 노래도 직접 부른다. 회사 인근 군부대에서 선발한 우수 장병에게 해외 연수를 보내주고, 한국전쟁 참전 용사 후손에게는 매달 80만원씩 장학금을 준다. 그는 바이네르 대표 외에 중소기업나눔재단 부이사장, 월드투게더 이사라는 직함도 있다.
그는 ‘대통령이 택한 구두’라는 좋은 기운을 받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같은 해외 시장도 본격적으로 진출해 ‘K-구두’의 저력을 보여주겠다는 포부다. 그만큼 바이네르만의 경쟁력이 있다고도 했다. ‘그게 뭐냐’는 질문에 그는 대뜸 양말을 벗고 발바닥을 들어 보였다.
그러면서 “발이 편해야 행동 반경이 넓어지기 때문에 편한 신발을 만들고 거기에선 세계 1등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면서 “많이 걷는데도 굳은 살 하나 없이 아기 발 같다. 편한 신발을 만들기 위해 내 발로 항상 테스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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