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으로 데뷔했지만..'633억 투수'에 밀린 최고 유망주의 미래는?[슬로우볼]

안형준 2022. 5. 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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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미래보다는 현재에 무게를 뒀다. 샌디에이고의 선택이 과연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는 5월 18일(한국시간)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원정 경기에서 승리했다. 3-0 완승. 이날 샌디에이고는 선발 마이크 클레빈저가 시즌 첫 승리를 따냈고 마무리 투수 테일러 로저스가 시즌 14번째 세이브를 거뒀다. 그리고 한 명의 루키 투수가 데뷔 첫 홀드를 기록했다. 바로 1999년생 좌완 맥켄지 고어였다.

고어는 이날 5이닝을 소화한 클레빈저의 뒤를 이어 팀 2번째 투수로 등판했고 3이닝 동안 마운드를 지켰다. 3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고어는 선발 클레빈저와 마무리 로저스를 이어주는 허리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고 시즌 처음이자 빅리그 데뷔 첫 홀드를 기록했다.

지난 4월 16일 선발투수로 데뷔한 고어는 첫 5경기를 선발로 뛰었고 로테이션을 소화했다. 하지만 팀 사정에 따라 불펜으로 이동하게 됐다. 블레이크 스넬의 부상 복귀 때문이다. 다르빗슈 유, 클레빈저, 션 마네아, 조 머스그로브, 닉 마르티네즈, 고어까지 6명의 선발투수를 보유하고 있던 샌디에이고는 스넬의 복귀에 맞춰 고어를 로테이션에서 뺐다.

고어는 선발등판한 5경기에서 26이닝을 투구했고 2승 1패, 평균자책점 2.42, 28탈삼진을 기록했다. 한 번도 6이닝 이상을 투구하지는 못했지만 5회를 버티지 못하고 무너진 경기도 없었다. '선발투수 고어'는 늘 5이닝 이상을 버티며 무너지지 않았고 선발투수가 해야할 최소한의 역할 이상을 해준 선수였다. 하지만 샌디에이고는 그를 로테이션에서 제외했다.

고어는 샌디에이고가 2017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지명한 특급 유망주다. 비록 지명 후 마이너리그에서 부침을 겪었지만 지명 후 줄곧 MLB 파이프라인 선정 TOP 100 유망주 랭킹을 지켰고 샌디에이고 팀 내 최고 유망주로 평가를 받았다. 2020년 마이너리그 시즌이 코로나19로 취소되지 않았다면 지난해 빅리그에 데뷔했을 수도 있는 선수였다.

비록 예상보다 데뷔가 늦었고 올시즌에도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고어는 선발로 충분한 기량을 보였다. 평균 시속 95마일의 힘있는 패스트볼은 피안타율이 0.208에 불과했고 예리한 슬라이더와 타이밍을 뺏는 커브, 체인지업도 효과적으로 구사했다. 9이닝 당 탈삼진은 9.9개였고 9이닝 당 볼넷은 2.8개로 대부분의 신인 투수들이 겪는 제구 문제와도 큰 관련이 없었다. 심지어 고어는 팀 선발투수들 중 머스그로브(ERA 2.20)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었다.

스넬은 사이영상 수상 경력이 있는 투수지만 사이영상 시즌을 제외하면 리그 정상급 활약을 펼친 적은 없다. 지난해에는 27경기에 선발등판했지만 128.2이닝을 투구하는데 그쳤다. 기복이 심하고 이닝 소화능력이 부족하다. 5년 5,000만 달러(한화 약 633억2,500만 원) 계약이 2023년까지인 스넬은 '이름값'에서는 물론 고어를 훨씬 앞서고 있지만 당장 선발투수로서 최고의 기량을 가졌느냐에는 의문이 남는 상황이다. 만약 스넬이 지난해와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면 고어 대신 스넬이 합류한 샌디에이고 로테이션은 오히려 약해지게 된다.

고어 입장에서도 이번 불펜행은 그리 유리하지 않다. 마이너리그로 강등된다는 최악의 선택지를 피한 것은 충분히 의미있고 불펜에서도 얼마든지 경험을 쌓을 수 있지만 최근 메이저리그는 '불펜 경험이 있는 선발투수'를 그리 대우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불펜 경험이 있다는 이유로 좋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로테이션에서 밀려나는 경우도 많다. 샌디에이고의 지구 라이벌인 LA 다저스에서 특히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났고 훌리오 유리아스, 알렉스 우드(현 SF)는 '불펜 경험' 덕분에 선발투수로 빛날 기회를 잃기도 했다.

선발투수들의 소화 이닝이 점차 줄어들며 불펜 중요성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탬파베이 레이스 등에서 주로 활용하는 '벌크맨(선발투수 뒤에서 멀티 이닝을 소화하는 투수)'들은 대부분 잠시 주목을 받기는 하지만 선발투수에 비해 불안정한 등판 기회로 결국 흔들리고 선발투수만큼 높은 평가를 받지도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커리어 시작부터 벌크맨이 되는 것은 고어 입장에서 딱히 좋을 것이 없다.

'유망주 농사'는 팀의 향후 10년을 좌우한다. 드래프트 최상위권 지명자로서 팀 내 최고 유망주로 공들여 키운 고어가 선발투수로서 좋은 모습으로 데뷔했음에도 그를 로테이션에서 지운 샌디에이고의 선택은 자칫 팀이 가진 최고의 투수 유망주의 미래를 바꿀 수도 있다. 과연 고어를 두고 내린 샌디에이고의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자료사진=맥켄지 고어)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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