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집권 후 가장 바빴던 일주일.. '공개 활동'만 7차례

양은하 기자 2022. 5. 1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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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응 위해 새벽 회의에 심야 시찰 이어져
'건국 이래 대동란' 언급.. 당분간 통제 계속될 듯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마스크를 쓰지 않고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를 진행하는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가운데).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건국 이래 대동란'이라고 표현한 북한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상황을 맞아 집권 이래 가장 분주한 1주일을 보낸 듯하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의 지난 12일 이후 보도를 종합해본 결과, 김 총비서는 북한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사실을 공표한 12일 당일부터 18일까지 4차례 당 회의를 포함해 총 7차례 공개 행보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총비서는 12일 오전 일찍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를 주재한 뒤 국가비상방역사령부를 다녀갔다. 이어 14일엔 정치국 협의회를 열고 양형섭 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부위원장 빈소를 찾았다. 15일엔 정치국 비상협의회를 주재한 뒤 평양시내 약국을 시찰했고, 17일엔 정치국 상무위원회의를 진행했다.

김 총비서가 특정 사안을 두고 이처럼 짧은 기간 안에 '광폭 행보'를 보인 것은 2012년 집권 이후 사실상 처음있는 일이다. 김 총비서는 2019년 여름·가을에 발생한 수해 때문에 현장을 시찰하고 회의를 여러 차례 주재했지만 이번처럼 촌각을 다투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긴급했던 분위기는 북한 매체 보도에서도 읽힌다. 북한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에 대응하기 위해 '최대 비상방역체계'를 발동한 이달 12일 정치국 회의는 오전 2시쯤 개최됐으며 당일 오전 배포된 노동신문 지면에도 실렸다.

북한에서 회의 개최 당일 그 내용이 보도된 건 이례적인 일이다. 북한 당국이 그만큼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보고 발 빠른 대응에 나섰던 것으로 보인다.

14일 정치국 협의회 역시 오전 이른 시간대 열렸고, 역시 당일 오전 노동신문 지면을 통해 그 내용이 보도됐다. 코로나19로 의심되는 북한 내 일일 신규 유열자(有熱者·발열자) 수가 12일 오후 6시 기준 1만8000여명에서 13일 17만4440여명으로 폭증하자 사태가 더 악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김 총비서가 '건국 이래 대동란'이란 표현을 쓴 것도 이 회의에서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마스크를 2겹으로 착용하고 의약품 공급 실태 점검을 위해 약국을 현지 지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15일 회의는 이튿날인 16일 보도됐다. 그러나 연이틀 코로나19 관련 회의가 소집된 데다, 김 총비서가 '의약품 공급이 제때 되지 않는다'며 간부들을 신랄하게 비판했다는 보도 내용 등을 보면 회의 분위기는 전보다 더 심각했을 가능성이 있다.

김 총비서는 당시 원활한 의약품 공급을 위해 군 병력을 투입하라는 '특별명령'을 내렸다. 15일 기준 일일 신규 발열자는 39만2920여명으로 치솟았다.

김 총비서는 15일 회의를 마친 뒤 심야에 평양시내 약국을 직접 시찰한 것으로 보도됐다. 북한에서 최고지도자가 밤에 공개 활동한 것도 드문 일이다.

이때 북한 매체가 보도한 사진 등을 보면 '1호'가 현장 시찰에 나섰음에도 사전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듯 손전등으로 김 총비서 앞을 비추고 있다. 김 총비서가 예고 없이 현지 시찰에 나설 정도로 상황이 다급하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17일 열린 정치국 상무위원회의는 회의장 사진부터 전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김 총비서는 앞서 약국 방문 땐 마스크를 겹쳐 쓰고 있었지만, 이날 회의는 아예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진행했다. 다른 상무위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코로나19 상황이 어느 정도 '통제'되고 있다는 자신감을 나타낸 것이란 해석이 뒤따랐다.

회의 내용도 마찬가지다. 김 총비서는 참석자들과 함께 북한 당국의 코로나19 초기 대응을 총화(결산)하면서 "미숙했다"고 평가했지만, 현 상황에 대해선 "호전 추이가 지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공표한 일일 발열자 수도 16일 26만9510여명, 17일 23만2880여명으로 이틀 연속 줄었다.

그러나 여전히 북한에선 매일 수십만명의 발열자가 새로 보고되고 있다. 이 때문에 김 총비서의 '비상 대응'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유행 상황이 수해 등 자연재해와는 달리 '국가 존망'이 걸린 안보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데다, 그 확산세가 가장 심한 곳이 김 총비서 체제를 떠받치는 수도 평양이기 때문이다.

yeh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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